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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시들지 않는 사랑 '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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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계절 탓일까? 요즘은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을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붉어지는 감을 보아도, 서서히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는 은행나무 가로수를 보아도 어느새 생각은 지나간 시간을 더듬기에 십상이다. 그래서 가을을 두고 반추의 계절이라 했나 보다. 가을볕 아래 담벼락에 기대어 선 채 소슬하게 시들어가는 맨드라미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다름 아닌 '비 내리는 고모령'이다. '울고 넘는 박달재' '찔레꽃'과 더불어 중장년층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로 가수 현인의 히트곡이다.

"맨드라미 피고 지고 몇몇 해던가… " 노랫말 속에 맨드라미가 들어 있는 까닭도 있지만 군에서 철책근무 설 때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며 무수히 불렀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노래 속에 등장하는 고모령은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고개로 일제강점기 징병이나 징용으로 떠나는 자식과 어머니가 헤어지던 이별의 장소였다고 한다. 그땐 고모령이 어디에 있는 고개인지도 몰랐지만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노랫말을 곱씹다 보면 아슴하니 고향 풍경이 떠오르고 어머니 모습이 눈에 선하곤 했다. 이처럼 꽃은 때로는 추억을 소환하는 훌륭한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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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는 사랑 '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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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는 사랑 '맨드라미'

맨드라미는 비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화초로 열대 아시아가 고향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고려 시대로 추정되나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맨드라미는 관상용 화초로 다양한 원예종이 개발되어 무려 60여 종에 이른다. 줄기는 높이 90㎝ 정도로 곧게 자라고 붉은 빛을 띤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피침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한 여름인 7~8월에 원줄기 끝에 닭의 볏처럼 생긴 꽃이 대개는 붉은 색으로 피지만 품종에 따라 흰색, 황색 등 다양한 색으로 핀다.

여름이 한창 뜨거울 때 피어난 맨드라미는 꽃들이 소슬해지는 늦가을까지 꼿꼿이 선 채로 말라간다. 여느 집 화단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맨드라미는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친근한 꽃이다. 신사임당의 초충도에도 등장할 만큼 민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옛 그림에 유독 맨드라미가 많이 보이는 것은 꽃이 아름다운 까닭도 있겠지만 꽃이 품고 있는 의미 때문이다. 맨드라미는 꽃의 생김새가 수탉의 볏을 닮았다 하여 한자 이름은 계관화(鷄冠花)다. 수탉과 맨드라미가 함께 그려진 그림을 일러 관상가관(冠上加冠)이라 하는데 이는 곧 벼슬길에서 승승장구하라는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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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림 속의 꽃이 담고 있는 속뜻을 헤아리지 않더라도 맨드라미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맨드라미꽃의 향기가 혈맥을 조화롭게 하고 진정, 소염 등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나 우울증 해소에도 도움을 주는데 붉은 색이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보기만 해도 매혹적인 꽃이 병까지 낫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뿐만 아니라 맨드라미는 식용 가능한 꽃이기도 하다. 붉은 색이 아름다워 맨드라미꽃의 추출물을 막걸리나 나박김치, 또는 떡이나 송편 등에 넣어 색을 곱게 만들었다. 맨드라미꽃의 붉은 색은 안토시안과 각종 비타민 성분이 들어 있어 꽃차로 만들어 마시면 피부미용이나 노화방지, 갱년기 증상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차를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꽃이 한창일 때 수확하여 손으로 잘게 만든 뒤 찜솥에 넣어 한 번 쩌 준 다음 프라이팬에 덖어준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해서 건조시키면 된다. 혹시 아는가. 맨드라미 꽃차를 마시면 '시들지 않는 사랑'이란 꽃말처럼 영원히 시들지 않는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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