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은 외부로부터 오기도 하지만 내부 위험이 훨씬 더 위험하다. 외부에서 오는 위험은 눈에 쉽게 보이지만 내부의 위험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치명적이다. 기업 외부로부터 온 위기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타결책을 짜내면 얼마든지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내부로부터 발생한 위기는 감지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해결하기도 어렵다.
영화 300은 이와 같은 교훈을 잘 말해준다. 300명의 전사가 좁은 접전 구역에서 적을 맞아 싸워서 연전연승하지만, 주군에게 무시당한 내부 반란자 ‘에피알테스’가 적에게 샛길을 알려주는 바람에 스파르타는 등 뒤로부터 공격받아 멸망하게 된다. 고구려 시대 연개소문도 당나라와의 전투에서 연전연승했지만, 그의 세 아들의 내부 분열로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했다. 백제의 의자왕도 ‘성충’과 ‘흥수’같은 유능한 충신을 귀양보내거나 죽이면서 내부의 혼란이 발생하자 이 틈을 놓치지 않은 나당연합군에게 멸망했다. 내부에서 발생한 이런 위기로 인해 멸망한 국가나 기업이 수없이 많다. 특히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은 불의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한다. 이로 인해 최근 많은 기업들도 고초를 겪고 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초연결 사회에서 과거처럼 부정을 숨길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정부든 기업이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내부로부터의 위기를 탐지하고 미리 극복할 수 있을까? 내부로부터의 위기는 구성원들의 마음이 떠났다는 말이다. 조직이 한 방향 정렬(alignment)이 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조직이 한 방향 정렬되어있지 않을까? 가장 큰 원인은 CEO 때문이다. CEO의 행동이나 태도가 구성원들에게 위선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도 그렇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아주 좋은 말이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가 정의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어느 교수 출신 장관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정치하는 사람치고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다.”라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라를 생각하는 누군가가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더 좋은 결속의 기회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구성원들이 만족했다고 해서 영원히 그런 것은 아니다. 시대가 변하듯 사람도 변한다. 오늘 만족한 구성원들이 내일은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새로운 것을 해야 하지만 하던 것을 제거해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해야 하는 목적은 회사와 구성원들을 한 방향 정렬시키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회사도 바뀌어야 하지만 구성원들에게 변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이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화를 요구할 때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기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미리 고려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변화에 동참하면 좋겠지만 최소한 상위 20%가 선두에서 이끌도록 해야 한다.
당신이 천년기업가라면 항상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나의 조직의 한 방향 정렬 점수는 몇 점일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지속가능한 천년기업의 비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