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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노무현 때 경제전망 포기한 이유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기사입력 : 2019-09-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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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 전망을 포기한 적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이었다. 분기마다 발표했던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이유는 “헌법재판소가 내린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무리한 전망을 피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더 있었다. 당시 경제전문가들은 “위헌 결정에다가 성매매특별법, 한국판 뉴딜정책 등 예기치 못했던 여러 변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숫자로 계량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요즘 용어로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 전망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KDI는 1997년 4분기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경제 전망을 포기했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경제적 격변과 충격을 경제 전망에 담아낼 방법이 없어서 보고서를 내지 않은 것이다. 그랬으니, 2004년의 경우도 IMF 때만큼이나 어지러웠다.

경제 현상도 역사처럼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경기가 언제부터 하강국면에 들어섰느냐에 대한 판단이 ‘보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랬다가 그 시점을 2017년 9월로 ‘공식 인정’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0일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계분과위원회’라는 것을 열고 경기의 정점을 2017년 9월로 잠정 설정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2017년 9월 이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얘기였다. 그러니까, 우리 경제는 벌써 2년 동안이나 ‘후퇴’해왔다는 결론이다.

당초 정부는 경기의 하강 시점을 지난 6월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판단을 보류했다가 이번에 내놓았다고 했다. 보류한 이유는 경기의 하강 시점이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비슷한 시점이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최저임금 대폭 인상, 법인세율 인상 등을 경기 확장 국면에 써야 할 정책을 밀어붙였는데 그 정책이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책 잘못에 대한 비난이나 책임론이 껄끄러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어쨌거나, 경기 하강 시점에 대한 판단이 지연되는 바람에 그 대처도 따라서 늦어지고 말았다.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그런데도 경기에 대한 ‘오판’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고용 상황이 양과 질 모두에서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경제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자리 정책, 사회안전망 강화 등 정부 정책이 저소득층 소득여건 개선에 기여했다”고 자평이었다. “중산층이 두텁게 성장하는 모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1%로 또 하향조정하고 있다. 작년 11월 전망 때 2.8%를 제시했는데, 10개월 사이에 무려 0.7%포인트나 낮추고 있다.

경제의 어려움은 재계 대표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 이슈를 놓고 제대로 논의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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