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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6년 갑질'에 맞선 영세 폐기물처리업체 '을의 승리'

대법원 "수자원공사 강제퇴거 행정대집행은 불법" 원고 광암이엔씨 손들어줘
공사측 순환골재 보상협상 외면, 강제매립에 비용전가, 석면검출 덮씌우기까지
감사원·환경부 소송진행 핑계 '내몰라라'...영세업체 나홀로 싸움 승소 '이례적'

김철훈 기자

기사입력 : 2019-09-18 06:00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송산그린시티 사업부지 내 공원예정부지에 한국수자원공사가 폐기물처리업체 광암이엔씨 소유의 35만입방미터 규모의 순환골재를 매립하고 보호망을 덮어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송산그린시티 사업부지 내 공원예정부지에 한국수자원공사가 폐기물처리업체 광암이엔씨 소유의 35만입방미터 규모의 순환골재를 매립하고 보호망을 덮어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한국수자원공사의 '갑질'에 맞서 6년간 홀로 법정싸움을 벌여온 한 폐기물처리업체가 최근 대법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17일 수자원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대법원은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송산그린시티' 개발사업 부지 내에 있는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 '광암이엔씨'가 지난해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 비용납부명령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광암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상고인(수자원공사)의 주장은 이유 없음이 명백하므로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3년 전인 지난 2016년 6월 수자원공사가 송산그린시티 사업부지 안에 있는 광암이엔씨를 강제퇴거시키기 위해 광암의 시설물들을 강제철거하고 그 대집행 비용까지 기업에에 전가해 청구한 수자원공사의 처분이 '불법'이었음을 대법원이 최종 인정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했다.

더욱이 '다윗' 영세 폐기물 처리업체가 '골리앗' 거대 공기업을 상대로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13년부터 광암을 쫓아내기 위해 그동안 불법 대집행을 비롯해 다양한 유형의 '갑질'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산그린시티 개발사업 주체인 수자원공사는 2008년부터 사업부지에 편입되는 광암의 회사 이전을 추진하면서 보상협의를 하다가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2013년 7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에 재결신청을 냈다.

이듬해인 2014년 1월 중토위는 광암 소유 물건 일부의 이전과 손실보상금 지급을 전제로 하는 수용 재결을 내렸다.

문제는 광암이 합법적으로 생산·보관해 놓은 58만㎥ 적재 규모의 순환골재였다.

광암은 경기 악화로 순환골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자체 소유 부지 외에 인근 부지를 임대해 순환골재를 야적해 두고 있었다.

수자원공사와 광암 간 보상협의 과정에서 문제의 순환골재를 놓고 회사측은 "완성상품으로 시가 기준 약 58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공사측은 "경제적 가치가 없는 폐기물"이라며 보상을 거부했다. 보상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회사측의 주장이었다.

광암은 거듭 보상협의를 요청했으나 수자원공사가 응하지 않았고, 회사가 자비로 순환골재를 사업부지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제안했음에도 수자원공사는 아무 답을 주지 않은 채 도리어 순환골재 주변에 울타리를 쳐 회사의 접근마저 막았다.

이후에 수자원공사는 보상 완료에도 광암이 퇴거하지 않고 불법점유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광암을 상대로 '건설폐기물반입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2014년 1월 수원지방법원과 같은해 11월 서울고등법원은 수자원공사가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광암은 사업부지 내 토지를 점유, 사용할 수 있다며 광암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수자원공사는 순환골재 문제를 중토위에 재결을 신청해 사건 해결을 추진했지만 중토위는 협의 과정 부재를 들어 재결할 수 없으니 회사와 협의부터 하라고 공사측에 전달했다.

그럼에도 수자원공사는 2016년 3월과 6월 잇따라 광암에게 지장물을 자진철거하고 퇴거하지 않으면 대집행하겠다는 계고장을 2차례 걸쳐 보낸데 이어 2차 계고장을 통보한 지 열흘만에 실제로 대집행을 강행하는 무리수를 뒀다. 특히 2차 계고장에는 공사 사장의 직인조차 찍지 않아 공사 측의 무리하게 갑질을 행사했다는 흔적을 남겼다.

한술 더 떠 수자원공사는 2016년 4월 연구원 명칭을 단 석면관리 민간기업에 의뢰해 문제의 순환골재를 조사해 상당수 시료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혐의로 광암을 형사고발했다. 그러나 이후에 화성시청이 공기관인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시료 채취와 석면 시험을 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석면 불검출'로 판정이 나와 광암은 불기소 처분됐다. 공사측의 짜맞추기식 형사고발이라는 의혹을 자초했다.

이후에도 수자원공사는 광암의 순환골재 일부를 강제 매립한 뒤 이전과 매립 비용으로 75억원이라는 터무니 없는 액수를 회사는 물론 업계의 반발을 샀다. 당시 감정평가사에 따르면 이전 비용만 14억~18억 원으로 추정돼 공사측의 '세금낭비' 의혹까지 제기됐다. 현재 광암은 수자원공사의 75억 원 청구에 대응해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일대 송산그린시티 개발구역 위성사진. 사진=화성시청이미지 확대보기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일대 송산그린시티 개발구역 위성사진. 사진=화성시청

화성시 송산면 시화호 남측간석지 일원에 조성되는 송산그린시티 개발사업은 시화1단계 방조제 축조로 생성된 간석지를 계획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복합도시 개발사업으로, 오는 2030년까지 55.64㎢ 부지에 15만명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자원공사가 송산그린시티 개발 과정에서 영세 폐기물처리업체와 소송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터라 토지 수용에 차질이 생기자 무리하게 민간기업의 강제퇴거와 자산 강제수용을 밀어부치는 갑질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광암이엔씨 관계자는 "2013년부터 특정 법무법인이 수자원공사 측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해 왔다"면서 "이 법무법인은 소송 등 법무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대집행, 폐기물매립, 각종 시설공사 등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수행해 왔고 그 과정에서 예산을 부풀려 집행해 온 의혹이 있다"며 수자원공사의 갑질 배후에 법무법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이나 주무부처인 환경부, 수자원공사 감사실은 모두 소송 진행 중인 사안에는 감사를 벌이기 곤란하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는 바람에 광암측은 공사측과 소모적인 법정싸움만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업계 관계자도 "공기업인 수자원공사는 승소 가능성이 낮아도 항소, 상고 하는데 부담이 없겠지만 민간업체는 영업을 포기하고 소송에 매달릴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하며 "광암이엔씨 인근에서 영업하던 다른 폐기물처리업체도 광암과 비슷한 상황을 맞자 폐업하고 떠나버렸다. 광암도 맞서지 않았다면 억울함이 그대로 묻혀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산그린시티 개발사업을 맡고 있는 수자원공사 송산사업단의 관계자는 "2013년 당시 보상협상 담당자가 광암의 순환골재를 보상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고, 대법원 상고도 법무법인의 자문을 거쳐 제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자원공사 본사 관계자는 "집행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으며, 수자원공사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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