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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은행 꺾기도 못 잡는 금융개혁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기사입력 : 2019-09-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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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기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돈을 대출하면서, 대출금 가운데 일부를 예금이나 적금 등에 가입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구속성예금’, ‘양건예금’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주로 중소기업이 그 대상이다.

은행이 어떤 중소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대출금의 10%를 꺾을 경우, 그 중소기업은 꺾인 10%만큼 대출을 덜 받는 셈이 된다. 필요한 돈을 다 빌리지 못한 중소기업은 그만큼 자금 압박을 겪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은행은 대출금 전체에 대한 이자를 받아 챙긴다. 물론, 강제로 예금시킨 10%만큼의 돈에는 이자를 지급하지만 예금이자보다는 대출이자가 비쌀 수밖에 없다.

은행으로서는 그 차이만큼 이익인 것이다. 게다가 은행은 그 꺾은 만큼의 돈을 다시 대출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면 추가 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

전두환 정권 때, ‘금융가의 황제’로 통하던 이원조 은행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있었다. 은행의 ‘꺾기’ 근절이었다. 은행원 출신인 이 원장은 은행의 고질적인 병폐를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취임하자마자 첫 조치로 꺾기 근절을 단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꺾기는 벌써 30년도 더 전에 사라졌어야 했다. 서슬이 시퍼런 군사정권 시절에 ‘금융가의 황제’가 밀어붙인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꺾기는 없어지지 않았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서민들에게까지 꺾기를 강요하는 사례는 ‘엄청’ 많았다. 몇 해 전에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꺾기가 1만5008건이나 적발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서민 정책자금인 ‘햇살론’의 꺾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꺾기 단속 얘기는 그동안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많았다.

금융감독원이 ‘5대 금융 악(惡)’으로 꺾기를 꼽은 적도 있었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불법 사금융 ▲불법 채권추심 ▲보험사기와 함께 ▲꺾기 등 금융회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5대 악’으로 지정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5대 악’을 뿌리 뽑겠다며 ‘불법금융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꺾기 파파라치’까지 만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꺾기에 대한 과태료를 대폭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꺾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추석 연휴 때 어떤 시중은행이 꺾기를 했다는 사실이 적발되었다는 보도가 그렇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강조되는 게 ‘금융개혁’이다. 그러면서도 꺾기조차 잡지 못하는 금융개혁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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