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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서울에서 가장 넓은 흡연구역?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기사입력 : 2019-09-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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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밤,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1894∼1963)과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1897∼1961)가 뱃놀이를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모처럼 배 위에 올라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양주 몇 병과 담배 50여 갑을 ‘꾸려서’ 들고 한강으로 달려갔다. 한 갑에 5전짜리 ‘파이레트’라는 담배였다.

사공이 배를 어디로 저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두 사람의 대답은 그대로 ‘철학’이었다.

“가는 배도 아니고, 흐르는 배도 아니며, 건너는 배도 아닙니다. 그저 강 위에 띄워만 주시오.”

사공은 무슨 뜻인지 헷갈렸지만 그대로 따랐다. 두 사람은 배 위에서 달을 바라보며 술잔을 주고받았다. 사공은 그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졸고 있었다.

술안주 따위는 없었다. 애당초 준비하지도 않았다. 담배가 유일한 안주였다. 따라서 ‘강술’, 속된말로 ‘깡술’이었다.

두 사람은 새벽까지 술타령을 벌였다. 그 사이에 50여 갑이나 되었던 담배가 4∼5갑으로 줄어 있었다. 앉은자리에서 무려 40갑 넘게 해치웠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혀가 감각을 잃을 정도로 깔깔해지고 있었다. 재떨이가 있을 리 없었다. 한강의 ‘청류’는 내팽개친 담배꽁초 때문에 ‘탁류’로 변하고 있었다.

서울시내의 금연구역이 갈수록 늘어 자그마치 28만 군데를 넘고 있다. 2016년 24만4582군데→ 2017년 26만5113군데→ 2018년 28만2641군데다. 이에 비해, ‘흡연구역’은 6200군데에 불과하다고 한다. 골초들이 담배 피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골초들은 자기 아파트의 베란다에서도 느긋할 재간이 없다. 담배연기가 위층으로 올라간다는 항의가 껄끄럽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베란다 귀퉁이마저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공동주택에서 ‘간접흡연’ 피해를 실효성 있게 예방할 수 있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는 소식이다. 간접흡연 피해 시비가 발생하면 ‘분쟁조정위원회’가 현장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정안이다.

그래도 담배 피울 곳은 남아 있다. 오상순과 변영로처럼, 강물 위에서 운치 있게 피우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담배꽁초는 강물 위에 띄우지 말 일이다. ‘문화시민’이 아름다운 한강을 오염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배 좀 피우겠다고 40㎢에 달한다는 금연구역인 ‘한강공원’을 통과해서 한강까지 가는 것 자체가 아마도 고역일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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