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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글로벌성장통]미얀마 생산현장의 인력공백과 ‘경청’의 디딤돌

현지인 존중이라는 의미를 되새긴 소중한 경험

박희준 기자

기사입력 : 2019-09-11 07:00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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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8월 말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한다고 TV에 방송이 나왔다. 때맞춰서 미얀마에 있는 박현국 과장(가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3년여 동안 묵묵히 일하고 있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근황도 듣고 싶었다. 힘든 적이 없었냐고 물었더니만 주춤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출근했더니 현지인 직원이 찾아와 "마메이뚜(가명.이하 뚜) 팀장이 오늘 회사에 안 나왔습니다"라고 했다. 가끔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사흘째 결근했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2015년 8월에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YBM)'에서 1년간 현지 연수를 마치고 2016년 상반기에 입사했다. 박 과장이 취업한 회사인 '육대주'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경공업 제품을 생산한다. 저렴한 인건비가 강점인 미얀마의 노동집약 산업의 대표격이다.저렴한 노동 비용에 일의 숙련도를 높이면 그만큼 가성비(생산성)가 좋아지는 것이다. 현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에 이는 현장 관리자의 핵심 경영 포인트가 된다. 한국인 기술자들이 현지인을 채용해 교육·훈련 등으로 숙련도를 키우고 품질을 안정시킨 것은 선구자적 헌신 덕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핵심 현지인 팀장 한 명이 사흘째 무단결근을 했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공장의 초기 멤버이면서 상당히 유능한 직원으로 평판이 나 있었다. 나이도 40세가 넘어 한국인 관리자인 박 과장보다는 15살이 많은 직원이었다. 가끔 지각하거나 결근하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부하직원들도 잘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새로 직원을 뽑아 보내면 얼마 못 가서 회사를 관두는 일이 잦아졌다. 그냥 있을 수 있는 일로 보았는데 상황이 심각해져서 부하직원들을 찾아가 '뚜'에 대해 넌지시 들어보았다. 현지어를 무난하게 할 수 있어 '인사문제'로 직원들과 쉽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뚜'씨 본인이었다. 개인의 실력은 정말 나무랄 데가 없었다. 작업의 양이나 질도 우수했다. 그런데 팀장임에도 부하에게 가르쳐주지도 않고 주변 동료들과도 거리를 두며 존재감만 과시하고 있다는 게 종합된 결론이었다.

그래서 따로 만나 그런 행동을 고칠 것을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면담, 회의, 교육 등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악의는 없는 것으로 보여 더 난감할 따름이었다. 할 수 없이 결론을 내렸다. 나름의 생존방식으로 일하며 습관으로 굳어져 더 이상 고치기 어렵다는 판단을 공장장에게 보고하고 사표를 받았다. 현지 노동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를 따른 직원들이 며칠간 항의하며 단체로 회사를 나가겠다는 등 '협박성 소동'도 벌였다. 그러나, 한 번 마음 먹은 것은 굽히지 않고 밀어붙였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니 직원들은 대부분 묵묵히 따랐고 대체된 직원들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전보다 생산성과 품질이 월등히 개선되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현지 직원들도 모두 뿌듯해 했다. 몇몇 직원들은 찾아와 '화이팅'하며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도 다짐했다.

숨 가쁘게 들은 이야기이다. 박수를 쳐 주었다. 그가 스스로 말하는 성공요인을 들어 보았다. 첫째, '노력'이었다. 입사 당시 산업이나 제품, 현장 이해가 부족했지만 1년이 지나자 서서히 적응했다. 현지어 실력을 기반으로 컴퓨터, 회계, 경영분석, 문제해결 등도 잘한다고 인정받았다. 교육이나 회의 등을 할 때도 고압적인 방식보다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며 현지 유머나 위트 등도 병행했다.

둘째, '든든한 상사'다. 처음에는 그도 적지 않게 걱정했다고 한다. 만에 하나 잘못되면? 박 과장 자기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었다. 마무리 되고 나니 상사(上司)들도 칭찬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힘든 경우가 있으면 걱정말고 도전하라고 했다고 한다. 잘못되면 "뒤에 내가있지 않냐"는 격려도 보탬이 됐다고 한다.
셋째, 그의 과묵한 성격이다. 연수기간 내내 지켜본 묵직한 박 과장의 스타일이 결정적 힘이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현지 직원들과 대화할 때 귀를 기울였다는 게 그 증거다. 현지인들의 의견을 듣고, 현지 직원들의 눈높이로 교육을 한 것이 힘이 됐을 것이라는 말에 박 과장은 흔쾌히 동의했다.

정리하고 보니 '글로벌성장통(成長痛)'이었다. 아픈 만큼 성장한 것이다.

우리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으로 앞으로 교류가 많아질 것이다. 미얀마와 거래하고 현지에 투자하려면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적지 않은 미얀마인들이 해마다 한국에 근로자로 다녀온다. 한류 등으로 한국을 우리보다 더 잘 알기도 한다. 그러니 이들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

미얀마뿐만 아니라 다른 동남아지역 청년취업자들의 부족한 현지어 실력도 문제다. 문화 이해도 부족해 현지인들과 소통이 안 돼 발길을 한국으로 되돌린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한 경우 현장에서 '왕따'도 당한다고 한다. 먼저 진출한 선배 기업인들의 '현지인 경시(輕視)'도 이제는 극복돼야 할 과제라는 데에 공감했다. 동남아! 이제 남은 마지막 시장이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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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8월 말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한다고 TV에 방송이 나왔다. 때맞춰서 미얀마에 있는 박현국 과장(가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3년여 동안 묵묵히 일하고 있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근황도 듣고 싶었다. 힘든 적이 없었냐고 물었더니만 주춤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출근했더니 현지인 직원이 찾아와 "마메이뚜(가명.이하 뚜) 팀장이 오늘 회사에 안 나왔습니다"라고 했다. 가끔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사흘째 결근했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2015년 8월에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YBM)'에서 1년간 현지 연수를 마치고 2016년 상반기에 입사했다. 박 과장이 취업한 '육대주'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경공업 제품을 생산한다. 저렴한 인건비가 강점인 미얀마의 노동집약 산업의 대표격이다.저렴한 노동 비용에 일의 숙련도를 높이면 그만큼 가성비(생산성)가 좋아지는 것이다. 현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에 이는 현장 관리자의 핵심 경영 포인트가 된다. 한국인 기술자들이 현지인을 채용해 교육·훈련 등으로 숙련도를 키우고 품질을 안정시킨 것은 선구자적 헌신 덕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핵심 현지인 팀장 한 명이 사흘째 무단결근을 했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공장의 초기 멤버이면서 상당히 유능한 직원으로 평판이 나 있었다. 나이도 40세가 넘어 한국인 관리자인 박 과장보다는 15살이 많은 직원이었다. 가끔 지각하거나 결근하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부하직원들도 잘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새로 직원을 뽑아 보내면 얼마 못 가서 회사를 관두는 일이 잦아졌다. 그냥 있을 수 있는 일로 보았는데 상황이 심각해져서 부하직원들을 찾아가 '뚜'에 대해 넌지시 들어보았다. 현지어를 무난하게 할 수 있어 '인사문제'로 직원들과 쉽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뚜'씨 본인이었다. 개인의 실력은 정말 나무랄 데가 없었다. 작업의 양이나 질도 우수했다. 그런데 팀장임에도 부하에게 가르쳐주지도 않고 주변 동료들과도 거리를 두며 존재감만 과시하고 있다는 게 종합된 결론이었다.

그래서 따로 만나 그런 행동을 고칠 것을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면담, 회의, 교육 등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악의는 없는 것으로 보여 더 난감할 따름이었다. 할 수 없이 결론을 내렸다. 나름의 생존방식으로 일하며 습관으로 굳어져 더 이상 고치기 어렵다는 판단을 공장장에게 보고하고 사표를 받았다. 현지 노동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를 따른 직원들이 며칠간 항의하며 단체로 회사를 나가겠다는 등 '협박성 소동'도 벌였다. 그러나, 한 번 마음 먹은 것은 굽히지 않고 밀어붙였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니 직원들은 대부분 묵묵히 따랐고 대체된 직원들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전보다 생산성과 품질이 월등히 개선되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현지 직원들도 모두 뿌듯해 했다. 몇몇 직원들은 찾아와 '화이팅'하며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도 다짐했다.

숨 가쁘게 들은 이야기이다. 박수를 쳐 주었다. 그가 스스로 말하는 성공요인을 들어 보았다. 첫째, '노력'이었다. 입사 당시 산업이나 제품, 현장 해가 부족했지만 1년이 지나자 서서히 적응했다. 현지어 실력을 기반으로 컴퓨터, 회계, 경영분석, 문제해결 등도 잘한다고 인정받았다. 교육이나 회의 등을 할 때도 고압적인 방식보다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며 현지 유머나 위트 등도 병행했다.

둘째, '든든한 상사'다. 처음에는 그도 적지 않게 걱정했다고 한다. 만에 하나 잘못되면? 박 과장 자기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었다. 마무리 되고 나니 상사(上司)들도 칭찬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힘든 경우가 있으면 걱정말고 도전하라고 했다고 한다. 잘못되면 "뒤에 내가있지 않냐"는 격려도 보탬이 됐다고 한다.

셋째, 그의 과묵한 성격이다. 연수기간 내내 지켜본 묵직한 박 과장의 스타일이 결정적 힘이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현지 직원들과 대화할 때 귀를 기울였다는 게 그 증거다. 현지인들의 의견을 듣고, 현지 직원들의 눈높이로 교육을 한 것이 힘이 됐을 것이라는 말에 박 과장은 흔쾌히 동의했다.

정리하고 보니 '글로벌성장통(成長痛)'이었다. 아픈 만큼 성장한 것이다.

우리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으로 앞으로 교류가 많아질 것이다. 미얀마와 거래하고 현지에 투자하려면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적지 않은 미얀마인들이 해마다 한국에 근로자로 다녀온다. 한류 등으로 한국을 우리보다 더 잘 알기도 한다. 그러니 이들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

미얀마뿐만 아니라 다른 동남아지역 청년취업자들의 부족한 현지어 실력도 문제다. 문화 이해도 부족해 현지인들과 소통이 안 돼 발길을 한국으로 되돌린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한 경우 현장에서 '왕따'도 당한다고 한다. 먼저 진출한 선배 기업인들의 '현지인 경시(輕視)'도 이제는 극복돼야 할 과제라는 데에 공감했다. 동남아! 이제 남은 마지막 시장이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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