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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홍콩 반정부시위 2개월…그들은 중국의 ‘유전자 개조’ 압박에 저항하고 있다

김경수 편집위원

기사입력 : 2019-08-24 01:30

홍콩의 반정부시위가 두달을 넘기고 있다. 시민들이 이토록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은 '홍콩의 자유 유전자'에 대한 중국정부의 '개조 압박'이란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홍콩의 반정부시위가 두달을 넘기고 있다. 시민들이 이토록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은 '홍콩의 자유 유전자'에 대한 중국정부의 '개조 압박'이란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홍콩의 자유 유전자’ 개조에 대한 두려움
형사사건 용의자를 홍콩에서 중국본토로 넘길 수 있는 ‘범죄인 인도’ 조례개정을 놓고 발생한 홍콩의 반정부시위가 2개월 넘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9일 ‘103만 명 시위’(주최 측 발표)이후 매주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집회가 발생하고 7월 이후는 경찰과의 충돌에 의한 최루탄 사용도 상시화 됐다. 8월5일에는 파업이 발동되어 철도·버스 운휴에다 홍콩공항 발착의 200편 이상의 항공기가 결항됐다.

‘범죄인 인도’ 조례개정이 2019년 2월에 정부에서 제안된 계기는 2018년 2월에 발생한 홍콩인 남자가 교제 중인 여성을 여행지인 대만에서 살해하고 홍콩에 도망치듯 돌아갔다는 사건이다. 범죄인 인도제도의 부재 때문에, 범인을 살인죄로 재판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기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조례개정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정치와는 무관한 이 사건이 통상적으로는 홍콩 전체를 아우르는 큰 문제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왜 이러한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발전했을까. 그것은 “용의자를 대륙에 인도 한다”는 것이 여러 가지 이유로 홍콩의 특징적인 ‘일국양제’란 통치방식을 훼손하고, 그 본연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홍콩의 ‘유전자 개조’가 된다고 경계했기 때문이다.

‘103만 명 시위’가 발생한 당일 홍콩신문 ‘명보’는 시위자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그들이 조례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로 ‘자신이나 가족 또는 친구가 대륙에 인도되면 걱정되니까’라고 응답한 사람이 56.2%나 됐다. 상당수 일반 시민이 대륙 인도를 직접 경험할 위험은 무엇일까. 아마 그 배경에는 원래 홍콩 그 자체가 ‘도망범의 거리’라고 하는 역사가 있다.
■ ‘일국양제’ 박탈은 ‘자유’의 박탈이란 시각

제2차 대전 이후 중국에서 국·공 내전에서 마오쩌둥의 극단적인 사회주의 독재통치로 정치·경제 혼란이 빈번했다. 기아와 박해를 면하기 위해 많은 난민이 대륙에서 영국령 홍콩으로 도주했다. 그러한 난민과 그 자손이 다수파를 차지하는 것이 지금의 홍콩이다. 난민은 물론 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어찌 보면 조국을 버리고 식민지에 몸을 던진 도망범이다. 2012년에는 베이징 대학교수가 방송출연 때 “많은 홍콩인은 개”라고 발언해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개’는 ‘서양인의 주구’라는 뜻이다.

이런 홍콩에 대한 냉랭한 시각은 최근 경제면에서의 홍콩 불필요론이 힘을 얻으면서 홍콩에 대한 동경이 감퇴하고 있는 대륙에서 강해지고 있다. 중국으로 보내지는 것, 애국심을 기준으로 재판받는 것은 홍콩인들에게 악몽이다. 과거 홍콩의 부모들은 아이를 꾸짖으면서 ‘나쁜 아이는 대륙에 보내질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 식민지 시절 홍콩정청은 중국공산당 성향의 활동가 등을 중국으로 추방한다는 ‘형벌’을 갖고 있었다.

홍콩에서는 과거에는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허용되지 않던 장사가 가능하며 지금도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허용되지 않는 반정부 활동이 허용된다. ‘피난처’로서의 홍콩은 대륙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활동을 실시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홍콩의 그러한 역할은 일원적, 경직적인 중국체제의 허점을 보완하는 중국으로서도 필수적이었다.

예를 들어 문화혁명 중 중국은 쇄국상태 속에서 외화의 획득 원으로 홍콩에 크게 의존했다. 이 때문에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홍콩을 “장기적 타산을 위해 충분히 이용한다”라는 방침을 세워 영국에 의한 식민지통치를 당분간 묵인한 것이다.

■ 관용 사라진 중국…강도 높아지는 압박

그러나 최근 중국정부는 홍콩의 특수성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고 있다. 2015년 말에 공산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륙에서는 발매금지 서적을 많이 팔아온 ‘퉁뤄안(銅灣) 서점’ 관계자 5명이 차례로 실종됐고, 대륙에서 공안에 체포되어 구금상태에 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그 중 1명은 홍콩에서 납치됐다고 의심 받고 있다.

이어 홍콩의 초고급 호텔에서 생활하던 대륙의 대부호 샤오젠화(肖建華) 밍텐(明天)그룹 회장이 호텔에서 실종된 사건도 2017년에 일어났다. 샤오젠화는 대륙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도 소식이 없다. 이 두 가지 사건에 대해서 중국 외교부 주 홍콩부 파견 직원은 5월 이후 법 개정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단적으로 납치의 합법화를 뜻한다.

이렇게 하여 홍콩은 안전한 ‘피난처’로서의 기능을 잃었다고 간주되었다. 퉁뤄안 서점 사건의 5명 중 1명인 구속경위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카메라 앞에서 죄를 자백하도록 강제된 것 등을 폭로한 점장 린룽지(林榮基)는 ‘범죄인 인도’ 조례개정안 심의가 시작되자 이미 홍콩은 안전하지 않다며 대만으로 이주했다.

■ 사법권 독립, 중립의 상실에 대한 불안감

‘범죄인 인도’ 조례개정 문제의 중요한 논점 중 하나는 홍콩 사법부의 독립상실이다. 홍콩사법부는 환수 후에도 영국식 ‘보통법’이 통용되고 외국적 법관들도 다수 재적한다. 법관임용은 독립된 위원회의 추천에 근거한다. 세계의 사법제도를 평가하고 있는 ‘World Justice Project’의 최신 ‘법의 지배지수’는 홍콩을 세계 126개국 중 16번째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법의 지배’는 민주주의를 결여한 홍콩에서 통치의 공평성·평등성을 담보했다. 영국 통치하의 식민지 홍콩은 대륙의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의 냉전의 최전선에 놓였다. 당국은 언뜻 보면 강권적 지배자로서 권력을 독차지하고 군림했지만, 실제로는 전후 아시아의 탈(脫)식민지화 독립이 진행되는 가운데 홍콩은 쇠퇴한 대영제국의 고립된 잔재에 지나지 않았다.

인구의 9할을 차지하는 화교 중에는 대륙의 공산당과 대만의 국민당에 이어지는 세력이 있는 정치문제의 처리를 잘못하면, 좌파·우파의 주민과 외부의 압력으로 통치가 흔들 수 있다는 지극히 어려운 지정학적 조건 아래에 홍콩은 놓인 것이다.

■ ‘법의 지배’ 죽음은 ‘자유의 죽음’이란 불안감

이런 가운데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홍콩정청이 택한 것은 ‘법의 지배’였다. 권력자부터 말단시민까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을 똑같이 묶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사법을 만들어 정치문제도 법원법에 따른 판단에 맡기면 정부는 좌파와 우파를 편파적으로 차별했다고 지탄받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비민주적인 식민지통치에 ‘법의 지배’가 수반되는 희귀한 현상이 전후 홍콩에서 생긴 것이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 조례개정으로 대륙의 인도요구가 이뤄질 경우 홍콩은 사법부의 독립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인도 요구가 중앙정부에서 이루어졌을 경우 응할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홍콩 법원이다. 공산당 정권이 자신이 강하게 적대시하는 인물에 대해 경제범죄 등의 혐의를 적용해 홍콩으로부터 인도를 요청할 경우 중국의 한 지방인 홍콩법원은 압력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 홍콩의 저항은 자유에 대한 방어

‘법의 지배’는 경제활동의 자유가 세계제일이라고 평가되는 홍콩에 있어서 필수 조건이었다. 막강한 정치세력을 배경으로 한 거대기업들도 난민이 맨주먹으로 이룬 영세기업들도 적어도 법에서는 같은 규정 아래서 공평하게 취급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산당이 지도하는 중국법원에 인도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긴다면 홍콩의 경제활동 언론활동 정치활동은 중국으로의 촌뜨기의 저항 정도로 여길 수 있다.

정부가 최소한의 룰만 정해 놓고 사회를 방임하고 무질서에 가까운 자유가 전개되는 홍콩의 특징이 상실되면 홍콩은 홍콩이 아니게 된다는 느낌은 누구든지 다 아는 홍콩영화 등에 친숙한 사람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홍콩시민은 상술한 바와 같이 겹겹이 ‘홍콩의 유전자 개조’라고도 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 조례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일어선 셈이지만, 자유를 위한 방어라는 홍콩시민운동의 유전자와도 깊은 관련성이 있다. 영국에서의 반환 이후에도 홍콩의 반정부 성향은 2003년에 ‘50만 명 시위’에서 국가안전 조례를 폐기로 몰거나, 2012년에는 ‘반 국민교육운동’으로 초·중·고교 애국교육의 필수화를 단념시켰다.

민주적인 행정장관의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2014년의 ‘우산 운동’은 성공을 하지 못했지만, 홍콩의 뭔가를 원하는 공격적인 반정부운동은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아래 시민들은 일치단결해 극렬 저항해 왔으며 대부분은 성공을 거둬왔다.

■ 시민단결이 중국의 압박 물리칠 수 있을까?

이번에도 2월 조례개정 제안 후 반대의 목소리는 각계에서 터졌다. 우산 운동 이후 두드러진 반정부 온건파 급진파 간 노선갈등은 갑자기 해소됐다. 오히려 민주화 문제에선 정부지지로 돌아서는 재계와 보수시민들까지도 반정부 측에 어느 정도 편을 들었다. 그 결과 반환 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시위를 실현시켜 정부를 고립시키고 법안개정의 심의중단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시위 참가자의 하나의 키워드가 된 것이 ‘Be water’라고 하는 말이었다. 물과 같이 융통무애로 변환을 자유자재로 해 상대를 현혹하는 전술이다. 매번 모양을 바꿔 실시되는 특정의 지도자 없는 시위는 실제로 정부를 크게 괴롭혔다. 이 ‘Be water’는 일찍이 홍콩영화의 대스타였던 브루스 리(이소룡)가 한 말이다.이런 곳에도 홍콩의 DNA가 나타난 것이다.

■ 홍콩의 반정부시위를 보는 베이징의 시각

이렇게 해서 반정부시위는 계속 되고 있다. 우산 운동이 79일 간 버틴 것처럼 시위 장기화도 또 홍콩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제 혁명의 말을 내걸고 통치방식의 대전환까지 요구하게 된 시위는 베이징 중앙정부와도 대치해야 한다.

이에 대한 중앙정부도 특유의 전략과 전술을 내세우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일부 과격파를 비난하고 고립시켜 시민들의 시위에 대한 반감을 키우며 시위자와 시민갈등을 만들고, 중도파의 다수파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전술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승리한 비결로 꼽히는 통일전선의 발상이다.

8월 들어 과격화 정도를 더하는 시위는 모종의 실패를 계기로 시민들이 반감을 가지게 되면 이 베이징의 시나리오에 따라 약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소매와 관광 등을 중심으로 홍콩 경제에 악영향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홍콩시민은 어디까지 급진화되는 시위를 받아들일까.

홍콩의 유전자 개조시도는 정부의 상상을 훨씬 넘는 저항을 낳았다. 그러나 홍콩의 저항운동이 베이징의 가예와 대결할 가장 어려운 국면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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