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의 예정 공연작은 실망감을 배가시킨다. 한 번 쯤 있음직한 공연으로 기억되고 폐기되어야할 사리넨의 <회오리>’(10월 3~5일, LG아트센터)가 성경이나 모범답안 처럼 간택되어 공연되고, 윤성주 안무의 <제의>(내년 6월 5~7일, LG아트센터)가 국립무용단의 대표작인양 비춰지기 때문이다. 전통과 위상을 위해서라면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안무작이나 <춤, 춘향>같은 모던한 클래식물 혹은 <시간의 나이> 같은 작품이 어울렸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감동을 미래의 전통으로 잇는 부단한 작품개발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립무용단은 '색동'을 파연(破演)시켰다. 무용단이 공연에 대한 거액 지원을 약속받고도 제작중단을 결정해야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최고 수준의 국립무용단에 대한 외부의 간섭과 입김 배제라는 단원들의 원칙이 받아들여진 결과이다. 단원들의 당연한 권리 주장이었지만 신작 상실은 기대감을 갖고 기다려온 관객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었다.
이런 연유로 국립극장은 공고 제2019-65호를 통해 공연활동의 진행, 예술성 향상 및 소속 단원의 예술적 기량 향상에 힘쓸 창의적이고 의욕적인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채용 공고를 발표했다. 응시한 후보자는 국립극장의 바람대로 국립무용단 안무작이 독자적으로 탁월한 작품성을 보이며, 외부와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우리 춤의 자존을 지켜낼 유능한 인재가 되어야 한다. 정년 이후의 직장 연장개념이 아닌 내부 승진 개념이면 더욱 좋다.
인사가 만사라고들 한다. 국립무용단은 그 동안 내부 승진을 통해서 예술감독이 내정된 전례가 거의 없다. 이제 자체 무용단 내에서 예술감독을 추대하고,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갈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낙하산 인사라는 말을 더 이상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공립무용단 가운데 수범을 보여야할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라는 자리는 작품 선정, 안무, 연출 등 모든 세세한 것에 이르기까지 수범적 본보기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무용수로서의 창의적 상상력이 두드러지는 가변적 능력, 안무가로서의 춤의 중요성 인지와 작품 직조력, 단원들의 기량 향상과 조화에 신경 쓸 줄 알아야한다. 한국 무용을 숭상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우리 춤을 국제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춤을 통한 국가의 문화발전, 대중의 호응을 통한 국립무용단의 명예 지키기, 명작 창출을 위한 격정적 의욕, 춤을 통한 사회봉사와 구태를 차단할 자기희생, 기꺼이 칭찬받을 준비도 되어있어야 한다.
새롭게 태어날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자신이 한국 무용계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며, 국립무용단의 춤 발전을 위해 헌신과 봉사를 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넘보는 자리’・‘구태가 엄습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켜내는 자리’가 되어야한다. 임권택의 <서편제>는 박사학위가 넘어서는 열정이 만들어낸 것이다. 모쪼록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선임은 ‘안 되면 말고’가 아니라 ‘절실하고’ ‘꼭 되고 싶은’ 적임자가 되었으면 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