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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김운미 쿰댄스컴퍼니 3・1 운동 100주년 기념공연 '울림'…그날의 느낌을 무대로 불러온 히스토댄스 세 편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기사입력 : 2019-08-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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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안무의 '결의'. 사진=옥상훈 제공
숨 쉬는 어딘들 아픔 없던 곳 있었더냐/ 바람 불 때 마다 아리던 마디마디/ 울음 그치기도 전 다시 내민 총칼/ 최면에 걸렸던 평화 냉혹한 현실을 자각한다/ 시대의 아픔 무엇으로 동참할소냐/ 늘 반복하는 ‘힘을 기르소서’/ 도성이 아수라장이라 깨어날지어다 백성이여/ 그날의 결기와 뜨거운 함성을 뿌려/ 기억하고 기
억하며 무궁영화로 뜨거워질 조국이여

잡목(雜木)이 옥토를 탐낼 지음, 묵간(墨間)은 경고의 화두로 ‘울림’을 내건다. 무대라는 한지(韓紙) 위에 굵게 춤 정신을 써 내려가며 쿰댄스컴퍼니의 중견 세 안무가들은 전사적 투지로 ‘보고’, ‘냄새 맡고’, ‘들은’ 그날의 역사적 의미를 오늘에 예증시켰다. 그날의 ‘울림’은 만행을 정(釘)한 광복의 전조였다. 74년 광복의 뜨락에서 느끼는 <울림>은 춤 가치를 고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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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안무의 '결의'. 사진=옥상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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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안무의 '결의'. 사진=옥상훈 제공

최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독립운동의 결연한 의지와 희생을 오늘에 되살린 김운미 쿰댄스컴퍼니(예술총감독 김운미 한양대 무용과 교수, 대표 서연수)의 ‘3・1 운동 100주년 기념 기획공연’ <울림>은 이십여 년 간 무용단이 추구해온 역사적 지조의식을 드러낸다. ‘울림’은 문희철 안무의 <결의>, 서연수의 안무의 <항거>, 최진욱 안무의 <파장>으로 구성된다.

당시의 시대상을 조망하며 몸 문화적 미학적 가치를 추구한 작품들은 서로 유기적 조화를 이룬다. 세 장(場)으로 구성된 세 안무가의 개별 작품들은 <울림> 속에 용해되어 커다란 하나가 되었다. 전통이라는 큰 틀 속에 창작력을 앞세우고 보편적 기교를 앞서는 현대적 감각과 악가무를 배분한 구성은 장(場) 제목의 의미를 적절하게 강박적으로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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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안무의 '결의'. 사진=옥상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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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항거'. 사진=옥상훈 제공

문희철(국가 무형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이매방류) 이수자, 국립국악원 문화학교 승무・한량무 지도교수) 안무의 <결의>는 침묵 속의 외침을 시각 속에 담는다. 한반도라는 모판 위에 모인 삼인, 과거와 현재를 담당한 그들은 자신들의 희생과 각오를 제단에 상재한다. 검정색 제의(祭衣)의 결연한 의지는 수호신(박진영, 빨강 무녀복의 무녀)으로 부터 보호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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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미(쿰댄스컴퍼니 예술총감독, 양대 무용과 교수)

‘울림’의 시원은 정신이다. 검정, 하양, 빨강이 조화를 이루는 침묵, 도도한 역사의 긴 흐름 속에 포착된 모습, 그 속으로 밀려오는 수많은 외침이 있다. 결의는 침묵에서 의로운 외침을 견인한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도출된 단합은 침묵을 넘어 한없이 독립을 부르짖으며 <울림>의 시작을 다각도로 표현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결의는 자신이 아닌 ‘나라’를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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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항거'. 사진=옥상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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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항거'. 사진=옥상훈 제공

서연수(한양대 겸임교수)의 안무의 <항거>는 여성독립운동가 아홉 명의 항거 모습을 표현한다. 그들은 그날의 울림과 정신을 상징하는 향(香)단지를 들고 등장한다. 그 날을 떠올리면 만세의 파장이 피어오른다. 숨 쉴 수 있고, 살아있음에 외칠 수 있었다. 살고 싶었기에 일어설 수 있었고 서 있음에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 날의 잔향을 맡으며 그 울림을 되새긴다.

숨을 통해 항거 소리가 들려온다. 생명은 숨이고, 향은 항거하는 유관순과 연결된다. 아홉 여성 무용수들은 향단지를 열고 그 향기를 머리카락에 바른다.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는 머리카락을 묶고 땋으면서 표현된다. 거꾸로 보이던 모습에서 머리카락을 뒤로하고 고개를 힘껏 젖히고, 향단지의 향을 바르고, 머리카락을 땋으면서 강한 항거의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 군무는 ‘항거’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함을 다시 한 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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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항거'. 사진=옥상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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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항거'. 사진=옥상훈 제공

최진욱(경기도립무용단 상임안무가) 안무의 <파장>은 청각 속에 명제를 담는다. 향냄새가 징의 파장으로 연결, 확장된다. 시제는 과거와 이어진 현재이다. 지금도 가장 많은 울림을 주고 있는 악기 ‘징’에 유골함 아홉 개가 담긴다. 역사를 지켜본 전통, <파장>은 그들의 정신과 희생적 운동이 있었기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현대인들에게 알린다.

한 세기 전의 울림이 파장을 통해 지금의 순간을 기린다. 징을 모자처럼 쓴 무용수들이 그날의 그 순간을 기억해낸다. 사물의 주악기인 징, 북, 뀅가리, 장고는 전투적 무기의 대응이다. 기억해야 할 소리, <파장>은 우리가 기억하며 살아가야 할 이유와 시간을 말해준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 향단지는 '유골함'의 의미로써 지금의 기억이 후세에도 이어지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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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욱 안무의 '파장'. 사진=옥상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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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욱 안무의 '파장'. 사진=옥상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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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욱 안무의 '파장'. 사진=옥상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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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욱 안무의 '파장'. 사진=옥상훈 제공

쿰댄스컴퍼니의 <울림>은 문사철(文史哲)을 존중하면서 한국무용사에 작은 탑을 쌓아 올리는 논리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실과 역사에 대한 안스러움이 묻어나는 작품은 장 사이의 균형을 이루면서 서로를 보완한다. 동 시대에 명작을 생산하는 것은 예술가들의 책무이다. 주제를 공유하며, 춤 문화의 가치를 높혀가는 것은 문사동(問師洞)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울림>, 시대의 앞날을 예견한 시의적절한 공연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장석용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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