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업계는 일본의 공세에 맞서 라이벌 업체끼리 손잡고 협력하는 '적과의 동침'에 적극 나서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경쟁업체 LG화학, 삼성SDI 등으로부터 요청이 있으면 자사 핵심기술인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을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경쟁업체에서 요청하면 수급상황을 고려해 공급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리막 공급 문빗장을 경쟁업체에 여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국내 업체 간 공조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분할 설립한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통해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규모의 고품질 리툼이온배터리분리막(LiBS)을 생산하고 있어 배터리 분리막 자급이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일본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까지 규제 품목을 확대한다면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한 경쟁업체는 배터리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국익차원에서 그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에너지·화학기업 OCI도 지난 4월 포스코케미칼과 제철부산물을 활용한 화학 분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업체는 MOU를 통해 석탄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OCI 관계자는 "산업용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비롯해 카본소재 원료인 소프트피치,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강화 플라스틱 등 소재를 생산할 방침"이라며 ""기초소재와 화학분야에서 두 업체의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하면 국내외 시장 개쳑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과의 동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영원한 맞수 애플과 ‘TV 동맹’을 맺었다. 삼성 신제품 TV에 애플 ‘아이튠즈 무비&TV쇼’(비디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와 ‘에어플레이2’(애플 기기에 저장된 음악, 영상 등을 외부 기기와 연동하는 기능)를 탑재한 것이다.
삼성은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워 날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로부터 글로벌 TV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7년여 간 치열한 법정싸움을 벌여왔던 껄끄러운 상대인 애플과 전략적 동맹한 택한 것이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