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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소프트뱅크, 유니콘 75개사에 1000억 달러 투자

한국 쿠팡에 30억 달러 투자…일본 기업엔 투자 '全無'

김길수 기자

기사입력 : 2019-07-09 10:00

소프트뱅크G 비전펀드는 그동안 전 세계 급성장 유니콘기업 75개 사에 약 1000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자료=소프트뱅크이미지 확대보기
소프트뱅크G 비전펀드는 그동안 전 세계 급성장 유니콘기업 75개 사에 약 1000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자료=소프트뱅크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G 비전펀드는 그동안 전 세계 급성장 유니콘기업 75개사에 약 1000억 달러(약 118조500억 원)를 투자해왔다.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손 회장은 한국 기업에 대한 가치 투자를 거론하며 장래 좋은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손 회장의 비전펀드는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에 2015년 1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등 한국 기업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손정의 회장도 절대적으로 투자를 꺼려하는 곳이 있다. 바로 소프트뱅크의 거점이 자리한 일본기업이다. 손 회장은 '전 세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도, 왜 일본기업에는 투자를 망설였을까?' 이에 대해 글로벌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일본기업에는 선택의 여지가 적기 때문일 것"이라는 견해가 따른다.
미국의 시장 조사업체 CB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미국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유니콘기업이 179개에 달하며, 중국은 93개, 인도는 18개 있다. 하지만 일본에는 불과 2개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면 '워크맨'과 '로봇'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일본은 왜 가치있는 신생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려면 상당히 복잡하다. 다만, 일본에 혁신의 씨앗이 적은 것이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신흥 기업을 위한 시장 '마더스(코스닥에 해당)'의 상장 기준은 매우 느슨하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면 125만 주 이상의 유통 주식 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마더스는 2000주면 가능하다. 이는 창업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신생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모으는 것이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실제 증시 상황에 맞추어 쉽게 풀이하면, 상장 시 기업 규모가 클수록 기관 투자자로부터 손쉽게 자금을 모을 수 있어 한층 더 성장할 공산이 크지만, 반대로 기업 규모가 작다면 조달액도 작아져 기업 성장에 한계를 안겨주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배경은, 미래의 성장을 꿈꾸는 대다수의 중소기업에게는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다.

마더스 지수를 구성하는 283개 종목 중 96%의 시가 총액은 10억 달러에 못미친다. 나스닥에서는 이 비율이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기업을 배제하는 이유를 간파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년간 상장한 일본의 유니콘기업은 중고물품 거래앱인 '메루카리'와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명함 관리 서비스 스타트업 '산산(Sansan)' 단 2개 업체에 불과하다.

특히 메루카리는 지난해 6월에 신규주식공개(IPO)를 통해 주식의 약 3분의 1을 처분, 12억 달러를 확보하면서 마더스 시총 톱을 기록했으며, 상장 직후 공시 가격인 3000엔에서 최고 5340엔까지 치솟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 후 메루카리는 끊임없는 하락세를 거듭해 7월 5일 현재 2885엔으로 4%가량 줄어든 채 머물러 있다.

산산은 지난달 상장 후 33% 정도의 성장세를 기록했는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메루카리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해 투자를 꺼리는 눈치다. 이 때문인지 실제 산산의 주가는 7월 들어 계속 하락세를 타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일본의 유니콘기업은 인공지능(AI) 개발 업체 프리퍼드 네트웍스(Preferred Networks)와 가상화폐 거래소 리퀴드 그룹(Liquid Group) 2개사인데, "손정의 회장도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 어떻게 투자를 할 수 있는가"라는 평가가 따른다.

일본 국내 신생 기업들은 규모가 작더라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상장을 서두르게 되고, 서두른 결과 모집 자금은 푼돈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매력적인 선택사항이 없기 때문에, 손 회장과 같은 투자자는 벤처캐피털 자금을 국외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일본 사회가 가진 독특한 특징을 들 수 있다. 일본의 대졸 젊은이들은 불안정한 중소기업보다는 도요타자동차와 미쓰비시 등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애쓰고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와 달리 일본의 신흥 기업 창업자들은 자금 요청에 대한 태도가 매우 소극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묶어 "이노베이션(혁신)의 발목을 붙드는 일본의 문화적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일본기업에 대한 투자가 정체되었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지난해 일본의 벤처 자금 조달은 35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수치를 넓게 해외 기업과 비교하면, 지극히 미미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같은 기간 10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결국 이처럼 35억 달러에 안주하는 문화적인 문제가 메루카리와 산산 등 유니콘기업의 추가자금 확보에 걸림돌이 되며, 성장에 치명타를 줄 것은 자명하다.

그래도 아베 정권은 2023년까지 유니콘기업을 20​​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경제 규모로 보아 이 정도 목표는 그리 힘들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반혁신적인 문화가 존재하는 한 현재의 10배 가까운 목표는 "욕심에 불과하다"고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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