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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만족도와 質은 '대안'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64회)] 대안이 관건이다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19-07-10 14:36

사람은 상호작용에서 보상을 얻는다. 사랑받는 느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감정에서부터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유형의 경제적 도움에 이르기까지 보상은 다양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사람은 상호작용에서 보상을 얻는다. 사랑받는 느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감정에서부터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유형의 경제적 도움에 이르기까지 보상은 다양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 관계 중에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처럼 인위적으로 끊을 수 없는 것도 있다. 또한 젊은이들의 데이트처럼 양측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면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것도 있다. 대부분의 사회적 관계는 쉽고 어려움의 차이는 있지만 와해될 수 있다는 암묵적 전제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는 보기보다 더 미묘한 원칙, 즉 암암리에 정교한 계산에 의해 유지되거나 와해된다.

사회적 관계에 관해 가장 영향력 있는 설명을 해주는 것이 소위 '사회적 교환(交換) 이론'이다. 이 이론은 파트너들이 주고받는 보상(報償)과 비용(費用)을 분석해서 사회적 관계의 유지나 와해를 설명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우리에게 가장 많은 보상을 줄 수 있는 파트너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또한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상호 관계를 조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상(rewards)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도 파트너에게 주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상호성(相互性)'의 규범을 익혀왔다. 우리에게 주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우리도 주어야 한다. 만약 누군가 우리를 도와주었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그를 도와주어야 한다.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느낀다. 만약 누군가를 파티에 초대했다면 그가 우리를 초대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사회적 상호작용은 다른 말로 하면 파트너들끼리 서로 교환하는 과정을 일컫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탄생 순간부터 사람과 관계
관계 중에는 부모와 자녀 관계처럼
인위적으로 끊을 수 없는 것도 있어


한 사람이 상호작용에서 얻는 것은 모두 보상으로 볼 수 있다. 사랑받는 느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감정에서부터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유형의 경제적 도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이나 보상이 될 수 있다. 물론 한 사람에게는 매우 큰 보상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적은 보상이거나 보상이 아닐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 이론에서는 사랑, 돈, 지위, 정보 등 다양한 보상을 두 차원으로 분류한다. 먼저 '개별성(個別性)' 차원은 한 종류의 보상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의 여부는 누가 그것을 제공하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랑은 누가 주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특히 포옹이나 다정한 말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사랑은 매우 개별성이 높은 보상이다. 반면에, 돈은 누구에게서 받았느냐에 상관없이 유용하다. 따라서 돈은 개별적이기보다는 보편적인 보상이다. 특정한 관계가 매우 특수하다고 말할 때에는 그 관계는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독특하거나 특별한 보상을 준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차원인 '구체성(具體性)'은 보거나 만질 수 있는 분명히 실재하는 보상인지 또는 충고나 사회적 인정과 같은 상징적이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보상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보상과 같은 실재적 보상을 더욱 가깝게 체감할 수 있다. 그래서 농담으로 "고맙다는 말로 때우려고 하지 말고 돈으로 달라"는 말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존경과 인정처럼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도 때로는 돈보다 더욱 중요하고 소중할 수 있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건다'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이다.

비용(costs)은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결과이다. 어떤 관계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이 될 수 있다. 또는 갈등을 많이 일으키거나 다른 사람이 그 관계를 인정하지 않거나 그 관계 때문에 비난을 받는다든지 하는 것들이 다 비용이 될 수 있다. 또는 어쩔 수 없어서 특정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경우, 더 보상이 많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도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은 사람들이 자신이 맺고 있는 특정한 관계나 상호작용에서 지속적으로 보상과 비용을 계산한다고 가정한다. 사람들이 이런 계산을 드러내놓고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금전출납부처럼 개개의 보상과 비용을 계산하고 기록해 두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비용과 보상을 암암리에 알고 있고 손익(損益)을 계산하고 있다. 특히 개별적인 사안에서 얻는 보상과 비용 외에 관계에서 얻은 전반적인 보상과 비용을 의식하고 있다. 가끔 특정 사회적 관계에 대해 "손해 본 장사였다"라든지 "얻은 게 많았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특정한 관계에서 얻은 이익 또는 손해에 대해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증거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특정 관계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즉, 특정 관계의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이 기준에 의해 평가된 결과가 관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강력한 기준은 그 관계가 유익했는지의 여부이다. 예를 들면, 철수와의 대화는 부정적이고 불쾌한 경험이었지만 반면에 창수와의 대화는 유익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철수와의 관계를 끊고 창수와 관계를 맺을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은 관계들 간의 비교이다. 현재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나 알고 있는 관계와 다른 관계를 비교하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 쉽고 어려움 큰 차 있어
암암리에 정교한 계산에 의해 유지
'보상과 비용' 분석해서 유지 설명


결국 관계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데는 두 가지 중요한 기준이 있다. 하나는 '비교수준'이다. 이것은 한 개인이 자신이 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결과의 질을 반영한다. 예를 들면, 연인관계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받아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대우나 만족의 수준이다. 우리의 비교수준은 특정 관계에서의 과거 경험을 반영한다. 예를 들면, 현재 데이트 상대를 과거의 데이트의 경험에 비추어 평가한다. 비교수준은 수용할 수 있는 관계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적인 믿음이다. 물론 우리의 비교수준은 새로운 경험을 함으로써 변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주요한 기준은 '대안(代案)에 대한 비교수준'이다. 이 비교수준은 현재 우리에게 가능한 다른 대안에 비교해서 현재의 관계를 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한 관계가 절대적인 의미에서 비용보다 이익이 더 많다고 하더라도, 만약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그 관계를 떠날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사귀고 있는 이성(異性)을 데이트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적 상대와 비교해보는 것이다. 만약 지금의 상대에게 만족하지만 더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당연히 관계를 떠날 것이다.

반면에, 현재의 관계가 불만족스럽다 하더라도 더 좋은 관계를 맺을 대안이 없다면 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특정한 관계의 지속 여부는 그 관계에서 얻는 이익과 비용에 달린 것이 아니다. 현재의 관계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의 여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상대를 더 배려하기보다 상대방의 대안을 막는 책략을 사용한다.

사회적 상호작용 이론은 비단 좁은 의미의 관계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관계를 선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상황에도 응용할 수 있다.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에 흥미를 잃어가거나 부동층이 많아지는 이유는 대안부재라는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정당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용보다는 보상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정당이라고 하더라도 불만족스런 행태를 보이거나 점차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불만족 수준이 높아져간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성향과 이익을 더 잘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있다면 당연히 기존의 정당과의 관계를 끊고 지지하는 정당을 바꿀 것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분류를 기초로 하는 양당체제에서는 자신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을 선택할 대안의 부재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리거나 불만족 수준이 높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같은 이념을 표방하더라도 다양한 대안적 방안을 마련해야지만 국민들의 정치적 소망을 충족시켜주고 현실에 만족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결국 관계의 만족과 질(質)은 대안의 존재 여부이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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