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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참나' 찾아가는 구도여행…동시대 절망을 헤세적 상상으로 풀어낸 장혜주 안무의 '자'(Knock Knock Kn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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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자'(Knock Knock Knock)
우주를 유영(遊泳)한다/ 유연의 사구(砂丘)는 유자 향을 빨아올린다/ 선홍의 햇살이 가득 떨어지는 날/ 길을 나서기로 한다./ 햇살은 쪼개어져 부채 살로 발을 내리고/ 육면은 찰진 보호막을 친다./ 비파를 타는 여인이 되기도 하고/ 하얀 나비가 되어 꽃을 보다듬어 보기도 한다./ 햇빛 가득한 들판을 꿈꾸며/ 조심스럽게 알을 깨고 나오는 아침/ 무지개가 반기고 있다

6월 8일과 9일(일) 성남아트센터(예술감독 박명숙) 앙상블시어터에서 공연된 <자・아・도・취>에서 장혜주(예술단체 ‘링카트’ 대표) 안무의 '자'(自, Knock Knock Knock)는 '데미안'에서의 새의 탄생과 자신을 대비시키면서 지나온 자신의 발자취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불안을 털어낸다. 그녀는 세련된 춤 연기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다.
'자'(自, Knock Knock Knock)는 나르시즘의 대면 이후를 떠올린다. 신비를 만들어내면서, 우주적 모험을 즐기는 장혜주의 몸으로 풀어낸 '데미안' 후서는 담론 창출의 전향적 교본이 되었다. 장혜주 독무의 '자'는 비평이 파고들 틈이 거의 없는 이론적 근거와 고도의 진지성을 견지한 춤 연기로써 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을 정도로 관객을 압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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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자'(Knock Knock Kn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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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자'(Knock Knock Knock)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자'를 휘감는다. 낯선 세계와의 만남은 자아실현의 확장이다.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며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자'는 때때로 내면을 통한 자기실현과 비상을 위해 스스로 전의(戰意)을 불사르며 아프락사스가 될 것을 주장한다. 현재와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안고 있는 자들에게 쓴 '자'는 조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희망교과서이다.

100년 전, 헤세는 '데미안'에서 명시를 선보인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Der Vogel Kaempft sich aus dem Ei.). 알은 곧 세계이다(Das Ei ist die Welt.).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Wer geboren werden will, muss eine Welt zerstoeren).그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Der Vogel fliegt zu Gott.). 그 신은 아브락사스이다(Der Gott heißt Abrax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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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자'(Knock Knock Kn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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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자'(Knock Knock Knock)

막이 열리면 왼 편의 다면의 구조물 하나가 눈에 띈다. 움직임이 가능한 철골 구조물에 실들이 엮어있다. 틀 안의 실루엣 위주의 움직임이 보인다. 알 안에서 음악과 어우러져 공간을 탐험하기도 하고, 고무줄(실)의 탄성을 이용한 움직임이 진행되다가 구조물을 뚫고 나온다. 구조물 안에 있을 때의 의상은 스킨톤으로 몸의 형태가 드러난다. 구조물 밖으로 나왔을 때의 의상은 감겨있던 주름소재의 천을 풀어내고 하나의 소품처럼 구조물과 연결되어 바닥에 남는다.

'자'에서 실은 의상의 재료이며 '자아도취'의 네 축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작품은 인간의 탄생과 성장, 자기실현을 이루는 과정을 나비의 변태과정에 비유한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될 때, 제 몸 보호를 위해 실을 토해 몸을 감싸며. 고치가 되고, 번데기가 나비로 변할 때 고치를 뚫고 밖으로 나온다. 실은 스스로를 위한 방어체이자 성장 후에 남게 되는 자취이다.

'자'는 '알'(egg), '내가 마주친 세상'(floor), '비상'(standing)의 세 개의 장(場)으로 구성된다. 1장; '알'(egg); 엄마의 자궁 속으로 묘사되는 알 안에서의 실은 엄마와 연결된 탯줄의 상징이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에서 뭔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고무줄이 늘어지는 듯한 소리가 섞여있다. 처음엔 그곳이 어딘지 탐험하며 노닐다가 점점 조여 오는 답답함에 탈출하게 된다.

2장. '내가 마주친 세상'(floor); 넓은 세상을 향해 알을 깨고(온 몸을 감싸고 있던 누에고치를 벗어던지고) 나왔지만, 아직 마음대로 몸을 일으켜 세울 수도, 걸을 수도 없다. 타악의 단순한 비트가 변주되며 불완전한 상태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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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자'(Knock Knock Knock)

날아오르고픈 내면의 욕구가 일렉트로닉 소리로 멀리서 들려온다.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며 다시 몸을 추스르고 차근차근 걸음마를 떼어본다. 레이저 조명은 완전한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였을 때 까지 구획되어지고, 무빙라이트는 일어서라고 채찍질 하며 따라다닌다.

3장; '비상'(standing); 무수한 날개 짓에 버금가는 움직임 끝에 여인은 드디어 걸음마를 떼고 직립을 하게 되고, 비상하고자 한다. 피아노 건반의 정갈한 소리가 밝은 미래의 느낌을 준다. 마지막 빛은 미래지향적 열린 결말의 길을 안내한다.

'자'는 사색하는 춤 철학자 장혜주가 동시대의 절망적 우울을 헤세적 상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전시나 다름없는 현 상황에서 그녀가 몸으로 그려내는 희망의 빛은 통통 튀는 고무알처럼 향방을 몰라 두려워하지만 순수라는 무기를 소지한 새(인간)는 운명을 잘 개척해나갈 것이다. 잘 짜낸 실로 만든 '자'는 탁월한 춤 연기로 현대무용계의 하나의 빛이 되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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