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할 때 어떤 기술을 적용할 것인 지는 선주가 결정한다. 선주와 조선사가 건조계약을 할 때 선박의 용도, 크기, 적용되는 기술, 심지어 창문 크기까지 선주 입김이 미치는 않는 곳이 없다.
◆ 외면 받는 대우조선해양의 LNG 화물창 기술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기술은 자타공인 세계 1위다. 다만 건조할 때 LNG화물창 설계는 GTT라는 프랑스 설계업체 전문기업이 전담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건조되는 모든 LNG운반선에 적용하는 화물창 설계기술은 GTT가 처리했다.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운반선 가운데 한국 조선사가 수주한 점유율은 84%(54척)이다. 이 말은 GTT의 LNG화물창 설계기술이 전세계에서 최소한 84% 이상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선주들은 GTT 기술을 신뢰한다.
◆ 여전히 선호되는 '부분'재액화 기술
이와 비슷한 사례로 LNG운반선에 적용되는 재액화 기술이 있다. LNG화물창은 아무리 밀폐된 환경이라도 LNG가 하루에 조금씩 기화돼 유실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재액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기화되는 기체를 다시 액화시켜 LNG화물창으로 돌린다. 모든 기체를 LNG화물창으로 회수하면 ‘완전’재액화 기술이고 일부만 회수하면 ‘부분’재액화 기술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완전’ 재액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적용해 선박을 건조했다.
건조한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주들은 ‘부분’재액화기술을 선호한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4일에 수주했다고 밝힌 LNG운반에는 ‘부분’재액화 시스템이 탑재된다. 최신기술(완전 재액화 시스템)의 적용사례가 많지 않아 선주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항상 최신기술이 적용되고 소비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 핸드폰(전자산업) 같은 경우와는 다르게 조선업은 철저히 보수적이고 검증된 방향으로 선박 기술이 발전해 나간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