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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두 글자 차이로 수억원을 날릴 뻔한 아찔함

당황과 황당, 그리고 안도감

기사입력 : 2019-05-22 06:53

"회사의 업무로 지역의 시(市)청사를 방문하는 날이다. 새 건물을 건축하는 일로 허가를 받으러 간 것이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허가를 못해 준다는 것이다. 부지의 용도가 허가 기준에 맞질 않는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에 현지 공단개발업체에게서 목적에 맞게 분양 받은 땅이었다. 당황스러움을 넘어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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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한 때 ‘당황과 황당’의 의미 차이가 재미있게 오간 적이 있었다. 미묘한 작은 차이가 있는 이 두 단어의 경우가 딱 맞는 사건이다. 이 일을 당한 주인공은 베트남의 하노이·호치민 지역에서 기업의 발주로 업무용 건축물을 지어 주기도 하고 일반 분양도 하는 한국회사 직원이다. 지난 4월 말에 출장길에 만나 들은 일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10여 년 만에 급성장을 했다고 한다. 본인은 입사 1년밖에 안 됐지만 현지법인의최고의사결정자인 법인대표와 직접 보고채널로 두고 일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베트남 경제의 성장의 기반이 되는 공단에서 공장·물류·업무 등의 시설을 건축하기에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특히 대개의 업무들이 공단 입지, 도로·항만·공항 인프라 등의 지리적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지 물색, 공장이나 관련시설 건축, 주변 인프라 조성 등으로 이어지기에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 공무원들과 교류가 많은 특징도 있다고 한다.

그 날도 법인대표가 직접 부지매입 계약을 하고 넘겨 준 업무라 별 생각없이 찾아가 들은 말이어서 그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용도'의 차이는 주변 시설물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사업 시작단계에 한 치의 오차도 있으면 안 되는 일이다. 전혀 다른 용도라고 말을 하니 당황스러움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하나 따져보았다. 매입 당시의 서류도 찾아보고, 현지 공단부지를 분양한 현지 업체의 신문과 인터넷 홍보용 자료도 찾아보았다. 분양회사에다 근거를 보이며 따졌더니 모르는 체 했다. 본인들이 저질러 놓은 일인데도 무책임한 발언만 계속했다. 당황스러움이 ‘황당함’으로 이어졌다. 하소연 할 데도 없었다. 그냥 계속 모르쇠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정작 문제는 최종 허가권을 쥔 공무원이 설득이 안 되고 그냥 가면 이 프로젝트가 무산될 게 뻔하다는 점이었다. 부지 크기는 서울 잠실의 올림픽 주경기장 보다 조금 더 큰 3만평 규모이다. 금액도 현지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크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겠지만 최악의 경우 용도를 시정부가 말하는 대로 바꾸어 건설,분양하면 수익성이 반토막이 난다. 회사가 차별화된 사업 분야에 맞는 부지를 확보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문제가 된다. 신경쓰느라고 다른 기회도 놓칠 게 뻔해 보인다.

차분히 법인대표와 관련 직원들과 의논해 보았지만 앞서 언급한 상황을 넘질 못했다. '언더머니(Under the Table Money)'를 들이밀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현지에서 일이 막히면 일종의 급행료이자 뇌물로 해결하면 된다고 많이 들어오던 터였다.

그러던 중에 지난 1년간 대우의 Global YBM(청년사업가) 연수과정에서 배운 것이 문득 떠올랐다. 먼저, 힘들게 배운 직무교육의 ‘계약관리 실무’ 교재를 열어 보았다. 좌우를 챙겨보아도 오로지 분양 담당자의 실수만 남았다. 다른 소리도 떠올랐다. "현지인을 한국과 비교해 보지 말라. 후진국이고 소득이 낮아 부정부패가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지 말라. 오히려 나를 도와주는 협조자로 만들어라. 꾸준히 소통하며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라. 다 같은 사람이다. 오히려 한국보다 더 유연성이 있을 수도 있다, 잘 안되는 것도 한국기업의 일이라면 성사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하는 활약이 대단히 크기에 우호적일 수도 있다" 는 말들이었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을 다시 찾았다. 상급부서와 지역 인민위원회도 찾아다녔다. 분양회사의 담당자를 탓하기보다 우리 사업의 성격과 불가피성, 주변 한국기업들의 입주 활성화 등으로 베트남 경제에 도움이 되는 측면으로 설득해 나갔다. 자국민의 실수만 강조하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메일과 전화로만 수십 통, 수십 번을 통화했다. 오가는 거리로 3~4시간이 걸리는 길을 5~6번 찾아 다녔다.

지난해 10월부터 그렇게 뜨거운 날을 보낸 6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에 연락이왔다. 일부 보완을 전제로 원하는 대로 허가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멋진 감격의 한 순간이었다. 당장 한 걸음으로 달려가 서류도 받고 감사의 표시를 하고 나왔다. 그렇게 뜨거운 날을 보내고 나니 6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중요한 것을 몸으로 배웠다. 현지인 존중의 커뮤니케이션, 실수의 가능성을 대비한 관공서 관련사항의 확인절차 등이었다.
대우의 'Global YBM'과정을 통해 1년 동안 힘들게 배운 베트남어 공부도 톡톡히 한몫을 했다. 만나고 설득해 가는 과정에서 "어떻게우리 베트남어를 그렇게 잘 하느냐"는 말도 들었다. 진정성 있는 소통과 '당신 나라에서 함께 하겠다'는 존중의 자세가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베트남 생활 초기부터 들은 '언더머니' 관행을 피했다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해결됐다면 '기회의 땅' 베트남을 영원히 부정으로만 보고 있을 것이다. 담당 공무원과도 친하게 지낸다는 말에 모든 어려움을 넘긴 성취감이 묻어있었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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