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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커피와 숭늉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기사입력 : 2019-05-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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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득한 옛날부터 숭늉을 마셔왔다. 솥으로 밥을 짓고 나서, 뜸을 들이면 솥바닥의 밥이 갈색 누룽지가 되었다. 이 누룽지에 물을 붓고 다시 끓여서 숭늉을 만들었다.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는 우리보다 물을 훨씬 많이 넣고 밥을 짓는다. 우리가 쌀과 물의 비율을 1:2로 하는 데 비해, 그들은 1:4의 비율로 한다. 그렇게 쌀을 끓인 다음에, 쌀이 부풀면 물을 퍼내고 다시 쪄서 먹는다. 그러면 숭늉이 생길 수 없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밥 짓는 방법이 비슷하지만 솥을 고정시켜놓지 않기 때문에 밥을 푸고 남은 것을 그대로 버린다고 한다. 숭늉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에서 숭늉을 마시는 유일한 민족은 우리뿐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짠 발효음식을 반찬으로 밥을 먹으며 살아왔다. 배추김치에는 3∼6%, 짠지와 절인 생선에는 20%의 염분이 들어 있다. 젓갈은 염분이 20∼40%나 된다.

그래서 염분을 너무 많이 섭취한다고 걱정들이다. 더구나 ‘탄수화물’인 밥을 먹으면, 인체가 짠맛이 나는 염분을 더 많이 요구하게 된다고 한다.

숭늉은 이 지나치게 섭취된 염분을 중화시켜주는 작용을 했다. 숭늉을 끓이는 과정에서 전분이 분해되어 포도당이 되고, 그 포도당이 녹아 있는 숭늉은 산성을 알칼리성으로 중화시켜 주는 작용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숭늉의 구수한 맛은 염분 때문에 찜찜해진 입 속을 깔끔하게 씻어주는 작용도 했다. 숭늉을 마시고 나면 개운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 속에 있는 포도당과 전분 덕분이라는 것이다.

몸에 해롭다는 짠 음식을 수천 년 동안 먹으면서도 우리 민족이 멸종(?)하지 않은 것은 숭늉 덕분이었던 셈이다. 조상의 ‘지혜’였다.

하지만, 전기밥솥이 보급되면서 숭늉은 대체로 ‘전멸’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김치를 먹고 생선과 젓갈도 냠냠하고 있다. 중화작용을 해주는 숭늉도 없이 짠 음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숭늉이 점점 사라지면서 그 대용품(?)처럼 마시게 된 것이 커피라는 학설이 있다. 그것도 커피와 설탕, 분말크림이 한꺼번에 포장된 ‘커피믹스’다. 커피믹스의 구수한 맛이 우리 유전자 속에 녹아 있는 숭늉 맛과 ‘닮은꼴’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거기에, 빠르고 간편한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더해지면서 커피믹스를 많이 마시게 되었다는 것이다.

‘커피문화’가 달라지면서 ‘다방커피’에서 ‘커피 전문점’으로 바뀌고는 있어도 커피믹스는 여전히 많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가 지난해 자그마치 61억 개나 팔렸다는 며칠 전 소식이 그랬다. 하루 1671만 개, 1시간에 69만6000개, 1분에 1만1000개, 1초에 193개가 팔렸다는 것이다.

동서식품은 "질 좋은 원두, 프리마의 원료인 야자유의 향, 설탕의 맛의 이상적인 배합으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자평했다던데, 숭늉을 마시던 우리 유전자 덕분이기도 하지 않았을까 싶어지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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