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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타고 간 비행기로 돌아온다

기사입력 : 2019-05-0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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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베트남에서 김해로 타고 온 비행기를 3시간 후에 다시 타고 간다?’

기장이나 스튜어디스도 아니고 이게 무슨 경우인가? 부족한 부품을 조달하는 한편의 첩보전쟁 영화 같은 이야기이다.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한 전자부품회사에 입사한 지 3년여를 지난 여직원의 에피소드이다. 대우의 1년 연수과정을 마치고 취업한 현지의 한국기업에서 자재구매 및 입출고를 담당하고 있다. 소속된 회사 자체도 글로벌 수준이지만 납품을 받는 회사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 회사로 경쟁국가, 경쟁회사들과 치열한 전쟁으로 업무처리에 한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곳이다. 생산자재 수급의 MISMATCH로 인하여 자칫 회사가 최악의 낭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순발력과 평소의 거래업체 관계 유지로 위기를 돌파한 것이다.

지난 3월경에 베트남 하노이 근처에 있는 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느 회사나 다 그렇지만 최고의 품질로 제 때 납품(JIT)하는 것은 늘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납품을 받는 회사가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최근에 개발하여 선보이는신제품의 집중 생산에 여념이 없을 시기이기에 제 때 납품은 사활이 걸린 일이다.

그런데, 이 부품완성을 위해서는 주력기술의 핵심부품과 또다른 하위업체의 크고 작은 부품의 조립으로 완성이 된다. 이미 납품을 받는 회사가 있었으나 최근에 새로 한 회사를 선정하여 납품 받기로 하며 치밀한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생산라인이 돌아가는 시점에 납품받은 본(本) 자재들이 전부 불량으로 판명되었다.

기왕의 자재가 있지만 부족하였다. 공급받기를 기다리면 10시간 정도 라인을멈출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거래처 납품에 자칫 치명적 실수가 될 아찔한 상황이다.

한국의 본사 공장, 현지의 관련업체, 중국, 한국의 거래선에 재고를 확인하며 SOS를 요청했으나 가장 빠른 항공편을이용해도 제 때 도착이 불가능하였다. 당일 한국발(發), 중국발(發)의 자재발송 가능 비행편도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그 이후의 항공편으로 최단시간에 받아도 작업이 중단된 9시간후에야 도착이 되고 재가동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냥 그렇게라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주저 앉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또 다른 대안을 찾아보았다.

창원이 김해공항에서 1-2시간 거리로 가깝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본인이 직접 하노이에서 김해공항을 거쳐 창원에 가서 가져오면 된다는 마지막 판단을 내렸다. 즉시 공장장에게 보고하고 왕복 항공 티겟팅을 했다.

그리고 반드시 시간내 도착하리라 약속하고 호기롭게 공항으로 향했지만 여유로운 일정은 아니었다. 항공편의 연결상으로는 부산공항 도착이후 3시간만에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야만 하니 단 몇 분의 시간 지연도 용납되지 않았다. 창원의 업체와 1차, 2차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창원의 퀵서비스 배달기사와도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연락을 주고 받았다.

또한 하노이공항 도착 후, 입국수속시간 단축을 위해 하노이행 비행기 탑승 전에 수입통관 절차도 준비하고 도착시간에 맞추어 포워딩 업체 인력지원 요청도 해 두었다.

밤12시 항공편으로 부산에 아침 7시 도착, 그리고 3시간만에 자재 직수령, 타고갔던 오전 10시 항공편으로 하노이 공장으로 복귀, 그리고 공장에 무사 도착. 숨가쁜 13시간의 공수(空輸)작전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가동중지 예상시간 30분전에 부품이 투입되어 생산라인은 차질이 없었다.

안도의 한숨으로 이야기를 마감했다. 한달여가 지난 이야기지만 듣고 있는 필자도 한눈 팔 새가 없이 들을 정도로 박진감이있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어땠을까?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뿐이다.

한국에서는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입사 3년차로 이런 일을 당하면 직속 상사인 과장, 부장에게 보고만 하고 그냥 시키는 것만 하나하나 조치하면 될 것이다. 내가 마음먹고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일들이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취업한 회사에서는 20년 차이가 나는 직속상사인 공장장에게 위기와 대안을 찾고 직접 보고도 한다. 기존의 해법으로는 앞이 안보이는 상황에서 남다른 방법을 찾아가는노력도 해야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도전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에는 불과 10-20분에 이루어졌고 평소에 주고 받은공장장과의 믿음이 바탕이 되었고 평소 거래업체와 쌓은 신뢰 덕분이었다.

지금의 크고 작은 업무처리는 미래를 위한 훈련이자 투자이다. 한국에 있는 많은 청년들은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을정도로 체계가 완벽한 회사를 찾아 취업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도 해외로 나가기전에는 그런 기준으로 도전했으나 취업 자체가 만만치 않았다.

해외로, 특히 동남아에 가서 취업한 덕분에 그런생각을 바꾸는 큰 경험으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회사가 글로벌 영역에서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길 수 밖에 없는 업무의 공백, 실수를 통하여 나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입사 3년차인 내가 10년의 세월을 넘기는 일로 마음 한 켠에 성장과 자부심으로 뿌듯함이 자리잡은 것이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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