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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윤회와 불멸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기사입력 : 2019-04-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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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또다시 5월이다. 이맘때면 가슴이 아리고 저민다. 내 어머니는 16년 전 돌아가셨다. 시인이신 내 누님은 이런 시를 남겼다.

-울엄니-

팔순의 울 엄니는 혼자 사신다 당신 사진 확대해서 벽에 거시고

입고 가실 삼베옷도 미리 챙겨 놓았다.

홀로 견디어 가는 삶의 끝자락 한밤중 일어나 무슨 생각하시는지

몇 번을 뒤척여야 밤이 지새는지 발목 다쳐 일 년여 무얼 잡고 일어서고 앉으셨는지

한밤중 찬물 말아 밥 드시다 왜 체했는지 자식들은 알지 못한다.

구정 때 큰며느리 지나는 말로 김치타령을 했다.

혹시 입덧인가? 이 겨울에 물김치에 배추김치 삼 형제 것 다 해 놓으시고

가져가라 전화통에 불이 난다. 심드렁한 건 며느리나 딸년이나 모두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낮에서 저녁으로 다시 토요일로 미루니

꺼냈다 넣었다 엄니 속도 김치처럼 시어간다. 다시는 안 해 준다 맹세하는 엄니

그러나 그렇게 벌써 십 년이 넘었다.

엄니 집 가는 골목 입구 볕드는 곳엔 갯벌에 밀려난 쪽배인 양

머나먼 세상의 풍경이 되어 꼬부라진 할머니들이 나와있다.

멀리 내가 보이면 그 속에서 일어서시는 울엄니 얼굴엔 자랑스런 빛이 환하다.

같은 서울 살면서도 한 달에 한번 알량한 돈 오 만원 방바닥에 놓고 오면 그 뿐

전화마저 뜸한 한심한 딸을 문밖에 나와 앉아 기다리신다.

김치 통 들고 가는 딸에게 “운전 조심해라”

가뭇하게 손 흔들고 서 계시다 빈방으로 돌아가 텔레비전 켜 놓고 기다리신다.

그러나 오늘도 난 잊어 버렸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늦은 벨 소리

엄니 목소리다.

“잘 갔구나……!” /시인 김금래(66)

최근 엄마의 사랑을 소재로 감동을 주는 광고 한편이 선보였다. 독거 어르신의 외로움과 무료함을 달래주는 SK텔레콤의 행복커뮤니티 ICT돌봄 서비스 광고다. 광고의 주인공은 박은희(79)할머니다. 할머니가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자식이 아니라 엄마다. 새하얀 머리와 얼굴에 핀 검버섯에는 늙어지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외로움과 고독이 짙게 배어 있었다. 할머니는 얼마 뒤면 이 세상사람들과 이별해야 한다. 그러니 할머니는 아들이 아니라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은 것이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다며 “곧 만나게 되겠지”라고 뇌까린다. 그리고 생전의 엄마가 즐겨 듣던 노래, “눈물 젖은 두만강”을 틀어달라고 아리아에게 부탁한다. 4월 22일 행복 커뮤니티 서비스 런칭 행사에서 피겨여왕 김연아씨는 “아리아, 보잘 것 없는 나에게 와서 나의 외로움을 달래줘서 고마워”라고 하며 한 할머니의 감사 편지를 대독했다. 개인주의적 세태와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각박하고 건조한 세상일수록 휴머니즘을 담은 컨텐츠가 더욱 빛을 발한다.

광고를 보고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터가 떠 올랐다. 그 곳에 엄마의 손톱이 묻혀 있다. 필자가 제일기획 재직시절 만든 삼성생명 효 캠페인의 카피는 “엄마가 내 새끼가 새끼 낳는다고”였다. 이번 SK텔레콤의 광고에선 할머니가 “엄마가 보고 싶어. 곧 만나겠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엄마는 어린 새끼가 아플까 평생 걱정이고 늙어서는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짓는다. 자식은 그런 엄마가 살아계실 때 불효했던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자식과 엄마의 사랑은 윤회하는데 엄마의 사랑은 불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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