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학적 질환 중에는 환자의 언어 능력과 말을 내뱉는 능력을 해치는 무서운 병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렇게 후천적으로 병을 얻어 말을 잃은 환자의 대부분은 잃어버린 목소리를 대신하기 위해 머리와 눈의 움직임을 통해 문자를 엮는 커뮤니케이션 기기에 의존해 어렵게 글자를 적어내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Nature)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은 "현재 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전제를 단 뒤 다만 이 기술에 의해 "말을 할 수 없는 환자의 사고를 실시간 발화(発話)로 변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발화의 전기적 활동을 직접적으로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3단계 방법으로 이를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제1단계는 피험자에게 글을 읽게 한 뒤 뇌 표면에 부착한 기기를 통해 피험자의 신경 활동을 관찰하는 것과 동시에 발췌한 언어의 음향 음성을 기록했다. 여기서 연구팀은 "Ship building is a most fascinating process(조선은 매우 흥미로운 공정이다)"와 "Those thieves stole thirty jewels(이 도둑들은 보석을 30개 훔쳤다)"라는 등의 간단한 평서문을 사용했다.
제2단계에서는 발화에 필요한 몸의 움직임(턱, 입, 혀에 의한 특정 관절 운동)을 나타내는 신경 신호를 해독해 합성 음성 문장으로 변환했다. 그리고 최종 단계에서는 컴퓨터가 발화한 단어와 문장을 피험자에게 알려 자신의 의도대로 올바로 표현되었는지를 확인했다.
한편, 이번 실험은 발화가 가능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실시했지만 피험자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생각과 함께 입 모양만으로 문장을 읽어도 발화의 합성은 가능하다는 사실도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의 수석 저자 에드워드 장(Edward Chang) 박사는 "말을 하고 있을 때 입안이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며 "뇌는 생각을 성대의 진동으로 변화시켜 목소리는 내는데 우리는 이번 연구에서 이 해독을 시도해 왔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논문에서 제시한 이 기술에 대해 발화 방법을 알고는 있지만 그 능력이 손실된 환자의 뇌 활동을 말로 번역할 수 있는 "뇌 매립형 기기를 실현하는 길을 열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높이 평가했다.
특히 미국 조지아 공대(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에 대해 "설득력이 있다"고 견해를 밝힌 뒤 "연구가 더욱 진전되면 발화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생각한 그대로를 외부에 표현하는 능력을 되찾고 자신의 주변 세계와 연결을 재설정할 수 있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