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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면 설득 안당하나" 反說得 연구 큰 관심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58회)] 세뇌를 막기 위해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19-04-10 15:22

사람에게 예방접종을 통해 병을 예방하듯이 가치나 제도도 단점을 노출시키면서 장점을 강조해야 제도를 지킬 수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사람에게 예방접종을 통해 병을 예방하듯이 가치나 제도도 단점을 노출시키면서 장점을 강조해야 제도를 지킬 수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우리는 우리와 의견을 달리하는 상대방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갖도록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도 우리를 설득하여 자신의 편에 서게 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한다. 결국 우리의 사회생활은 서로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설득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전쟁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기는 쪽의 의견을 따르게 되어있는 전쟁터이다. 그래서 사회심리학에서는 처음에는 어떻게 상대방을 효율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떻게 하면 설득당하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도 아울러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반설득(反說得)에 대한 연구는 흥미 있게도 한국전쟁의 여파로 시작되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중공군의 포로가 된 미군병사들 중 일부가 전쟁이 끝난 후 예상과는 다르게 미국정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포로로 있는 동안에 미국과 자본주의보다 중국과 공산주의가 더 우월하다고 설득당한 것이다. 즉, ‘세뇌(洗腦)’가 된 것이다. 이에 당황한 미국은 세뇌를 당하는 기제와 저항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한국전 참전 중공군 포로가 된 미군
일부 전쟁 후 미국정부 공개적 비난"

사회심리학자 맥과이어(W. J. McGuire)는 일부 병사들은 그들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실과 잘 알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격당했기 때문에 세뇌에 약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맥과이어의 가설에 따르면, 미국 병사들이 쉽게 세뇌를 당한 이유는 자신이 믿는 신념에 반하는 공격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모두 미국이 추구하는 공통의 신념에 따르기 때문에 구태여 공통의 신념에 반하는 공격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이 만약 체계적인 설득을 지속적으로 받는다면 쉽게 세뇌당할 수 있다. 전쟁포로들이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가치나 신념을 중국당국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공격한다면 이들은 속수무책으로 설득당할 수밖에 없다.

그는 세뇌에 저항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은 그 논쟁과 관련된 과거의 경험에 달려있다고 가정하였다. 그는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견과 다른 내용의 설득에 직면한 개인을 마치 바이러스나 질병에 직면한 신체와 같다고 생각했다. 바이러스가 강하면 강할수록 병에 걸리기 쉬운 것처럼, 설득 메시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세뇌가 잘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튼튼하면 튼튼할수록 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처럼, 상이한 논쟁에 대한 방어가 잘 되어있으면 있을수록, 설득에 저항하는 힘도 클 것이라고 가정했다.

질병에 저항하는 힘을 강하게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평소에도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영양제를 섭취하여 몸을 튼튼하게 유지한다면 감기 등에 걸리지 않고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특정 질병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서 그 질병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천연두에 약하게 감염되었지만, 그 약한 감염을 이겨내면 우리 몸에 천연두에 대한 항체(抗體)가 형성되어 결과적으로 더 강한 천연두에도 이길 수 있는 힘을 영구적으로 가지게 된다.

자본주의보다 공산주의가 더 우월"
中, 포로들에게 지속적인 세뇌 공세

맥과이어는 이 두 방법이 모두 설득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방법은 평소에도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처럼, 원래의 의견을 강하게 갖도록 부가적인 자원과 내용을 공급해주어 외부에서의 설득을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의견을 강화하도록 도와주면 외부의 설득에 쉽게 세뇌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을 ‘지지(支持) 방어’라고 부른다.

두 번째 방법은 예방접종을 통해 방어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미리 백신을 맞아 항체를 형성하면 병에 면역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리 약한 설득 메시지를 받고, 그 설득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물리치는 경험을 하면 더 강한 설득에도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강한 항체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설득에 대한 저항을 강화시켜주는 이런 방식을 ‘접종(接種)방어’라고 부른다.

접종방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처음에는 기존의 의견에 상반되는 약한 공격을 주어야 한다. 만약 처음의 공격이 방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면 저항하기보다는 오히려 설득당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설득당하지 않고 충분히 물리칠 수 있는 적당히 약한 공격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처음의 공격에 성공적으로 저항하는 경험이 더 강한 설득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형성하게 된다.
맥가이어와 그의 동료들은 지지방어와 접종방어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지를 검증하는 연구를 하였다. 연구대상자를 세 집단으로 나눈 후 첫 번째 집단에게는 그들의 원래 의견을 지지해주었다(지지방어). 두 번째 집단에게는 약한 공격을 하였고, 그들은 성공적으로 저항을 할 수 있었다(접종방어). 세 번째 집단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세뇌에 저항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
'논리의 힘' 길러 논쟁서 승리 거둬야


그 후 세 집단 모두에게 자신의 원래의 의견에 반하는 공격을 받도록 하였다. 그 결과는 접종방어를 경험한 집단이 외부의 설득에 제일 강하게 저항하였고, 그 다음이 지지방어 집단이었고, 아무런 경험도 하지 않은 집단이 제일 저항에 취약하였다. 또한 지지방어를 경험한 집단은 원래 지지를 받은 내용과 유사한 공격을 당했을 때만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하지만 접종방어를 경험한 집단은 자신이 효과적으로 방어한 내용과는 매우 상이한 공격을 받아도 성공적으로 저항하였다. 즉 한 공격을 물리친 경험은 효율적인 항체를 만들어 다양한 내용의 공격을 받아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접종방어가 중요한 이유는 다양한 설득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점은 마치 천연두 예방주사를 맞으면 천연두는 물론이고 콜레라까지 면역력이 생기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생물학적 예방주사에는 절대로 이런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심리적 예상주사에는 이렇게 다양한 설득에 이길 수 있는 효과적인 항체가 길러질 수 있다. 생물학적 항체보다 심리적 항체가 훨씬 더 강하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접종이론은 개인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한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를 지키는 데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우리 사회가 공통으로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그 가치와 상반된 내용의 설득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소중하게 지키려고 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조건 자유민주주의는 최선이라는 식의 교육은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다.

모든 제도나 가치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제도는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고 또한 그 장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방적으로 장점만을 과대 포장하여 교육하고 단점은 감추려는 교육은 성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제도의 단점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제시하면서 설득하면 항체가 없기 때문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예방주사를 맞듯이 미리 지키려는 제도의 단점에 대해 방어할 수 있도록 그 단점을 미리 약하게 교육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저항할 수 있는 항체를 길러주면 단점을 파고드는 더 큰 공격에 성공적으로 저항할 수 있게 된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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