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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진달래 피는 봄이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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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봄바람엔 번지수가 없다고 했던가.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꽃샘바람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변덕을 부려댄다. 햇빛이 났나 싶으면 이내 진눈깨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서둘러 우산을 펼치면 어느새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도 한다. 미세먼지로 가득 찬 잿빛하늘을 이고 사는 것 보다는 꽃을 시샘하는 바람이 반가운 게 사실이지만 추위에 떨고 있을 꽃들을 생각하면 공연히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뒤늦게 시작한 숲해설가 공부를 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꽃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하였지만 숲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던 터라 이번 기회에 기초를 단단히 해두고픈 욕심이 생겨 시작한 일이다. 숲해설가가 되어 내가 좋아하는 꽃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도 없을 것이란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를 한다. 일주일에 세 번 강의를 들으러 남산자락에 있는 대학 캠퍼스를 오간다. 쉬는 시간에 남산 오솔길에서 진달래꽃을 만났다. 그저 꽃망울이나 부풀고 있으려니 했는데 이상기후 때문인지 벌써 진달래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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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한수 이북에 자리한 내 고향의 봄은 언제나 진달래와 함께 시작되곤 했다. 남쪽에서는 매화가 피었느니, 산수유가 흐드러졌느니 한참 수선을 피워도 내 고향의 산천은 겨울 빛을 간직한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응달진 산자락에 진달래가 한두 송이씩 꽃망울을 터뜨리는가 싶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온 산이 진달래 빛으로 불타오르곤 했다. 어렸을 적 아버지 나뭇짐 위에 꽂혀 있던 진달래는 내 기억 속 아련한 추억의 풍경으로 남아 있다.

우리 산천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진달래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잎 지는 떨기나무다. 대부분의 봄꽃들이 그렇듯이 잎이 피기 전 가지 끝에 연분홍 꽃송이들이 3~6개씩 모여 피어난다. 얼핏 보면 꽃이 갈라져 다섯 장의 꽃잎처럼 보이지만 밑 부분이 한데 붙어 있는 통꽃이다. 수술은 10개이고 암술은 1개로 수술보다 훨씬 길다. 키는 기껏해야 2∼3m 정도로 자라고 줄기 윗부분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둥근 철쭉과는 달리 타원형의 바소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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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로 시작되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정한의 정서가 가슴 깊이 각인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진달래는 어쩔 수 없는 우리 꽃이다. 특히나 나같이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겐 누이 같은 정겨운 꽃이요. 어머니처럼 바라보면 눈물이 핑 도는 그리움의 꽃이다. 보릿고개의 허기를 달래려 산을 오르내리며 진달래꽃을 따 먹었던 추억이 있는 사람에겐 무연히 바라볼 수 없는 추억의 꽃이기도 하다.
진달래꽃을 참꽃이라고도 부르는데 그것은 철쭉꽃은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하는 반면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속 중에 화전놀이라는 게 있다. 진달래꽃 만발한 삼월 삼짓날, 부녀자들이 생기 충만한 야외로 나가 진달래꽃으로 전을 부쳐 먹으며 봄을 즐기는 놀이였다. 진달래는 화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꽃잎을 따서 술을 담가 먹기도 했는데 그 술이 두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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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진달래의 또 다른 이름은 두견화인데 여기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중국의 촉나라 망제 두우가 전쟁에 패하고 나라를 잃고 죽어 두견새가 되었는데, 이 새가 봄이 오면 나라를 잃은 것이 원통하여 피눈물을 흘리며 산천을 날아다니는데, 이 눈물이 꽃으로 핀 것이 진달래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민족과 함께 하며 봄마다 우리의 산천을 곱게 수놓던 진달래가 숲이 우거지면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래도 진달래꽃 피는 봄은 쭈욱 이어질 것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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