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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생강나무-노란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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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모처럼 파란 하늘이 보인다. 날마다 호들갑을 떨며 날아들던 환경부의 안전안내문자도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다. 며칠째 극성을 부리던 미세먼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류가 바뀌면서 바람이 단번에 미세먼지를 모두 날려 버린 덕분이다. 기껏해야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안에서 공기청정기나 돌려대며 남의 탓만 하던 우리 인간에 비하면 순식간에 세상의 풍경을 바꾸어 놓는 자연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바람은 미세먼지만 날려버리는 게 아니다. 겨우내 잠들었던 꽃나무들을 흔들어 깨워 가지마다 꽃을 내어달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주 칼럼에서 소개했던 산수유 축제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된다는 소식이다. 산수유 꽃을 떠올릴 때마다 별책부록처럼 따라오는 꽃이 생강나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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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꽃빛도, 생김새도 비슷하여 두 꽃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자세히 보면 줄기 끝이 녹색이고 꽃자루가 짧은 건 생강나무이고 줄기 끝이 갈색이고 꽃자루가 긴 것은 산수유나무다. 더 쉬운 구분법은 인가 가까이에서 피는 꽃은 산수유요, 산속에서 피는 것은 생강나무 꽃이라고 여기면 십중팔구는 틀림없다. 왜냐하면 산수유는 그 열매를 얻기 위해 사람들이 일부러 심지만 생강나무는 산에서 자생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생강나무는 낙엽 지는 작은 키나무로 응달진 곳, 춥고 메마른 곳을 가리지 않는다. 다른 나무와도 잘 어울려 참나무나 소나무 숲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다. 키는 3m정도 자라고 가지가 아래에서 많이 갈라진다. 3월경에 회갈색 가지에 잎이 피기 전에 노란 꽃망울을 터드리는데 자잘한 꽃들이 7~15개씩 모여서 핀다. 암꽃 수꽃이 따로 피는데 꽃이 지고 나면 5월 쯤 푸른 열매가 생겨 점차 빨갛게 되었다가 가을이 되면 까맣게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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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생강나무란 이름은 그 잎이나 어린 가지를 잘라 비비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녹나무과에 속하는 많은 식물들이 그러하듯이 생강나무도 방향성 정유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강나무란 정식명칭 외에 산동백, 올동백, 동박나무 등으로도 불리는데 그것은 생강나무의 열매에서 짜낸 기름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에는 이 생강나무 열매에서 짜낸 기름으로 부인들이 동백기름처럼 머릿기름으로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중부 이북지역에서는 이 생강나무를 산동백나무라 불렀다. 김유정의 소설에 나오는 알싸한 향기의 동백꽃이나 정선아리랑에 등장하는 동박나무가 다름 아닌 생강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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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고향이 강원도와 인접한 경기도 포천이다 보니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생강나무 노란 꽃이 동백꽃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미자의 노래 ‘동백아가씨’를 들으며 왜 동백꽃처럼 빨갛게 멍이 들었다고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와 같이 한수 이북에 고향을 둔 사람이라면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일찍이 헤르만 헤세는 ‘자연은 위대한 도서관’이라고 했다. 풀이나 나무 이름 하나 제대로 아는 일이 무에 그리 중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한걸음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이고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달아가는 귀한 순간이기도 하다. 이제 다시 한 번 바람이 불고 비 한 번 스치고 나면 세상은 온통 어여쁜 꽃들로 가득해질 것이다. 산을 오르다 자잘한 노란 꽃송이를 내어달고 있는 나무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잠시라도 걸음을 멈추고 알싸한 생강나무 꽃향기에 취해 보시기 바란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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