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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장현수・송설 주역의 수요춤전 '춤의 요새'…돋보인 기량의 정상급 춤꾼들의 역무(力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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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함의 조화
우면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은 ‘춤의 요새’(Fortress of Dance)라고 불린다.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은 ‘수요춤전’(Korean Traditional Dance of Wednesday)에 국립무용단의 핵심 춤꾼 장현수・송설을 초대하여 ‘전통춤에 기반한 춤의 외연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고도의 진지성’과 ‘흥신을 부르는 매력’을 탑재한 춤, 칠현금과 생황을 품은 악기 편제, 전통의 심오함으로 울림을 주는 소리로써 악가무(樂歌舞)의 완벽한 조화를 창출해내었다.

2월 27일(목) 늦은 여덟 시, 우리 춤의 향방을 가늠하는 척도로 기능한 『춤의 요새』(Fortress of Dance)는 <방어의 춤>(도살풀이춤)에서부터 <청산>, <진동>, <묘함의 조화>(승무), <나비의잠>, <Me:in>, <사랑의 찬가>(장고춤)에 이르기 까지 성벽을 경계하는 파수꾼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춤의 계파(階波)를 조율하는 섬세함을 견지하고 있었다. 장(場)의 사이를 이음하는 연출의 기교와 춤의 심도와 시각효과를 높이는 조명 연출도 눈에 띄었다.
시대의 춤꾼 장현수・송설은 전통과 전통에 기반한 창작무의 넓은 스펙트럼을 자기화하며 현재적 춤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선조들의 시대적 암울과 풍상을 털어낸 그들의 춤은 희망의 좌표로 우뚝 서 있었으며 여유와 주도적 춤 연기로 춤의 격을 높이고 있었다. 뜻으로 풀어보면 안무와 연출 하나하나가 재미있는 공연, 거기에다 시립무용단 주역무용수로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던 박수정의 춤을 풍류사랑방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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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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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의 춤

<방어의 춤>(도살풀이춤, Dance of Defend, 장현수 홀춤),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트리고 인간을 괴롭히는 것들을 막아내는 방패 기능의 춤이다. 방어(防禦)는 산(山)을 닮아있다. 장현수는 가야금・장고・칠현금의 영접을 받으면서 견고한 성(城)이 되고, 슬픔과 기쁨의 높낮이를 백색제의로 풀어낸다. 의식을 집전하며 보여주는 상부의 격, 추임과 신명을 부르며 심도를 높이는 연기적 기교, 특유의 긴 천을 운용하며 만들어 내는 조형성이 각인된다.

<청산>(재창작무, The Blue Mount, 송설 홀춤), 심산에서의 무위자연의 삶을 동경하는 정가 가 그윽하게 울려 퍼진다. 결이 다른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이다. 전통을 지키겠다는 각오의 표시로 여가수를 감싸는 송설, 푸른 바다와 자연을 벗 삼던 맨발의 낭만시대와 고향을 기억해낸다. 땅을 상징하는 검정 의상이 전 장(場)과 대비를 이룬다. 전통에 기반한 춤은 사고의 깊이 창출과 강약・완급 조절의 묘를 보이며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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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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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

<진동>(Joy of Fullspring, 오슬비・최윤정・최혜련 셋춤), 봄기운이 풍겨오는 입춤의 묘미, 참았던 봉우리들이 봄으로 퍼지는 모습은 진동에 가깝다. 흥에 겨운 여인들이 나들이에 나서면 꽃이 여인이고, 여인들이 꽃이 되어 춤은 새소리를 품는다. 선(線)으로 나풀되는 절정의 춤이 극광(極光)의 조명을 탄다. 칠현금과 생황이 가세하여 노랑・파랑・빨강・초록으로 번지는 봄을 찬미한다. 박수가 터져 나오고, 바람이 간지럽히는 꽃은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묘함의 조화>(Harmony Between Monk and Nun, 승무, 장현수・송설 둘춤), 예술춤을 지향하는 승무의 특징과 수행의 궤적을 검고도 긴 가사장삼의 두 사람이 훑어간다. 노란 띠에 연두색 고깔의 여승은 속가의 미련이 남아 있는 듯하다. 그들의 심정을 꽤 뚫고 있는 칠현금이 의식의 집중을 유도한다. 점과 선이 된 디딤과 사위는 움직이는 그림이 되어 시각적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부드럽게 유영(遊泳)하는 움직임은 번뇌를 극복해내는 숭고미를 보여준다.

<나비의잠>(Sleep of Butterfly, 박도현・김도현・김민섭 셋춤), 땅의 운기를 받은 검은 코트 의 사내들이 대지의 신선한 공기를 대면한다. 악사의 구음이 거들고 기본 움직임을 동원한 춤은 수를 변주한다. 승무의 북두드림에 견주어지는 춤은 애벌레의 변태 과정을 전통기반의 역동적 몸짓으로 구성한다. 코트는 벗겨지고 모아지고 던져지면서 허물을 상징한다. 나비가 되어 떠나는 모습이 자유와 해탈을 지향하고 있어 창작 승무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Me:in>(Love in My Dream, 미인, 송설・박수정 둘춤), 12가사 중 상사별곡을 여가수가 부르면서 미인(美人)의 사연이 전개된다. 임은 떠나고 그리움만 남았다. 내안에 일던 둘만의 농밀한 이야기가 춤으로 번진다. 긴 원피스의 여인 박수정의 빨강과 이 땅의 지킴이 사내의 중후함이 묻어나는 검정이 어울려 열정의 청춘시대를 스쳐간다. 대금과 장고 선율에 맞추어 여인은 그리움이 불러낸 임과 춤을 춘다. 박수정의 열정적 춤이 현대를 입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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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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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찬가

<사랑의 찬가>(Love That's All, 장고춤, 장현수 홀춤), 아직 꺼지지 않은 사랑의 흔적을 남아있다. 여인은 속이 빨간 의지의 장고를 맨다. 세월이 연마시킨 사랑은 초월을 달고 미소 짓는다. 겸허하게 고깔을 쓰고, 존귀 속에 모든 것을 담아내라고 권유한다. 둘이 하나 되는 춤에 하이키 라이트가 동행한다. 흥에 겨워 장고를 벗고 춤을 부리다보면 진화인지 혁명인지 모를 세상은 상부구조의 품격을 갖춘다. 정상에서 만나는 춤은 사랑이며, 사랑은 포용의 산물이다.

한국무용학회 상임이사로서 세종대 대학원・한예종・선화예고에서 후진을 양성한 장현수는 다양한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송설을 춤 파트너로 삼았다. 송설은 국립무용단 주역무용수, 상명대 대학원, 신인무용콩쿠르 대상, 대한민국무용대상 김백봉상을 수상한 타고 난 춤꾼이다. 연주단으로 신재현(아쟁・칠현금), 유경화(장구), 오경자(가야금), 위재영(피리・생황), 이명훈(대금)과 함께한 작업은 서로를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고 조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장현수, 국립무용단 주역무용수와 훈련장을 오가며 국립무용단의 위상을 드높인 고품격 춤꾼이며 들숨무용단 공연의 안무를 도맡아하는 최우수예술가상 수상의 안무가이다. 장현수 주도의 수요춤전 『춤의 요새』는 자신의 다양한 재능의 일부만을 진설하고 후배들을 돋보이게 하는 공연이었다. 장안의 젊은 춤꾼 송설과 박수정을 불러 자신과 대무하는 마음씀씀이는 춤길의 선배로써 춤 자체의 기량뿐만 아니라 큰 단체를 운영할 수 있는 지도자의 품성을 보여주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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