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사색의향기] 산수유-그 노란 꽃 안개

백승훈 시인이미지 확대보기
백승훈 시인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3월이 왔건만 연일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황사까지 몰려온다니 올봄에는 꽃길만 걷겠다던 마음 속 다짐은 아무래도 지나친 욕심이었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앞 산수유 붉은 열매 사이로 노란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마침내 봄이 왔다고 소리치듯 금세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것만 같은 기세다.

“산수유 꽃이 피고 있습니다.”
산수유이미지 확대보기
산수유

어느 해인가 남녘에 사는 친구가 보내온 산수유 개화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간 전남 구례의 산수유마을은 온통 노란 꽃 안개에 싸여 황홀한 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산자락이 이어지는 계곡과 계곡 사이, 지붕 낮은 집과 집의 돌담 사이, 논둑 밭둑과 마을 빈터를 가득 메우며 출렁이는 노란 꽃물결이 한 폭의 수채화를 닮아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그때 나는 산수유 노란 꽃 안개 속을 거닐며 노란 색이야 말로 봄을 상징하는 색으로 안성맞춤이란 생각을 했다.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프로방스의 이글거리는 태양을 생명과 정열을 담은 노랑으로 표현했던 것처럼 노랑은 지구의 모든 생명의 근원인 태양의 색이다. 노란 색은 즐겁고 생동감 있는 느낌을 주며, 가득한 햇살을 연상케 하여 우리에게 행복감을 준다. 뿐만 아니라 노랑이 지닌 에너지는 우리의 신체 기능을 자극하고 상처를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노랑을 이용한 컬러테라피는 기쁨이나 인식 등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여 실망감을 줄여주고, 마음을 설레게 하며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수유이미지 확대보기
산수유

우리에게 생동감 넘치는 노란 색 봄을 펼쳐 보이는 산수유는 층층나뭇과에 속하는 낙엽 지는 소교목으로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이른 봄 노랗게 터지는 꽃망울도 좋지만 정작 귀한 나무로 대접 받게 하는 것은 가을날 가지마다 탐스럽게 열리는 선홍빛 열매다. 한때 ‘남자에게 정말 좋은데…’하는 광고로 산수유 열매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했지만 겨울날 눈을 이고 있는 빨간 산수유 열매를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사랑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산수유나무의 껍질은 얇은 조각으로 벗겨지고 나면 다시 새 껍질이 생기길 되풀이 하며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해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서도 해마다 새로운 껍질로 옷을 갈아입는 부지런한 나무다. 여느 봄꽃들처럼 산수유도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꽃송이는 멀리서 보면 하나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수십 송이의 작은 꽃들이 둥글게 모여 하나의 꽃송이를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남 구례 산수유 마을.이미지 확대보기
전남 구례 산수유 마을.

짧은 봄밤처럼 서둘러 꽃이 지고 나면 돋기 시작하는 잎은 여름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어 좋지만 산수유를 산수유답게 만드는 것은 가을에 열리는 붉은 열매다. 열매 모양은 대추와 비슷하지만 훨씬 작고 길쭉하다. 산수유마을에선 이 열매 덕분에 자식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고 해서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산수유 열매는 따뜻한 성질로 약간 신맛이 나는데 타닌과 사포닌, 코르닌, 로가닌을 함유하고 있어 신장계통(전립선), 당뇨병, 고혈압, 여성호르몬 개선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스에 보니 전남도에서는 3월을 대표하는 남도전통주로 구례의 ‘산수유 생막걸리’를 선정했다고 한다. 3월 중순이면 산수유의 전국 생산량의 68%를 생산하는 구례 산동마을에서는 산수유축제가 열린다. 초미세먼지에 황사까지 몰려와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봄꽃을 찾아 남도여행을 떠나고자 한다면 산수유 축제장을 찾아 산수유 막걸리로 탁한 목을 씻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날씨가 변덕을 부려도 봄은 오고 꽃은 피듯이 가시밭길을 걸어도 꽃을 보고 걸으면 꽃길을 걷는 것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혼다 신형 CR-V와 파일럿, 캠핑에 어울리는 차는?
운전 베터랑 아나운서들의 리뷰 대결 골프 GTI vs. TDI 승자는?
아우디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 RS e-트론 GT
아우디 e-tron GT vs. 아이오닉 5 N 비교할 수 있을까?
이번엔 더 무서운 차 끌고 나왔다! 벤츠 E 300 4MATIC AMG Line
국내 1, 2위 다투는 수입차, 벤츠 E와 BMW 5 전격 비교
숨은 진주 같은 차, 링컨 노틸러스 ... "여긴 자동차 극장인가?"
가장 현실적인 드림카, 벤츠 디 올-뉴 CLE 450 4MATIC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