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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백골 로또 사건’ 잊었나?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19-01-2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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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지난 2016년 연말, 광주의 한 단독주택에서 ‘백골 상태’의 50대 시신이 발견되었다. 사망한 지 여러 달 지난 시신이었다.
그 시신 근처에 복권이 수북했다. 2014년부터 2년 동안 발행된 복권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3000여 장이나 되었다.

그 복권이 봉투 여러 개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 봉투 옆에는 당첨번호를 분석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고 한다.

홀몸으로 공공근로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온 이 50대는 이렇게 복권을 열심히 사고 있었다. 그 많은 복권의 당첨번호를 한 장 한 장 대조하며 ‘대박’을 꿈꿨을 것이다.

50대의 실망은 매주 되풀이되었을 것이다. 2년에 걸쳐서 산 것을 보면 그랬다. 그러다가 결국 ‘대박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사람 잡는 로또’였던 셈이다.
여러 해 전에는,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이 공금을 멋대로 빼돌려서 쓰다가 쇠고랑을 찬 사건이 있었다. 이 공무원은 빼돌린 돈 가운데 일부로 매달 600만∼800만 원어치 상당의 복권을 샀다고 털어놨다. 경찰이 조사한 결과, 그렇게 산 복권이 1년에 ‘수천만 원어치’였다. ‘쇠고랑 채우는 로또’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로또’를 팔아먹는 데 혈안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이런 자료를 발표한 적도 있었다.

▲호랑이띠는 월요일과 금요일에 자신의 주거지에서 서, 동남 방향의 관공서 인근으로 가서 오전 11시∼오후 1시 또는 오후 9시∼11시에 18, 20, 26, 37, 41, 43의 숫자가 담긴 로또를 구입하면 당첨 확률이 높다.

▲쥐띠는 월요일과 목요일에 동, 서북 방향의 잡화점 또는 마켓에서 오전 9시∼11시 또는 오후 5시∼7시에 18, 24, 28, 34, 39, 45, 숫자를 고르면 행운을 잡을 확률이 높다.

▲소띠는 월요일과 일요일에 남, 서 방향, 오전 7시∼9시 또는 오후 1시∼2시, 숫자는 12, 17, 34, 26, 41, 44다.
이런 식으로 띠별로 로또복권을 사는 시간과 방향, 번호까지 ‘콕’ 찍어서 친절하게 제시해주고 있었다.

물론, ‘오리발’은 빠뜨리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당첨 확률이 높다’고 했을 뿐이었다. ‘당첨된다’고 장담하지는 않은 것이다.

지금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홍보’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로또복권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로또복권 판매금액은 3조9685억 원으로 사상 최고라고 했다. 어쩌면 4조 원을 채우지 못해서 좀 아쉬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로또복권을 팔고 있다.

복권은 경기가 나쁠수록 판매가 늘어나는 ‘불황형 상품’이라고 했다. 게다가 그 구매층은 대부분 서민이다. 이른바 ‘가진 자’는 ‘대박’을 노릴 일이 ‘못 가진 자’에 비해 아무래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복권은 국민의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 국민을 ‘한탕주의’에 빠뜨려서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번호만 잘 찍으면 ‘몇억’ 또는 ‘몇십억’을 움켜쥘 수 있는데, 고작 월급 ‘몇 푼’ 받자고 땀 흘리는 데 대한 회의감이 생기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로또 장사'보다 ‘백골 로또 사건’도 좀 돌이켜보기 바란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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