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연말, 광주의 한 단독주택에서 ‘백골 상태’의 50대 시신이 발견되었다. 사망한 지 여러 달 지난 시신이었다.
그 복권이 봉투 여러 개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 봉투 옆에는 당첨번호를 분석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고 한다.
홀몸으로 공공근로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온 이 50대는 이렇게 복권을 열심히 사고 있었다. 그 많은 복권의 당첨번호를 한 장 한 장 대조하며 ‘대박’을 꿈꿨을 것이다.
50대의 실망은 매주 되풀이되었을 것이다. 2년에 걸쳐서 산 것을 보면 그랬다. 그러다가 결국 ‘대박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사람 잡는 로또’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로또’를 팔아먹는 데 혈안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이런 자료를 발표한 적도 있었다.
▲호랑이띠는 월요일과 금요일에 자신의 주거지에서 서, 동남 방향의 관공서 인근으로 가서 오전 11시∼오후 1시 또는 오후 9시∼11시에 18, 20, 26, 37, 41, 43의 숫자가 담긴 로또를 구입하면 당첨 확률이 높다.
▲쥐띠는 월요일과 목요일에 동, 서북 방향의 잡화점 또는 마켓에서 오전 9시∼11시 또는 오후 5시∼7시에 18, 24, 28, 34, 39, 45, 숫자를 고르면 행운을 잡을 확률이 높다.
▲소띠는 월요일과 일요일에 남, 서 방향, 오전 7시∼9시 또는 오후 1시∼2시, 숫자는 12, 17, 34, 26, 41, 44다.
물론, ‘오리발’은 빠뜨리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당첨 확률이 높다’고 했을 뿐이었다. ‘당첨된다’고 장담하지는 않은 것이다.
지금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홍보’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로또복권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로또복권 판매금액은 3조9685억 원으로 사상 최고라고 했다. 어쩌면 4조 원을 채우지 못해서 좀 아쉬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로또복권을 팔고 있다.
복권은 경기가 나쁠수록 판매가 늘어나는 ‘불황형 상품’이라고 했다. 게다가 그 구매층은 대부분 서민이다. 이른바 ‘가진 자’는 ‘대박’을 노릴 일이 ‘못 가진 자’에 비해 아무래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복권은 국민의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 국민을 ‘한탕주의’에 빠뜨려서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번호만 잘 찍으면 ‘몇억’ 또는 ‘몇십억’을 움켜쥘 수 있는데, 고작 월급 ‘몇 푼’ 받자고 땀 흘리는 데 대한 회의감이 생기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로또 장사'보다 ‘백골 로또 사건’도 좀 돌이켜보기 바란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