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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코모도 도마뱀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기사입력 : 2019-01-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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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100년쯤 전인 1910년대에 인도네시아의 자바에 살고 있는 중국 화교 사회에서 루머가 퍼졌다. 어떤 섬에 용(龍)이 있다는 루머였다.

루머는 점점 확대되었다. 용이 커다란 멧돼지를 한 입에 삼켜버렸다는 얘기가 돌았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직접 용을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용이 입을 벌렸는데, 그 이빨이 엄청나게 크더라는 주장이었다.

용은 중국 사람들에게 ‘상상의 동물’이다. 그 상상의 동물을 구경했다는 ‘목격담’까지 나온 것이다.

목격담을 믿지 않으려는 사람은 용이 아니라 ‘악어’일 것이라고 우겼다. 그래서 용에게는 ‘육지의 악어’라는 뜻인 ‘부에아야 다라츠’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루머가 꼬리를 물자, 당시 네덜란드 총독은 용의 존재 여부를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명령에 따라, 학자와 사냥꾼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출동했다. 마침내 ‘상상의 동물’을 잡았더니, 길이가 4미터나 되는 엄청난 도마뱀의 일종인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시의 신문들은 “공룡 발견”이라고 대서특필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상상의 동물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 상상의 동물에 나중에 ‘코모도 도마뱀’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그런데, 100년 후인 21세기의 인도네시아에 또 다른 코모도 도마뱀이 등장하고 있다. 짐승 대신 열대우림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도마뱀이다. 다름 아닌, 본지가 보도한 포스코대우(현 포스코 인터내셔널)라는 기업이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대우는 인도네시아의 팜 오일 농장을 확장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마구 파헤치고 있다. 그 파헤친 면적이 2017년 2월 현재 미국의 워싱턴 DC보다도 더 넓은 2만3000㏊에 달하고 있다. 3만6000㏊ 크기인 바이오 인티아그린도(Bio IntiAgrindo) 열대우림을 절반 넘게 파헤쳤다는 것이다.

금년 말까지 파헤치면 포스코대우는 열대우림 전체를 지도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이 '불도저를 앞세우고 무자비하게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포스코대우'를 코모도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모도 섬의 코모도 도마뱀은 사냥꾼들의 총질과 먹이 부족 때문에 한때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포스코대우라는 코모도 도마뱀은 아마도 멀쩡할 것이다. 지금 식사중인 열대우림을 다 먹어치우고 나면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다른 열대우림으로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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