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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청와대와 여당의 ‘불자동차’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기사입력 : 2019-01-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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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연암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 청나라에서 북진묘(北鎭廟)라는 곳을 찾았다가 숙소로 돌아오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져서 '달빛을 밟으며'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런데 숙소를 출발했을 때는 멀쩡했던 민가 한 채가 불에 타고 있었다. 아마도 저녁 무렵에 불이 난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뛴 덕분에 불길은 거의 잡히고 있었다.

불난 민가 근처에 수레 3대가 놓여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수차(水車)였다. 사람들은 그 수차를 '수총차(水銃車)'라고 했다. 오늘날의 '불자동차'였다.

박지원은 뛰어난 관찰력으로 그 불자동차를 묘사했다. '열하일기'에 적었다.

"바퀴가 4개 달린 수레 위에 큰 물통이 있었다. 물통 속에 큰 구리 그릇이 있고, 그 그릇 속에 구리로 만든 통 2개가 들어 있었다. 구리통 사이에는 목이 '을(乙)'자 모양으로 생긴 물총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구리통에는 구리로 만든 뚜껑이 달려 있었다. 뚜껑에 나무막대기를 가로질러서 사람들이 그 막대기를 밟으면 뚜껑이 통 밑으로 내려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뚜껑이 내려가는 압력을 이용해 통 밑에 뚫린 구멍으로 물을 밀어내고, 그 물이 물총을 통해 세차게 뿜어져 나오도록 만든 것이었다.…"

우리는 불이 나면 바가지나 동이로 물을 날라서 끄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에 '수총차'에서 뿜어낸 물은 10여 길 높이로 올라가고, 30∼40걸음이나 멀리 뻗을 수 있었다.

따라서 '수총차'는 먼 곳에서도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화재를 쉽게 진압할 수 있는 첨단 소방장비가 아닐 수 없었다.

'수총차'는 민가 한 채에 붙은 작은 화재에도 3대나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박지원은 그 '수총차'가 관악기인 '생황(笙簧)'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작동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좋은 소방장비를 소개했으면, 나라에서 '벤치마킹'이라도 할 만했다. 박지원도 그것을 바라고 ‘열하일기’에 썼을 것이다. 그러나 '벤치마킹'은커녕, '열하일기' 자체가 금서(禁書)로 묶여버리고 말았다.

오늘날 희한한 불이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변에서 발생하는 불이다. 하나의 불을 어렵게 잡았다 싶으면 또 다른 불이 불거지고 있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투기 의혹 ▲서영교 의원의 판사 청탁 ▲송영길 의원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 발언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김정호 의원의 김포공항 갑질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사건 ▲신재민 기획재정부 전 사무관의 유튜브 폭로 ▲경호처 공무원 만취 시민 폭행 ▲의전비서관 음주 단속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골프 회동 ▲카이스트 총장 사퇴 압력….

청와대와 여당은 연일 ‘불자동차’를 동원하고 있다. 진화(鎭火)에 골치를 앓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기름을 보태주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 발언과, “총장을 만나지 못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등의 발언은 되레 불쏘시개 역할이었다.

불길을 잡는데 들어가는 인력과 경비, 시간도 간단치 않을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도 적지 않게 ‘열’을 받고 있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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