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탈레반과의 평화협상 재개가 불투명하면서 정부의 구심력이 더욱 약해지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둔 미군마저 감축한다면 아프간 정세는 겉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아프간의 혼란의 이면에는 두 가지 문제가 지적된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여름 이후 2015년부터 중단된 평화협상 재개에 대한 사전 준비를 위해 탈레반 대표단과 여러 차례 회담을 가졌다. 또 탈레반과의 대화를 우선시하는 미국으로서는 정치적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대선의 연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연기의 이유로 지적되는 것은, 8년 만에 이뤄진 지난해 하원 선거다. 선거 이후 "투표에 부정이 있었다"는 이의제기가 이어지면서, 결국 선거 결과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후 유권자 등록에 이용되는 신분증이 위조된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대선을 향한 과제가 불거져 연기는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어떻든, 결론은 대선이 연기됐다는 사실이다. 아프간의 가니 정권은 당초 두 선거의 평화로운 결과를 통해 스스로의 구심력을 부각시킴으로써, 민주 국가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속셈이었으나 모두 무산된 셈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탈레반뿐만 아니라 이슬람교 수니파 과격조직 '이슬람국(IS)‘에 의한 테러도 잇따라 지난해 상반기(1~6월) 전투나 테러에 휘말린 사망자는 1692명에 달했다. 이는 2009년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악의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치 평론가들은 "치안 상황은 밑바닥으로, 주둔 미군마저 감축될 경우, (아프간) 정부에게 무장 세력을 억누를 수 있는 힘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탈레반도 17년이 넘는 내전으로 피폐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치안 상황의 회복은 아직 먼 이야기이며, 심지어 온건파를 축으로 평화협상 재개에 적극적인 세력도 있어, 내부 분열마저 야기된 상태다. 다만, 여전히 탈레반 측은 피곤한 기색을 숨기고, 공세를 강화하여 유리한 입장에서 미국과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