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사과(Arctic Apple). 혹시 사과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의 추운 북극에서도 자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사과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전자변형(GM)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이 사과는 북극과는 전혀 관계 없다. 첨단 생명공학이 탄생시킨 새로운 사과의 브랜드일 뿐이다.
■ 갈변 효소 유전자 차단한 사과= 이 사과는 갈변(褐變) 효소를 생산하는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유전자 변형한 특별한 품종이다. 회사는 그 이름을 '북극 사과'로 붙였다. 아마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의 생명공학기업 오카나간 스페셜티 프루츠(Okanagan Specialty Fruits)가 개발한 유전자 변형된 GM사과다. GM작물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북극 사과는 캐나다에 이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농무부(USDA) 산하의 동식물검역원(APHIS)과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었다.
시장성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 사과가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기존의 사과보다 싸지도 않고, 그렇다고 더 특별한 것도 아니며 화학적 독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오카나간 측은 애플 슬라이스(apple-slice)를 필요로 하는 외식사업 등에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유전자 침묵에 대한 검증 거쳐야=그러나 대부분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과 동물이 그렇듯이 이 GM과는 과학자의 창의적인 산물만으로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 사과는 유전자 변형 기술 가운데서도 꽤나 진보된 기술로 평가 받는 유전자 침묵(gene-silencing)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그러나 여론은 이 사과가 미치는 산업적인 영향이 아니라 유전자 변형이라는 사실이 더 큰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모든 유전자변형생물체(GMO)가 그렇듯이 북극 사과가 우리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위험 여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문제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과는 기존의 GM기술과는 다른 복잡한 유전자변형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작물이다. 기존의 GM기술은 간단히 DNA 유전자를 자르고 다시 잇는 유전자 편집 방식에 의한 것이지만 북극 사과에 적용된 유전자 침묵은 DNA가 아니라 RNA 분자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술이다.
■ GMO가 다른 생물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어느 누구도 몰라= 한 생명체를 이루는 수만 개에 이르는 유전자들이 과연 적시적소(適時適所)에서 어떻게 활동하는 지에 대한 의문은 지난 15년 동안 분자생물학자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 이후 과학자들은 이러한 많은 형태의 RNA 유전자 간섭을 발견했다. 최근 등장한 유전자 간섭, 또는 유전자 침묵 기술이란 바로 특정 유전자가 발현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제 유전공학자들은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이 GM사과도 유전자 침묵 기술에 의해 탄생한 품종이다. 사과가 잘리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PPO(poly-phenol oxidase)라는 효소 때문인데, 바로 이 효소를 침묵시키면 갈변이 되지 않는 '북극사과'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을 포함해 시민단체들은 RNA를 조작하게 되면 목표했던 유전자 외에 다른 유전자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 GM사과는 일반 다른 사과나무를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고, 따라서 농민들은 살충제를 더 사용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