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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모래와 미세플라스틱, 그리고 음식윤리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19-01-0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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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어렸을 때 모래만 있으면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노래를 부르면서 모래집을 지었다. 요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래는 지름 2~0.02㎜의 암석과 광물의 작은 조각을 말한다. 모래를 갖고 놀다가 집에 오면 손을 꼭 씻어야 했다. 손에 묻은 모래가 몸속에 들어가면 해롭기 때문이겠지. 필자는 너무 배가 고파 모래 묻은 라면을 물에 헹궈 먹었다가 - 추측컨대 모래가 충수돌기 입구를 막아서(?) - 다음날 급성충수염(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라면, 칼국수, 우동, 짬뽕 등 국물이 있는 면을 즐기고 있는데, 특히 해물이 들어간 면 요리를 좋아한다.

그런데 미세플라스틱이 조개나 게, 새우, 생선, 심지어 생수에도 들어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해물이 들어간 면 요리를 계속 먹어도 되는지 걱정이 앞선다. 미세플라스틱을 먹었을 때 해로운지 아닌지 잘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하니 더욱 불안하다. 필자의 경우 충수돌기를 잘라냈으니 충수염이야 걸리지 않겠지만 미세플라스틱이 몸속에 들어오면 좋을 리 없을 것이다.

도대체 미세플라스틱이 무엇인가. 미세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길이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미세플라스틱에는 생산할 때부터 5㎜ 이하로 만든 것과 생산 이후 부스러진 것이 있다. 전자는 치약, 세안제 등에 들어있고, 후자는 섬유, 타이어, 어업용 스티로폼 등의 조각을 말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자연 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생태계 오염이 누적되고, 해양생물에게 장폐색을 일으키거나 성장과 번식에 해를 끼친다. 특히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에게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인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미세플라스틱은 우리가 만들어서 환경에 내보낸 것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 결과 해양생물의 생명은 물론 우리의 건강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게다가 아직은 안전한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경제성이나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실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더욱이 절제보다 탐식이 대세라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은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식품포장재도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품을 가식성 또는 생분해성 포장재에 담으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물성이나 경제성 부족으로 인해 아직은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다. 필자도 오래전 가공치즈 개별포장용 전분필름 개발연구를 했지만 원하는 물성을 얻지 못했다. 어린 시절 시장에서는 식품을 종이에 담아주었는데, 이 시절로 되돌아가기도 어렵다. 더욱이 1인 가구 증가로 포장단위가 작아져 포장재 사용량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음식윤리의 관점에서 해결방안은 뭘까. 환경보전, 생명존중, 안전성 최우선, 절제와 균형의 원리를 지키는 것이다. 말이 쉽지 실천하기 어려운 구태의연한 제안이라 비난 받을 수 있겠지만, 마땅한 다른 방안은 없다. 지구를 떠날 수도 없지 않은가. 가장 시급한 것은 환경보전의 원리에 따라 플라스틱 사용량과 미세플라스틱의 발생량을 현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다. 둘 다 썩지 않는 것이라고 후손에게 '금'대신 '미세플라스틱'을 남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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