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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자리] 구직자의 ‘나이 한 살’ 스트레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기사입력 : 2018-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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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매년 연말이 되면 껄끄럽다. 나는 ‘신년이라는 두 글자’가 싫다(不欲提起新年二字).”

조선 때 선비 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연말이 가까워지면 우울했다. 해가 바뀌면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해가 와도 좋은 것을 모르겠다(新年之來則沒無好趣)’고 했다. ‘섣달 그믐날에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除日有無限戀惜意)’고도 썼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늙어 가는 심정을 ‘노음(老吟)’이라는 글로 읊었다.

“누가 오복 가운데 장수를 으뜸이라고 했는가(五福誰云一曰壽)/ 오래 사는 게 욕이라고 한 요 임금의 말씀이 귀신같구나(堯言多辱知如神)/ 옛 친구들은 모두 황천으로 떠났는데(舊交皆是歸山客)/ 젊은이들과는 격세지감뿐일세(新少無端隔世人).”

김삿갓은 이렇게 오래 사는 게 욕이라는 ‘수즉다욕(壽則多辱)’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요(堯) 임금에게 덕담을 건넸다. 요 임금은 성인(聖人)이니까 장수하고, 부자가 되고, 아들도 많이 낳으라고 했다.

그러나 요 임금은 손을 내저었다. “아들이 많아지면 걱정이 많아지고, 부자가 되면 귀찮은 일이 많아지고, 장수를 하면 욕된 일이 많아진다”고 한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나이 먹는 게 무서운 사람이 더 있다. 취직 못한 구직자들이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신입사원이 되고 싶은 구직자 145명을 대상으로 ‘새해 나이 듦에 따른 취업 부담’을 조사했더니, 71.7%가 한 살 더 많은 나이로 취업을 준비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30~35세의 경우 두려움을 느끼는 비율이 자그마치 80.8%에 달했다. 25~29세는 78.2%, 20~24세는 50%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43.4%는 자신이 신입으로 취업하기 위한 적정 연령을 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0~35세는 67.3%가 적정 연령을 넘겼다고 했으며, 25세~29세는 43.6%, 20~24세는 10.5%였다. 여성(75%)이 남성(68.5%)보다 더 많았다.

60.7%는 나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약간 불편을 주는 수준’이 63.6%로 가장 많았지만,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응답도 6.8%나 되었다고 한다.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취업 목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지원기업에 대한 눈높이를 낮춤’(41.3%∙복수응답) ▲진입장벽 낮은 직무로 직종 변경 (34.6% ▲많이 뽑는 직무로 직종 변경 28.8% 등으로 나타났다.

‘황금돼지의 해’인 내년에도 취업 스트레스는 해소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내년에 정부가 예상하는 취업자 증가 폭은 15만 명으로, 올해 예상 32만 명의 ‘반 토막’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을 당초 32만 명으로 잡았다가 18만 명으로, 10만 명으로 두 차례나 낮춘 바 있다.

내년 예상인 15만 명도 ‘글쎄’일 가능성이 없지 않은 형편이다. 최저임금 10.9% 인상, 토∙일요일 ‘근로시간’ 인정, 주 52시간 계도기간 종료라는 이른바 ‘3대 노동쇼크’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17개 경제단체가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을 정도다. 되레 채용 규모를 줄이지나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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