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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와신상담 그 후…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기사입력 : 2018-12-0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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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를 돌이켜보자. 오나라에게 패배한 월나라 임금 구천은 쓸개를 씹어가며 복수를 다짐했다. 덕분에 오나라를 이길 수 있었다. 그래서 ‘와신상담’이다.

그렇다면, 구천은 단지 쓸개만 핥고도 이길 수 있었을까. 어림도 없었다. 국력을 키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구천은 스스로 밭에 나가 농사를 지었다. 왕비에게는 옷감을 짜도록 했다.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 비단옷을 두 벌 이상 마련하지 않았다. 그렇게 솔선수범부터 했다.

구천은 또 인재를 만나면 무릎을 꿇고 예우했다. 사람이 죽으면 상가를 찾아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있었다. ‘인구 늘리기’다.

① 건강한 남성이 노약한 여성을 아내로 맞아들이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했다. ② 16살 된 여성이나, 20살 된 남성이 혼인을 하지 않으면 그 부모를 처벌했다. ③ 아들을 낳으면 술 2병과 개 1마리, 딸을 낳으면 술 2병과 돼지 1마리를 지급하며 격려했다. ④ 자녀를 3명 낳으면 국가에서 유모를 알선해주었다.…

구천은 10년에 걸쳐서 이렇게 인구를 늘렸다.

다음 10년 동안에는 늘어난 인구에게 엄격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새로 늘어난 젊은 인구로 막강한 군사력을 갖출 수 있었다. 군사력이 급신장했다. 늘어난 인구 중에서 탁월한 전략가를 뽑아 양성할 수 있었다. 유능한 관리도 키울 수 있었다. 한마디로 사람을 키웠던 것이다.

이게 ‘진짜’ 와신상담이었다. ‘10년 생취, 10년 교훈(十年生聚 十年敎訓)’이었다. 쓸개만 씹어대며 쓴맛에 얼굴을 찌푸리고 복수를 외쳤다면 오나라에 대한 앙갚음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오나라의 힘을 빼는 작전도 곁들였다. 식량이 모자란다며 쌀을 빌렸다가 갚을 때는 증기로 찐쌀을 상환했다. 오나라는 찐쌀인 줄도 모르고 그 쌀을 파종했다. 찐쌀이 싹이 틀 까닭이 없었다. 그 바람에 오나라는 농사를 망치게 되었다. 구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로드맵’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내년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6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2025년까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 의료비를 전액 지급해준다고 했다. ‘출산장려금’ 지급 위주에서 아동과 부모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선회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방법은 효과가 ‘별로’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로드맵’이 제대로 먹혀들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렇더라도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 ‘로드맵’이라는 게 대체로 구천의 ‘10년 생취’에만 해당되고 있는 듯싶기 때문이다.

구천이 아이를 낳는 부모에게 술과 가축을 지급한 것처럼, 아동수당과 의료비 등을 지원하면 인구 늘리는 데 보탬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구천은 ‘10년 생취’를 성공한 다음에 ‘10년 교훈’을 밀어붙였다. 이를 통해 ‘10년 교훈’으로 늘어난 인구를 ‘나라의 대들보’로 만들었다.

지금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서 쩔쩔매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정부가 ‘10년 생취’를 도와준다고 해도, ‘10년 교훈’은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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