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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자리] 구자경 회장의 ‘폭탄 발언’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기사입력 : 2018-12-0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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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폭탄 발언’을 한 적 있었다. “노조가 계속 분규를 일으키면 차라리 태국으로 가서 장사를 하겠다”는 발언이었다. 골치 아픈 노조를 피해서 공장을 아예 태국으로 옮겨버리겠다는 얘기였다.

오래 전, 80년대 말에 있었던 발언이다. 그래서 발언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할 재간이 없다.

그래도 기자가 지금 기억하는 것은 당시 구 회장의 표정이다. 구 회장의 얼굴빛이 ‘대추 색깔’처럼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기억이 아물거리면 ‘검색’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검색 결과, 구 회장의 1989년 민관합동대책회의에서 그런 발언을 하고 있었다. 당시 구 회장은 전경련 회장도 맡고 있었다.

이른바 ‘6∙29 선언’ 이후 노조의 목소리가 대단히 높아지던 당시였다. 구 회장은 그 ‘막강한 노조’를 향해 “태국 가서 장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노조보다도 더 높여버린 것이다.

구 회장의 발언은 파문을 몰고 왔다. 노조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도 구 회장의 발언을 성토했다. ‘반(反) 대기업정서’가 끓고 있었다.

구 회장이 그런 파문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아마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폭탄 발언을 꺼낸 것은 기업을 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었다.

실제로, ‘6∙29 선언’ 이후 월급쟁이들의 호주머니는 상당히 두둑해지고 있었다. 기업 경영은 거기에 반비례하고 있었다. 경영 사정이 나아진 것은 ‘별로’인 상태에서 인건비 지출이 ‘왕창’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공장을 해외로 옮겨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다시 ‘유턴’해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많은 기업이 밖으로 나가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해외에서 국내로 다시 사업장을 옮기면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연구원은 밖으로 나간 제조업체 15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가 이른바 ‘리쇼어링’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자료를 내놓고 있다. 돌아오지 않겠다는 이유로 77.1%가 ‘해외시장 확대 필요’라고 했지만, 국내 고임금 부담(16.7%)과 국내 노동시장 경직성(4.2%)도 꼽고 있었다.

그 와중에, 국산 자율주행차의 대표주자인 ‘스누버’가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접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택배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승우 서울대 교수팀이 10년의 개발과정을 거쳐 상용화를 목표로 토르드라이브라는 스타트업까지 차렸지만 결국 미국행을 택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롯데마트가 베트남에서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의 오토바이·승용차 네트워크를 활용한 ‘총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규제’ 때문이다. 규제가 얼마나 까다로웠으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정부에 ‘규제개혁 리스트’를 제출한 것만 39차례나 되었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39차례나 정부에 건의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밖으로 나갈 경우, 당면 현안인 일자리는 더욱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기업들의 베트남 자회사가 891개에 달하고 있다. 2015년에는 668개였는데, 불과 2년 만에 900개에 육박한 것이다.

이들은 현지에서 베트남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을 것이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일자리를 깎아버리고 있는 셈이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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