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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당신의 건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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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건배사의 시즌이다. “겁나 수고한 당신께 박수를 보냅니다, 박보검!”,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청바지!”라는 구호가 유행했다는데 이제 당신들은 또 어떤 준비들을 하고 계신지. 나는 건배사를 유독 싫어했다. 우리끼리 뭔가 잘 해내보자는 야합의 느낌도 그랬고, 돌림차순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선동을 강요당하는 듯한 분위기도 싫었다. 굳이 그럴 일도 아니었다. 건강이든 행복이든 입을 모아 빌어주는 것이 뭐 그리 대수라고 말이다. 믿을지 모르겠으나 내 어린 시절에는 술이 얼큰해지면 건배사가 아닌 무반주의 노래가 자리를 타고 돌아갔는데 시를 읽어준 어떤 선배도 있었다. 삼성동의 후미진 선술집이었으리라 기억되는데 굵은 안경테의 그 선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져 있는 듯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유치환, <행복(幸福)> 부분

비트겐슈타인은 사람의 말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 하나는 확실한 것만 말하고 침묵하라는 것이다.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 주관적 판단이나 개인적 감정을 덧붙여 전달하면 진실이나 진의가 왜곡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학생에게 체벌을 서슴지 않았던 시골 초등학교 교사다운 엄격한 생각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사용되는 언어는 쓰임새에 따라 달리 해석된다는 입장이다. 미워죽겠다고 애교를 부리는 연인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언어는 맥락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생겨난다. 따라서 세상에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인생이 있고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우리는 희로애락의 인생사를 살면서 유치환의 ‘행복’같은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으로 물든 절절한 사랑도 있음을 알게 된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 최승자,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부분

나라도 곁에 없으면 /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 이영광, <사랑의 발명> 부분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사랑의 경험과 기억이 있다. 그것이 그의 언어, 시가 되고 예술이 되리라.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다.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사랑 영화의 최고봉인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말하는 걸 보았다. 딱 그 영화 같은 사람이었다. 당신의 건배사는 당신을 닮는다. 어디 한번 당신의 건배사를 맞춰볼까?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사진없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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