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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수상을 거부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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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조선이 생긴 지 꼭 이백 년 뒤 임진왜란이 터지고 1598년 이순신은 노량에서 죽는다. 칼잡이 출신의 도적떼들은 속전속결의 노략질을 위해 설계된 안택선을 기세 좋게 올라탔으나 거북선의 철침에 찔리고 물살을 이겨내는 판옥선이 펼치는 학익진에 속수무책으로 떼죽음을 당했다. 나라를 구한 이순신은 어떤 상으로도 부족할 만한 승전보를 전했다. 그러나 선조는 그를 원균과 같은 훈공으로 낮추고 오히려 명나라를 천군으로 높여 기렸다. 의주로 도망간 자신의 명분을 찾기 위해서였다. 현충사 안쪽으로 모셔진 이순신의 영정은 서럽고도 피눈물 나는 역사를 직시하라고 묻는 듯했다.

64년 사르트르는 노벨 문학상의 수상을 거부했다. 상을 통해 짊어지게 될 구속과 서구인에게만 주어지는 노벨상의 편협함 때문이었다. 65년 존 레논은 대중음악가에게 최초로 주어졌던 대영제국훈장을 거부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에게 "나이지리아, 비아프라 내전에 영국이 개입한 것과 베트남 전쟁에서 영국이 미국을 지지한 것에 항의하며 이 훈장을 돌려드립니다”라고 편지를 보냈다. 그는 국가로부터의 훈장을 반납함으로써 반전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73년 45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서 ‘대부’로 수상하게 된 말론 브란도는 헐리우드와 텔레비전이 인디언을 다루는 방식에 항의하기 위해 수상식에 리틀페더를 대신 보냈고 미국원주민운동(AIM)'의 창설을 도왔다. 이들은 모두 상을 버리고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

한 해를 결산하는 시상식의 시즌이다. 명예로운 훈장을 거머쥔 자는 소감을 준비할 것이다. 92년 대종상에서 한 여배우는 “아름다운 밤이에요”라는 말로 상 받는 자의 설렘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2006년 한 언론인은 “33%는 제작진께, 33%는 인터뷰이들에게, 33%는 청취자들에게 돌리고 나머지 1%만 저와 가족들이 가져가겠습니다”라는 소감으로 겸손한 자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누구나 세월이 지날수록 부끄럽고 참담한 느낌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순간이 있다. 운 좋게 몇 번의 광고상을 수상한 내 소감과 글이 그랬는데 장황하고 자화자찬으로 가득했다. 상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상이란 삶의 궤적을 드러낼 푯말일 뿐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새겨질 후대의 평가다. 그의 삶이 그랬는데 진위여부가 무슨 대수랴. “적에게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일평생이 압축된 고결한 한마디였다.

현충사 앞 은행나무와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곡교천엔 1.5km의 아름다운 산책길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건너편 마을 입구 ‘시골식당’은 메기를 호박, 감자, 깻잎 그리고 국수와 밥과 수제비를 말아 끓인 어죽을 파는데 든든하고 구수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엔 더 없이 좋은 하루 코스다. 곧 있으면 앙상한 가지만 남겠지만.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사진없는 기자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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