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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바람개비 되어 그대에게-물레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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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꽃의 시간이 저물어 간다. 성급하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서둘러 옷깃을 여미며 겨울을 예감한다. 아직 가을꽃들의 그윽한 향기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벌써 겨울채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세월처럼 무서운 것도 없지 싶다. 뜨겁던 여름이 지나 집안 한구석에 밀쳐두었던 선풍기를 꺼내어 닦았다. 선풍기 날개에 잔뜩 묻은 먼지가 여름내 더위를 식혀주느라 쉴 새 없이 맴을 돌던 선풍기의 노고를 증명이라도 하듯 선풍기 날개엔 먼지가 잔뜩 묻어 있다. 선풍기를 분해하여 날개를 닦다가 지난 여름, 고향의 들녘에서 만난 물레나물 꽃을 떠올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태양의 열기와 짙게 녹음을 드리운 산천의 초목들 사이에 피어나는 여름 꽃들은 봄꽃과는 달리 원색적이고 강렬한 원숙미를 보여주며 피어난다. 초록의 숲속에서 붉고 진하게 피어나는 나리 종류가 그러하고, 태양을 능멸이라도 하듯 겁 없이 담을 타고 올라 허공을 휘어잡고 피어나는 주황색 능소화가 대표적인데, 물레나물 꽃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물레나물 꽃은 수시로 장맛비 내리고 가끔씩 드러나는 푸른 하늘에서 따가운 햇살이 쏟아질 무렵, 위풍당당하게 피어나 숲을 환하게 밝혀준다. 바람개비처럼 맴을 도는 황금빛 꽃잎 가운데 다보록이 솟은 빨간 꽃술을 보고 있으면 금세라도 한바탕 강한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것만 같은 착각이 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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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나물

물레나물은 물레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깨끗한 환경을 좋아하여 오염된 곳을 피해 주로 숲 가장자리나 산기슭의 논밭 사이 양지 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 키가 어른 허리춤까지 자라며 매끈한 잎은 마주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9월까지 꽃이 피는데 그 자태가 일품이다. 꽃의 지름이 5㎝ 내외로 야생화치곤 제법 큰 편에 속한다. 선풍기 날개 모양으로 한쪽으로 휘어진 5장의 꽃잎이 실을 잣던 물레와 닮아 물레나물이란 이름을 얻었다. 스크루 모양의 꽃잎 한가운데에 튼실한 암술과 붉은 수술이 독특하여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꽃 모양이 해당화와 비슷하여 황해당, 노랑나비를 닮았다 하여 금사호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레나물의 꽃말은 ‘임 향한 일편단심’, ‘추억’이다.

옛사람들은 꽃 한 송이도 흘려보는 일 없이 삶에 밀접한 물레와 같은 생활도구를 연상하거나 먹을 수 있는지 여부를 헤아렸다. 물레나물이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뜯으면 향긋한 향이 나는 어린 순은 살짝 데쳐 헹군 후 양념해서 나물로 무쳐 먹는다. ‘나물의 왕자’로 불릴 만큼 그 맛이 일품이다. 뿐만 아니라 한방에서는 홍한련(紅旱蓮)이라 하여 물레나물의 뿌리를 약재로 쓰는데, 지혈, 해독 효과가 있어 타박상이나 출혈, 두통, 피부 염증, 종기 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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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나물

많은 사람들이 물레나물과 헷갈려 하는 꽃으로 망종화가 있다. 망종화는 물레나물과에 속하는 중국 원산의 떨기나무로 도시 화단에 많이 심는 꽃나무다. 모내기와 보리 베기를 하는 망종 무렵에 피어 망종화라 불리며, 노란 꽃술이 금실을 닮아 ‘금사매’라고도 불린다. 꽃잎은 같은 황금색이지만 바람개비처럼 휘어지지 않고 꽃술도 붉은 물레나물과는 달리 노란색이라 조금만 자세히 보면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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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나물

물레나물은 일부러 심지 않으면 무리지어 자라는 경우는 거의 없고 어쩌다 들판에서 한 두 송이씩 만나게 되는 흔치 않은 꽃이다. 직접 햇빛이 닿아야만 피는 습성이 있고 붉은 꽃술에는 꽃가루가 많아 벌과 나비가 즐겨 찾는 꽃이기도 하다. 꽃송이도 제법 크고 아름다워 집안 화단에 옮겨 심으면 관상용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꽃은 어디에 피어도 아름답지만 물레나물 꽃은 여름 들판에서 만나야 제격이다. 초록의 여름들판에서 금빛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는 물레나물 꽃을 발견하는 것은 생의 특별한 기쁨이기 때문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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