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세계적 서버 업체 슈퍼마이크로사의 주기판에 마이크로칩을 심어 애플과 아마존을 해킹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파이칩 논란 속의 서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에 731대 도입된 것으로 확인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산하 30개 기관 가운데 11곳에서 슈퍼마이크로의 서버·메인보드 제품 731대를 도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우리의 정보가 외국으로 새어나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관세청을 통해 관련 통계 자료를 보니 국내 연구기관 30곳 가운데 11개 기관에서 731대의 슈퍼마이크로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나머지는 서버나 백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과기부에 후속조치를 요구했다. 신 의원 측은 “731대는 자료를 보낸 기관만 파악한 수”라며 “전체 대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기관별 도입 현황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공식적으로 포털 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필요하다면 유통망을 확인할 것이며 확인감사 전에 파악한 내용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마자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애플과 아마존은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오보라고 주장했다. 중국 노트북업체 레노보도 성명을 내고 슈퍼마이크로가 자사의 고객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거짓보도라고 사과를 요구 했고 블룸버그는 미국이통사 US텔레콤에서도 스파이칩이 발견됐다며 맞섰다.
보도 내용의 진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비상이다. 대기업을 비롯해 통신사, 금융사, 방송사, 공공기관들도 슈퍼마이크로 서버를 다수 도입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슈퍼마이크로 서버 도입 현황을 구체적으로 밝힌 업체는 KT 한 군데뿐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10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KT도 57대의 서버를 보유하고 있다”며 “대부분 연구개발(R&D)용으로 사용해 보안 문제는 없지만 면밀하게 더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업체들은 ‘회사 기밀’을 이유로 구체적인 도입 대수나 사용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