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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화폐박물관 실제 가보니...민족의 천년 자화상, 대중과 생생하게 호흡하고 있어

전안나 기자

기사입력 : 2018-07-19 14:22

[글로벌이코노믹 전안나 기자]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래도 있습니다./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의 '자화상' 전문-

시인 윤동주는 식민지를 견디어야 하는 지식인의 고뇌와 극복 의지를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자화상이라는 단어는 스스로 그린 자기의 초상화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반성을 동반한 성찰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당대의 성찰과 반성은 후손들에게는 교훈과 역사로 남게 된다. 여기 천년에 걸친 민족의 자화상을 화폐에 고스란히 담아 시대와 호흡하며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고 있는 곳이 있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화폐박물관 탐방을 통해 화폐에 담긴 우리 민족의 천년 역사를 체험해보았다.

대중과 호흡하는 생생함 살아있어

화폐박물관 제1전시실에는 반냥화와 현존하는 최초의 주화로 알려진 고려시대의 건원중보와 조선시대의 대표적 주화인 상평통보 및 상평통보 주조광경이 사실적으로 연출되어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전안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화폐박물관 제1전시실에는 반냥화와 현존하는 최초의 주화로 알려진 고려시대의 건원중보와 조선시대의 대표적 주화인 상평통보 및 상평통보 주조광경이 사실적으로 연출되어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전안나 기자

평일 오후 1시 뜨거운 여름 햇살을 통과해 화폐박물관에 첫 발을 내딛는 필자를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바로 어디선가 들려오는 맑은 소리였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 간간이 들여오는 웃음소리. 호기심에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엄마와 아들, 동창생으로 보이는 40대 중 후반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실루엣이 선명해질수록 또렷해지는 소리는 엄마가 전시물을 어린 아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는 소리 혹은 "여기 돈 좀 좋아하는 사람들 오면 진짜 좋아하겠다. 모든 종류의 돈이 다 있잖아" 등의 우스개 소리와 이어지는 웃음 소리 등으로 선명해졌다.

전시물의 정적인 이미지와 방문객의 동적인 생생한 소리의 어울림으로 먼길을 통해 방문한 필자를 반갑게 맞이해준 화폐박물관은 1988년 6월 22일 개관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화폐와 유가 증권류를 포함한 역사적 사료를 체계적으로 정리, 전시하여 국민들의 화폐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도움을 주고 화폐문화에 기여한다는 내용을 근간으로 설립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박물관이기도 한 이곳은 주말에 부담없이 가족단위로 나들이하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한국조폐공사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2018 화폐박물관 즐거운 여름방학 행사'를 개최(7월 26일/8월 2일/ 9일/16일)하는 등 시기별로 시의성 있는 전시가 개최돼 주기적으로 다채로운 관람을 할 수 있다.

또, 특별전시실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의 공예 작품 등도 전시하고 있어 화폐박물관을 찾는 이들에게 다채로운 문화체험을 제공함으로써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호흡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대에는 재화와 교환수단으로, 역사에는 시대의 자화상으로 남아

좌측의 전폐를 설명한 문구 아래로 보이는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면 화살촉으로 만든 전폐(우측)가 보인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전안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좌측의 전폐를 설명한 문구 아래로 보이는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면 화살촉으로 만든 전폐(우측)가 보인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전안나 기자.


화폐는 당대에는 재화 용역의 교환수단이자 채무 변제를 위한 지급수단 등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시대의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는 문화로 남게된다.

화폐박물관은 ▲제1전시실/주화역사관, ▲제2전시실/ 지폐역사관, ▲제3전시실/위조방지홍보관, ▲제4전시실/특수제품관에 각기 다른 모습의 시대와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주화역사관인 제1전시실은 반냥화와 현존하는 최초의 주화로 알려진 고려시대의 건원중보와 조선시대의 대표적 주화인 상평통보 및 상평통보 주조광경이 사실적으로 연출되어 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 자료인 거푸집(주형), 조선시대 별전, 신안해저인양 중국전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고종 때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귀금속 화폐인 대동은전과 경성, 인천, 용산, 일본 오사카 조폐국 주화, 근대화폐 제조를 위해 독일에서 수입하여 사용한 근대 압인기가 전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주화역사관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화폐는 전폐(箭幣)다. 전폐는 화살촉 모양의 철전(鐵錢)으로 평상시에는 화폐로, 전시에는 군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다목적 화폐다. 조선 세조 때의 화폐로 당시 여진족의 침입이 잦았던 시대에 늘 국방문제로 시달려야했던 우리 민족의 고단한 모습이 시간을 초월해 필자의 가슴에 먹먹하게 다가왔다.

주화를 떼어내기 전의 모습이 나뭇가지에 달린 잎사귀 같다하여 엽전이라 불렀던 상평통보.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전안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주화를 떼어내기 전의 모습이 나뭇가지에 달린 잎사귀 같다하여 엽전이라 불렀던 상평통보.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전안나 기자.


조선시대의 엽전(상평통보)이 왜 엽전이라 불리었는지도 알 수 있는 사료도 흥미롭다.

상평통보를 만들 때, 선조들은 나뭇가지의 원리를 이용해 대량생산을 했다. 상평통보의 형틀을 만들 때 서로 연결되도록 골을 팜으로써 쇳물을 부으면 한꺼번에 여러 개가 주조되었고 이것이 굳어지면 하나씩 떼어내어 연마하였던 것. 주화를 떼어내기 전의 모습이 나뭇가지에 달린 잎사귀 같다하여 엽전이라 불렀던 것.

북한지폐를 비롯 희귀지폐와 외국지폐가 디자인 소재별로 전시된 지폐역사관은 학생들에게 지폐를 통한 문화 상대주의를 익히는 데 유용할 듯하다.

또, 얼굴을 되찾은 우리의 얼굴이라는 현판이 걸린 곳은 한 동안 발걸음을 묶어놓기도 했다. 제1차 긴급통화조치 내용을 담은 전시관으로 1951년 10월 한국조폐공사 설립과 더불어 ‘한국조폐공사법’이 발효되면서 1952년 10월에 뱔행된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이 실린 신1,000원권과 신500원권이 눈길을 끌었다.

위조방지홍보관에서는 지폐위조의 개념부터 현재 위조 발생 현황, 진짜 돈과 가짜 돈의 비교는 물론 내 돈은 진짜인지 직접 확인해 보는 체험기기 등이 전시돼 있어 학생들의 흥미로운 체험학습으로 적합하겠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이밖에 우표와 우표 인쇄기, 특수인쇄제품까지 전시돼 있는 제4전시관까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관람 과정에서 심연 깊은 곳에 스며드는 민족 정체성을 느낄 수가 있다.

화폐의 역사를 통한 민족 정체성 형성에 기여


통상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장된 영웅담이나 연설 등이 동원된다.

화폐역사관에서 흥미롭게 체험한 역사의식은 과장이나 의도된 바가 없이 자연스럽게 시사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은 것이 아닐까? 화폐에 담긴 각기 다른 시대의 각기 다른 삶을 접하면서 관객은 어느덧 그들과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민족이라는 정체성으로 단일화 된다. 이것이야 말로 문화와 예술작품이 당대를 반영함으로써 가치를 획득하는 주요 요소가 아닐까?

당대에는 재화로 활용되고, 역사 속에서는 민족의 자화상으로 남아 고유의 문화로 남은 화폐를 두루 섭력한 후, 나오는 발걸음은 뿌듯했다. 화폐를 통해 선조들의 치열한 삶에 동참하고 좀 더 정확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후 남은 뿌듯함과 공감을 통한 인식의 확장은 이 곳을 방문할 또 다른 관객의 몫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이거나, 먼 타지의 이방인일 수도 있을 그들이 화폐박물관을 찾아와 필자와 같은 감동과 뿌듯함을 얻는다면 한편의 르포를 작성하는 사람으로서 더한 미덕이 없을 것이다.

한편, 화폐박물관은 한국조폐공사가 공익적 목적의 비영리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신정, 설날연휴, 추석연휴, 정부지정임시공휴일은 휴관하며 개관시간은 오전10~오후 5시까지다.


전안나 기자 jan02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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