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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고귀한 살코기와 음식윤리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18-07-11 11:04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는 소, 돼지, 닭을 먹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먹을 때 소, 돼지, 닭을 먹는다고 생각할까. 우리는 소고기가 생명체인 소의 살코기, 돼지고기가 생명체인 돼지의 살코기, 닭고기가 생명체인 닭의 살코기임을 알면서 먹을까. 우리는 비프(beef), 포크(pork), 치킨(chicken)을 먹는 것이지, 소, 돼지, 닭을 먹는 건 아니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설령 소, 돼지, 닭을 먹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지 않은가”라고 되물을 수도 있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인간도 동물이고, 소, 돼지, 닭도 동물인데, 어떻게 인간 동물은 소, 돼지, 닭과 같은 비인간 동물을 먹어도 문제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동물이라는 용어는 19세기말 서구과학이 조선에 전해질 때 들여왔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흔히 사용된 용어는 금수(禽獸), 즉 날짐승과 길짐승을 아우르는 ‘짐승’이라는 말로, 원래 중생(衆生)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중생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것을 뜻하였다가, 언젠가부터 인간 동물인 사람만 중생이라 하였고, 비인간 동물은 짐승으로 불렀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중생이고, 소, 돼지, 닭은 짐승이라고 구별한 것이다.
여기서 중생과 짐승이 다름을 구별한 것인지, 달라서 차별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사람을 비하할 때 소, 돼지, 닭과 같은 짐승을 들먹일 때가 종종 있다. 소같이 굼뜬 X, 돼지같이 욕심 많은 X, 닭XXX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만약 소, 돼지, 닭이 말할 줄 안다면 어떻게 말할까. 소는 사람을 잽싸지만 엉터리로 일하는 X, 돼지는 사람을 치사하게 욕심 많은 X, 닭은 사람을 얍삽하게 머리 굴리는 X. 혹시 이렇게 혹평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바로 피터 싱어가 말한 종차별주의다. 백인과 흑인이 똑같이 고귀하고,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고귀하다는 것이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금지의 근거인 것처럼, 종차별 금지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차이는 구별하되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생명만큼 소, 돼지, 닭의 생명도 고귀함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소는 영화 “워낭소리”의 소처럼 고귀한 존재다. 소가 고귀하니 그 살코기도 고귀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돼지도 닭도 고귀하고, 그 살코기도 고귀한 것이다.

그런데 생명의 모순은 남의 생명을 먹으면서 나의 생명을 유지한다는 데에 있다. 황금률은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이다. 여기서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처지를 바꾸어 ‘남’을 소, 돼지, 닭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소, 돼지, 닭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소, 돼지, 닭을 대접하라.”가 될 것이다. 어떤가. 소, 돼지, 닭에게서 살코기를 얻는 만큼 내 살코기를 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은 “소, 돼지, 닭아,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너의 고귀한 살코기는 정말 고맙다.”가 아니겠는가. 그렇다. 적어도 우리가 다른 생명을 먹으며 행복할 때, 다른 생명이 누릴 행복을 먹고 있다는 걸 깨닫는 지혜가 필요하다. 육식도 음식이고, 육식에 대한 윤리도 음식윤리다. 음식윤리의 핵심인 생명, 행복, 지혜를 간직하고, 그 고귀한 살코기를 바른 생각과 태도로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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