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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5월에 기억해야 할 사람들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기사입력 : 2018-05-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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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행복을 위해 행복한 사람 곁으로 가라.” 서울대학교 최인철 교수의 말이다. 그래서 5월은 행복을 몸으로 확인하고 감수하는 달이다. 녹음이 생동하는 계절, 우리는 살아가며 맺어온 불가분의 인연들, 아이와 스승과 부모의 곁으로 달려가 얼굴을 마주하고 존재의 뿌리와 행복의 원천을 되새긴다. 스마트폰의 영상으로 안부를 묻거나 기프티콘 선물로 마음을 대신 전할 수도 있지만 5월의 그 날이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박혀있는 까닭은 분명하다. 그 사람들과 같은 시공간에서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행복감을 몸으로 느끼라는 것이다. 감정의 공유가 기억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추억으로 남아 우리의 인생이 된다. 온 몸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껴안고 살아간 자만이 다시 돌아갈 때 소풍 같은 날들이었고, 아름다운 세상이였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제일기획 시절 만든 고속철도 코레일의 광고는 점차 희미해지는 효심에 대한 생각을 담은 작품이다. 명절을 맞아 자식의 귀향을 기다리는 시골집 엄마의 섭섭한 모습과 일이 바쁘다고, 아이가 아프다고, 갑자기 어디를 가야한다고 전화를 끊는 자식들의 미안한 모습이 교차된다. 핑계이기에 나오는 표정들이다. 그런 자식들의 얼굴 위로 “그리운 마음이 시속 300Km로 달려갑니다. 당신을 보내세요.”라는 카피가 나오고 반갑게 맞이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광고가 마무리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 KTX가 있으니 타고 가서 당신의 모습을 직접 보여 드리라는 것이다. 명절날 부모님이 가장 기대하는 선물이 용돈이라는데 그 용돈이 그저 통장으로 부쳐주는 돈이라고 해도 부모님이 그렇게 대답했을까? 그리운 사람들이야말로 몸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역설적이지만 정채봉이라는 시인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이란 시 속에 그 대답이 있다.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 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정말 소중한 것들은 사라진 후에야 그 소중함이 드러난다. 시 속의 울음은 시인이 그의 부모가 살아계실 때 눈을 맞추며 조근조근한 어투로 말동무가 되어드리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는 시인의 울음이다. 필자도 15년 전 부모를 동시에 여위었는데 돌아가신지 얼마동안은 한번 쯤은 이 세상에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어리석은 환각 속에 살았었다. 부모의 존재란 그가 저승으로 사라져 이승에서 만날 방법이 사라져 버릴 때 비로소 한스럽게 다가오는 걸까?

가족이나 스승은 아니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한 사람이 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이다. 고인은 장례식을 수목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치루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는 격식을 싫어했던 소탈한 성품, 정도와 상생의 모범적 경영, 후대를 위한 다양한 공익사업으로 존경받는 기업가였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고 싶은 그 분의 면모는 다른 것이다. 그 분은 평소 중간 가격대의 술을 드셨다고 한다. 너무 싼 술은 위선이고 너무 비싼 술은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순실 청문회장에서도 고인은 “명분만 맞으면 정부 요구에 돈을 낼 것이냐? 라는 고압적인 질문에 “불우이웃을 돕는 일이라면 나는 계속 할 것이다”라는 소신있는 답변을 했다. 명분이 있어서 지킬만한 일은 계속 할 것이라는 취지였다. 그는 지킬 만큼의 말과 뱉은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언행일치의 리더였다. 아마 오늘도 고개를 수그리고 면피용 발언을 일삼거나 고개를 치켜들고 철면피를 과시하는 자들이 대형티브이화면을 장식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솔선수범을 들먹이거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강요할 생각이 없다. 다만 지킬 수 있는 말과 말한 것을 지키는 모습은 앞에서 이끄는 자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는 말은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처럼 그 말을 명찰에 새겨 그들의 가슴에 단단하게 매달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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