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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 관계는 당사자 문제 벗어나…부모와 화목해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39회)] 부부의 침대에는 여섯 명이 누워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8-05-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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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 전문가들에 의하면 “부부의 침대에는 여섯 명이 누워있다”고 한다. 물론 부부의 침대에는 당연히 부부 두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는 몸에 한정된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부부의 마음속에는 남편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부인의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여섯 명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부모들은 어렸을 때뿐만 아니라 결혼한 후에도 계속 두 사람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간의 관계는 당사자만의 문제를 벗어난다. 부부가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부모들과도 서로 화목해야 한다.

기독교 경전인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따르면 하나님이 남자인 아담과 여자인 이브를 창조하신 후 가정을 이루게 하셨다. 처음 아름다운 이브를 본 아담은 첫눈에 반했다. 그리고 “이제야 나타났구나, 이 사람! 뼈도 나의 뼈, 살도 나의 살”이라고 열렬한 사랑의 고백을 한다. 두 사람은 가정을 이루었다. 그리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라고 알려주고 있다. 이 구절을 오늘날에 맞게 조금 변형한다면, “그러므로 부부는 각자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배우자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일 것이다.

즐거운 결혼생활 영위하려면
부모 떠나는 것부터 선행해야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면
부부침대에 여섯 명 누워 있어

이 이야기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의 요체에 대해 중요한 교훈이 담겨있다. 즐거운 결혼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편과 아내가 각자 자기의 부모를 떠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한다면, 부부가 각자 자기 부모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해야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부부가 한 몸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자 부모로부터 독립한 주체로서 만나야 한다. 만약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아직 부모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면 비록 몸은 두 사람이 누워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부부의 침대에 여섯 명이 누워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섯 명 사이에 역동(力動)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복잡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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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배경이 다른 두 남녀가 결혼해 살다보면 당연히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문제를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타협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40대의 여성이 불행한 결혼생활에 대해 상담을 받으면서 계속 자신은 어린이와 사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녀에 따르면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이라도 하면 남편은 자신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에게 쪼르르 달려가 부부싸움을 했다고 고자질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시어머니가 달려와 자신을 야단치고, 결국 부부 간의 사소한 다툼이 고부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한바탕 난리를 피운 후에야 겨우 봉합이 된다고 했다.

부모를 떠나고 심리적으로 독립한다는 것은 하나의 주체적인 존재로 거듭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성숙한 어린이의 상태에서 이제는 성숙한 어른의 삶을 살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로부터 충분히 독립하지 못한 부부가 겪는 결혼생활의 어려움 중에 대표적인 것은 남편이나 부인과 부모를 혼동한다는 것이다. 남편이나 부인을 부모와 혼동하고, 부모와 아직 해결되지 못한 감정을 배우자에게 전이(轉移)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표적인 것은 배우자에게 부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다. 한 남편이 상담을 받으러 왔다. 이 남편의 고민은 부인에게 자주 욕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남편은 이것이 잘못인 줄 알고 있고, 부인이 잘못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욕을 하지 않으려고 많은 애를 쓰지만 자신도 억제할 수 없이 부인에게 되풀이해서 욕을 하곤 해서 상담을 받았다.

상담 과정에서 이 남편은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이유 없이 심한 폭행을 당하곤 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 때 어머니에게 욕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어머니에게 더 심하게 폭행을 당할 것이 두려워 마음 속 깊은 무의식의 세계에 어머니에 대한 미움을 숨기고 살았다. 그 후 어머니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여성에게 마음이 끌려 결혼하였다. 하지만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시도 때도 없이 부인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을 더욱 참담하게 만든 것은 자신도 잘못인 줄 알지만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상담 결과, 무의식적으로 부인과 어머니를 동일시(同一視)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이 남편은 부인에게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어머니에게 그동안 참았던 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배우자와 부모를 심리적으로 혼동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병리적 현상은 배우자에게 아버지나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계속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면서 성인이 된 남자는 결혼 후 부인에게 어머니처럼 사랑해달라고 요구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행동의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적으로 받아주고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남편은 부인이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받아주는지 여부를 끊임없이 테스트한다. 그리고 부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물론 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남편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공주님’으로 여기며 사랑해준 아버지처럼 대해달라고 요구한다.

부모 떠나 심리적인 독립 의미
하나의 주체 존재로 거듭나는 것

이런 과정은 대개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노력하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없다. 같은 결말이 되풀이 된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도 바라던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비난하게 된다. 하지만 비난을 받은 상대방도 본인의 능력으로는 만족시켜 줄 수 없는 요구를 한다고 느끼고 결국 서로 상대방에게 불행한 결혼생활의 원인이 있다고 비난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상대방을 비난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얼마나 부모로부터 독립되어 있는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지름길은 배우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이라는 말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이지 상대방도 모른다는 것이 아니다. 부부로 함께 살다보면 자신은 모르는 것을 배우자는 알 수 있는 마음의 영역이 있다. 배우자가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려고 느력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의 의견을 비난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이 모르는 속마음을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동반자로 받아들이게 된다. 만약 서로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만 계속 동일한 패턴이 반복된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모든 결혼생활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성장 배경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살다보면 당연히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문제를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타협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부모를 떠나서 배우자와 한 몸을 이루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결혼은 부모와 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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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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