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하게 살이 오른 오월의 숲은 이미 신록이 짙어질 대로 짙어져 초록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렇다고 오월의 숲이 초록 일색이라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잎보다 먼저 피었던 꽃들이 지고 나면 숲은 또 초록 이파리 사이로 새로운 꽃을 내어 달고 ‘삶은 죽을 때까지 아름답다’고 소리 없는 찬가를 부르기 때문이다. 오월의 숲은 수천수만의 은종을 매달고 바람 속에 향기를 풀어놓는 때죽나무와 쪽동백의 흰 꽃은 물론이고 나무 사이를 부지런히 날며 짝을 찾는 새들의 사랑 노래가 넘쳐난다.
대부분의 야생화들이 작고 왜소한데 비해 큰꽃으아리는 이름처럼 큰꽃이라서 누구라도 한 번 눈에 스치면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숲 속에 피는 대부분의 꽃들이 그러하듯이 오월의 숲에서 큰꽃으아리를 만나는 행운은 쉽지 않다. 큰꽃으아리는 개체수가 많지 않거니와 숲속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꽃 피는 때를 맞추는 일도 쉽지 않고 설령 때맞추어 찾아갔다고 해도 상처 없는 온전한 꽃을 만나기는 더욱 어려운 까닭이다.
큰꽃으아리는 2~4m 정도 자라는 덩굴나무로서 키 작은 나무를 기어오르면서 자라는 미나리아제비과 식물이다. 속명 클레마티스(Clematis)는 ‘마음이 아름답다’는 뜻을 갖고 있다. 꽃은 가지 끝에 한 송이씩 달리고 국내에서 자생하는 클레마티스 속 식물 중 지름이 5㎝ 정도로 가장 큰 꽃에 속한다. 꽃처럼 보이는 부분은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이 진화한 것이며 8개이고 암술과 수술이 다수이며 암술대에는 갈색털이 있다.
희고 커다란 꽃받침열편은 숲속을 오가는 곤충들을 유혹하기 위한 장식이자 치밀한 작전인 셈이다.
까닭 없이 피는 꽃이 없고, 모든 생명에겐 저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다. 오월의 숲에서 만나는 큰꽃으아리는 우아한 귀부인의 자태를 지녔지만 자신의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들의 안전한 착륙을 위해 제 몸에 상처를 기꺼이 허락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지만 꽃과 곤충들은 서로의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이처럼 어여쁜 꽃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구한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