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논란’ 관련 금융감독원 특별감리 결과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감원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를 받은 것은 2일 오전. 불과 몇 시간 후인 오후 1시30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한상공회의소로 기자들을 불러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상장 당시 회계처리를 담당했던 심병화 상무(경영혁신팀장)가 입장발표를 맡아 7장에 이르는 슬라이드를 띄워놓고 분식회계 논란 쟁점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했다. 2015년 논란이 불거졌던 당시부터 금감원을 포함한 여러 기관의 조사에 응했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후 금감원이 상장 관련 유가증권 신고서를 수리한 것은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인정받았다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폈다. 3대 회계법인과 6명의 회계학 교수 등 저명한 회계 전문가들로부터 적정성도 인정 받았다고 주장했다.
윤 상무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해 회계처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수십 번 들여다봤다”며 “(그 결과) 상장했고 그것을 믿고 많은 사람들이 투자했는데 그게 틀렸다고 하면 어디 가서 누구하고 같이 일을 해야 합니까”라며 거들었다.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된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했을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미국 바이오젠사의 콜옵션(공동 경영권) 행사 의사를 전해 들으면서 기업가치가 올라갔다고 판단할 정황과 근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이오젠사가 정말로 콜옵션 행사 의사를 전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이라는 단어에도 학을 뗐다. 윤 전무는 “‘분식’을 (기자들이) 너무 쉽게 쓰는데, 최악의 표현이지 않습니까”라며 ‘분식회계’가 아닌 ‘회계처리 상이점’으로 표현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윤 상무는 “저희도 생각 있는 회사이지 않습니까”라며 “글로벌하게 투자자, 고객사가 있는데 마치 회사가 분식한 것으로 비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아직 감리 절차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정말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처럼 비치지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분식’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달라거나, 회사가 곤란하다는 감정적 호소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태도였다. 분식회계가 아니라 ‘회계기준의 인식 및 적용의 차이’라는 것도 자칫 말장난으로 비칠 수 있는 주장이다.
금감원이 정확하게 어떤 통보를 내렸는지에 대해 묻자 ‘직접 취재하라’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 김 전무는 “금감원과 관련한 이야기를 여기서(공개적으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내린 통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은 이해된다. 하지만 윤 상무는 “(우리도) 금감원에 물어보고 싶고 다투고 있는 것”이라며 “그럼 기자분이 금감원에 직접 취재하라. 여기 와서 금감원 입장까지 대변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답변을 듣는 내내 기자회견장에서는 간간이 실소가 터져나왔다. 긴급 기자회견을 하겠다더니 ‘3대 회계법인’, ‘저명한 회계전문가’, ‘바이오젠사’만 앵무새처럼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당초 기자회견 안내에는 3시까지로 표기돼 있었지만 2시10분을 넘긴 시각, 질의 응답을 마무리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2시20분이 채 되지 않아 기자회견은 마무리됐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