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ZTE에 대해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조치를 위반하며 거래했다는 이유로 미국 제품과 기술의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 정작 규제 조치를 당한 ZTE는 덤덤한 자세로 미소를 짓는 반면, 미국 퀄컴에게는 큰 위협을 안겨 주었다.
퀄컴 제품은 ZTE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IT 기기 조사국장 닐 샤는 그 점유율이 절반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기술 컨설팅 회사 카나리즈는 점유율이 65%로 더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ZTE의 세계 스마트폰 판매 대수가 연간 4500만대 정도에 달하며, 탑재된 칩셋이 평균 25달러라고 산정할 경우, 퀄컴의 ZTE 전용 매출은 최소 5억달러(약 5311억원), 최대 6억5000만달러(약 69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또한 중국으로서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화웨이 테크놀로지의 점유율을 늘리고 싶은 목적으로, 미중 무역 분쟁을 둘러싼 제재 조치를 빌미로 ZTE의 반도체를 화웨이에게 제공하도록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 가능성이 현실화 된다면 퀄컴은 빼앗긴 만큼 경쟁자에게 이익을 안겨주게 되어 실질적 손실은 두배로 늘어나게 된다.
미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퀄컴에게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러일으킨 문제이기 때문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퀄컴의 현실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