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용 KB증권 주식자본시장(ECM)본부장(상무·사진)은 1989년 7월 증권사에 입사할 때부터 지금까지 29년간 IPO(기업공개) 관련 업무를 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지난 2009년 KB증권에 합류해 지금까지 ECM부서를 이끌고 있다.
KB증권은 채권(DCM)부문 최강자로 불려왔다. 상대적으로 주식자본시장(ECM)부분은 에쿼티, 즉 대주주의 자산을 관리하는 까다로운 사업인만큼 시스템이 미비했다.
업계에 전방위적으로 불고 있는 IB트랜드를 선도하기 위해서다. 증권업계는 기존 브로커리지 수익에서 투자은행(IB)부문으로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5대 증권사가 굴릴 수 있는 자본규모는 25조원에 달한다. 레버리지까지 감안하면 50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가 상당합니다. 자기자본이 3조원이 넘던 현대증권과 합병해 자기자본이 4조2000억원대로 뛰면서 대기업 딜에서 한층 유리한 고점을 차지했습니다. 대기업들은 규모가 큰 증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KB증권은 합병 후, 장기적인 고객을 상대하는 IPO 특성상 인력을 쉽게 바꿀 순 없었다. 작년에는 기존 KB투자증권의 3개의 부서, 현대증권 인력 부서 등 4개의 부서를 분리해 운영했지만 올해 조직 융화를 위해 3개부서로 다시 합쳤다.
"다른 증권사에서는 시도하지 않던 ECM비즈니스를 실시하기 위해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커버리지를 마련했습니다. SME부서를 통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까지 커버하는 게 차별화 전략이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만 13건의 IPO 주간 계약을 따냈습니다. 이스타항공, 티맥스소프트, HDC자회사 등 대형기업의 주간계약을 따냈기에 내년부터는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올해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혁신기업에 주목했다. VR,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국내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의 경우 빅딜선점에 힘쓰고 있다. 실제 국내 빅딜 유치로 노선을 튼 이후부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올해 20건의 주간 계약 등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IPO 딜은 제일홀딩스입니다. 지난해부터 IPO 전문인력을 대거 투입, 제일홀딩스에 상주시키며 기업실사·IPO 전략 등을 수립한 결과 대표 주관을 맡았습니다. KB금융그룹의 은행·증권 등 계열사 간 기업투자금융(CIB) 협업 체계의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합니다"
"가장 애정이 있는 딜은 이엠넷입니다. 당시로썬 이엠넷이 상장사들 중 유일무이한 온라인광고 비즈니스 회사였죠. 업계의 편견을 뚫고 우여곡절끝에 상장을 시켰습니다. 항공기 부품제작사인 아스트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스트가 기술특례 상장의 시초로 불립니다"
끝으로 IPO계 베테랑인 최 상무에게 "증권사들의 성공의 열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인프라와 장기적인 투자. IPO업무만 30년 가까이 하다보니 장기적인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IPO의 딜레코드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권사가 적어도 3년이상의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해야 합니다. 월 단위의 단기적인 성과만 판단해 부서를 해체하는 경우가 많아 대다수가 실패했죠. KB증권 그런 점에서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이 잘할 수 있던 것 같아요. KB증권도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기에 오는 2020년에는 증권업계 넘버원이 될 것입니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