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무용리뷰] 최효진 안무의 '상실의 새Ⅲ'…여인의 심상 관통하는 바람에 흔들리는 꽃과 새 그리고 삶

"여인은 가을 채비를 한다/ 빨간 캐리어가 놓인 텅 빈 방/ 고무나무 즙처럼 끈적이는 연(緣)과 조우한다/ 사계에 얹힌 제비, 파랑새, 비둘기, 솔개 /세월은 초침을 달고 거꾸로 난다 /열정을 떼어내지 못한 여린 기억들 /소쩍새 마을에 흐드러지게 피던 진달래 /청 보리밭에 퍼 붙던 소나기 /홍옥 위로 깃털처럼 내려앉은 안개 /살뜰히 살아 온 흔적들 /여인의 마음에 비가 내린다"

최근 개포동 춤전용 M극장에서 최효진현대무용단(예술감독 최효진) 주최, 밀물현대무용단(이사장 이숙재) 후원으로 공연된 최효진 안무의 『상실의 새 Ⅲ』 및 세 편은 나비를 꿈꾸면서 힘든 변태 과정을 겪고 있는 강서 춤꾼들의 현대무용 공연이었다. 봄의 도래, 익어가는 봄, 만개한 봄, 늦은 봄과 이른 가을 사이에 걸친 공연은 주제와 부합되게 『Secret(비밀)』, 『Road(길)』, 『Tomorrow(내일)』, 『상실의 새 Ⅲ』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최효진 안무의 『상실의 새 Ⅲ』는 초등, 중등, 대학, 일반으로 분류되는 팀들로 구성 되었고, 공연은 경연을 방불케 하는 자기 기량을 보여주었다. 다수의 수상 실적을 보유한 젊은 춤꾼들은 대부분 스승 최효진과 제자들로 구성되었다. 일관된 흐름으로 '강서무파(江西舞派)'를 이끌고 있는 최효진은 자신의 탁월한 기량 외에도 교육에 남다른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최효진 안무의 'Secret(비밀)'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Secret(비밀)'

최효진 안무의 'Secret(비밀)'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Secret(비밀)'

『Secret(비밀)』: 봄의 도래를 알리는 작품이다. 길고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고 대지의 새싹들은 막아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각양각색의 꿈을 상징하는 원색의 미니스커트를 달고, 등장인물 모두가 착용한 검정색 '보울러 햇'은 대지의 자양분을 흡수하여 오늘이 있음을 알린다. 경쾌한 리듬에 맞춘 군무는 공연의 시작을 화려하게 알림은 물론 안무가의 삶에서 느낀 춤 인생의 시작과 연결된다. 마법 같은 춤은 깜찍하고 간결하게 봄의 생동감을 묘사한다.

● 출연: 김민지, 한효서, 김민주, 허진서, 전하은, 강희수, 김하은, 송은서, 김가영
최효진 안무의 'The Road(길)'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The Road(길)'

최효진 안무의 'The Road(길)'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The Road(길)'

최효진 안무의 'The Road(길)'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The Road(길)'

『Road(길)』: 익어가는 봄 분위기 속에 소녀들은 꿈을 꾼다. 작은 고무공을 바닥에 부닥치면 시샘하듯 공들이 서로 튀어 오른다. 춤은 놀이에서 시작된다. 조명은 소녀의 심리에 따라 변화된다. 감정선에 따라 춤은 완급을 오가고, 구르고 도약하면서 다양한 동작을 구사한다. 봄이 익어가면서 소녀들의 꿈과 욕망도 커진다. 범주를 넘어서는 무모한 도전이 통용될 수 있는 시절이다. 밤 같은 침잠 속에 소녀(이세림)의 독무가 이루어진다. 듀엣들이 가미되면서 즐거움을 상징하는 조도(照度)는 상승하고, 실내악은 소녀들의 들뜬 감정들을 조절한다. 도입부처럼 한 소녀가 바닥에 공을 튕긴다. 다른 소녀도 공을 튕긴다. 소녀들은 경쟁하며 봄빛에 익어 간다. 이 작품은 연마한 실력을 정제, 난이도 있는 기교와 수미쌍관의 묘를 선사한다.

● 출연: 이세림, 김송은, 강하연, 한민주, 김세현, 김주은, 조환희, 김태리, 김경주

최효진 안무의 ''Tomorrow(내일).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Tomorrow(내일).

최효진 안무의 ''Tomorrow(내일).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Tomorrow(내일).

최효진 안무의 ''Tomorrow(내일).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Tomorrow(내일).

『Tomorrow(내일)』: 만개한 청춘의 봄이지만 우울이 깔린다. 내일이 존재하기에 청춘들이 살아간다는 설정은 참혹한 현실이다. 모든 것이 허허롭다. 우울을 털어내기 위해서 일어서야 한다. '내일을 향해 쏴라'가 적합한 명제가 된다. 이 작품은 설정 자체가 코믹하다. 인생은 한방이라는 '로또'와 기상예보에 대한 풍자와 언어유희가 난무하고 기교와 반복적 이미지 창출이라는 현대무용의 중심 경향을 벗어나 있다. 몽롱한 기분에 취하고 싶은 상태를 사이키델릭 조명이 거들고 있고, 작은 화분을 들고 추는 춤을 인상적인 풍경으로 만들어 버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선과 직선을 오가던 청춘들은 화분을 중앙에 모으고 바라보다가 주변을 돈다. 자신들과 동일시되는 화분에 청춘 방효정은 물을 준다. 암울은 모두의 눈을 가리게 만든다. 마이크가 다시 들어서고 날씨 얘기가 등장하면서 청춘들의 상황이 반복됨을 알린다.

● 출연: 조가람, 김하연, 김민아, 방효정

최효진 안무의 '상실의새 Ⅲ'.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상실의새 Ⅲ'.

최효진 안무의 '상실의새 Ⅲ'.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상실의새 Ⅲ'.

최효진 안무의 '상실의새 Ⅲ'.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상실의새 Ⅲ'.

『상실의 새 Ⅲ』: 늦은 봄과 이른 가을 사이, 여인(최효진)은 상실된 시간 속의 사랑을 떠올린다. 대상은 다르지만 '시네마 천국'의 회상 장면이 오버랩 된다. 20대 중반의 두 여성(최은지, 박관정)과 남자 무용수(강승현)가 내면적 욕망과 사랑 속의 갈등을 만들어 낸다. 추억 속으로 발을 딛는 순간, 여인은 떼어내지 못한 정열들이 자석처럼 달라붙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만들어낸 삶의 상실감 위로 정열이 스며든다. 무대 위에는 자신의 또 다른 상징인 빨간 캐리어가 놓이고, 여인은 격정의 서(敍)를 써내려간다. 전편의 서정들은 확장되고, 세부묘사도 추가된다. 까만 원피스 속에 숨겨두었던 열정의 꽃은 타오르고, 일렁거리는 마음은 바닥의 기하학적 조형이 대신한다. 조명은 밝아오며 여인은 강박을 털어내며 캐리어 옆에 가볍게 앉는다. 박제된 현실 속에서도 가난했던 젊은 날은 늘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는가 보다.

안무가 최효진은 이번 네 편의 안무작을 통해 '여성성'에 걸쳐있는 자신의 자전적 삶을 보여주고 있다. 『상실의 새』의 세 번째 버전은 전작들과 맥락을 같이하나 청춘에 대한 '불안'이나 '상실'을 상기시키면서 과거 자신의 기교와 역동성, 심리묘사와 진정성 측면에서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재덕 음악은 서정성을 강조하고 있고, 안무와 완벽한 호흡을 이룬다.

여인이 캐리어를 밀면 무대 바닥에 대형 시계모형이 그려지고, 시계소리가 들린다. 시간의 흐름을 찾아가는 물기 도는 여인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아픈 마음을 같이한다. 여인은 캐리어를 두고 떠난다. 화사를 안고 즐거웠던 젊은 날, 늘 아름다울 것 같은 날들은 사라지고 날지 못하는 키위가 되어 붉은 숲에서 그녀는 울고 있었다. 장면 전환이 이루어진다.

꽁지머리를 한 청년이 사과를 관찰한다. 가벼운 터치를 하고, 사과를 굴리면서 독무를 춘다. 사과를 먹는 시늉을 할 때, 한 여성(박관정)이 등장하고 사내와 듀엣이 되어 다양한 동작을 구사한다. 슬며시 다른 여성(최은지)이 등장하고, 듀엣과 여성 3인무로 변하면서 삼각관계가 구축되고 갈등이 일어난다. 각자 자신의 사과를 바라본다. 그들은 등을 보이고 있다.

사십대가 된 여인은 캐리어를 다시 끌고 등장하여 그 속의 사과를 바닥에 뿌린다. 추억을 상기시키는 열정의 삼인무가 펼쳐진다. 여성(박관정)만 남았다가 모두 사라지면 여인이 다시 등장하고 사과를 어루만지고 껴안는다. 적우의 '개여울'이 흘러나오고 지난 사랑에 대한 상실된 시간이 기억 속에 남아 아름답고 슬픈 젊은 날의 초상임을 밝힌다.

안무가는 그 시절로 회귀하고 싶은 삶의 일체적 충동감을 사과라는 상징에 담는다. 캐리어 속에는 시간의 나이를 상징하는 파랑, 빨강, 아주 붉은 홍로의 사과가 들어 있다. 여인은 방향감각을 상실하지 않았다. 정숙한 여인을 울리는 현의 울림, 명료한 피아노 소리, 비상을 꿈꾸던 여인은 이십대 중반의 여성(자신의 과거이자 분신)을 통해 자신의 이십대를 회상한다.

최효진의 안무작 네 편은 독창적 개성으로 우리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작품의 주제성과 진정성, 구축의 우수성, 섬세한 춤동작 추구, 돋보이는 춤 구성력, 동작의 이미지화는 출중하다. 그녀의 안무작들은 늘 진전을 이루고 있고, 희망의 메시지가 들어가 있다. 그녀는 훌륭한 춤 지도 능력과 안무력으로 밝은 춤 세상을 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최효진 안무의 ''Tomorrow(내일).이미지 확대보기
최효진 안무의 ''Tomorrow(내일).

● 안무가 최효진 약력


한양대학교 무용학 박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한양대, 상명대, 수원대, 순천향대 출강

고려대학교 스포츠과학 연구소 연구교수역임

(사)밀물예술진흥원 이사

한국무용협회 감사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

한국무용학회 상임이사

한국예술교육학회 이사

한국교육문화예술총연합회 이사

한국문화예술국제교류협회 이사


장석용 무용평론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무용평론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아우디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 RS e-트론 GT
아우디 e-tron GT vs. 아이오닉 5 N 비교할 수 있을까?
이번엔 더 무서운 차 끌고 나왔다! 벤츠 E 300 4MATIC AMG Line
국내 1, 2위 다투는 수입차, 벤츠 E와 BMW 5 전격 비교
숨은 진주 같은 차, 링컨 노틸러스 ... "여긴 자동차 극장인가?"
가장 현실적인 드림카, 벤츠 디 올-뉴 CLE 450 4MATIC
파격 변신한 8세대 BMW 5시리즈...520i M sport package, "엔트리 같지 않다"
모든 걸 다 가진 차 왜건..."볼보 V90 CC, 너 하나로 만족한다"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