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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버들강아지 눈 뜨는 봄

백승훈 시인이미지 확대보기
백승훈 시인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났다. 이제 계곡의 물소리도 점점 명랑해지고 겨우내 바람을 타던 수양버들 가지에도 곧 봄이 도착할 것이다. 천 가닥, 만 가닥의 실을 풀어놓은 듯 가느다란 가지위로 연둣빛 안개가 서린 듯 푸른 기운이 돌고 버들강아지가 탐스럽게 피어나는 모습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버들가지가 휘늘어진 빨래터에서 들려오던 빨래방망이질 소리와 아낙네들의 햇살처럼 밝은 웃음소리가 낭자하던 유년의 봄은 참으로 눈부셨고 지금도 여전히 그리운 풍경 중의 하나다.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여 희자매가 부른 ‘실버들’이란 노래가 있다. 실버들은 가지가 실처럼 가늘어서 붙여진 수양버들의 별칭이다. 수양버들은 버드나무 중에도 그 가지가 가늘고 친친 늘어져서 낭창거리는 게 정말 실타래를 풀어 놓은 것 같다. 물을 좋아하는 까닭에 버드나무는 주로 냇가에 많이 자라는데 워낙 생명력이 강한 수종이라 어디를 가나 버드나무 한 두 그루쯤은 쉽게 만날 수 있다.

버드나무가 흔해서인지 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제법 많다. 나주에 가면 완사천이란 샘이 있는데 그 샘물은 고려 태조 왕건의 둘째부인인 장후왕후가 그 샘터에서 목마른 왕건에게 물을 떠주면서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버드나무는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나무였단 생각이 든다.

버드나무를 생각하면 조선 중기 삼당(三唐)시인으로 불리던 고죽 최경창을 사랑했던 비련의 여인, 기녀 홍랑의 시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자시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셔.
기생 홍랑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묏버들처럼 버드나무는 예전엔 곧잘 이별의 정표로 쓰였다. 이처럼 버드나무가 이별의 선물로 쓰인 것은 버들 류(柳)자가 머물 유(留)와 발음이 같아서 헤어지지 말고 머물러 달라는 속내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버드나무는 꺾어진 가지를 가지고 가서 묻어만 주면 다시 싹이 돋아 자라나므로 비록 어쩔 수 없이 헤어진다 해도 버드나무처럼 다시 살아 만나자는 의미로 건넸다.

국립수목원 이유미 박사의 글에 보면 우리나라엔 버드나무 집안의 식구들이 수없이 많아 40여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키 큰 버드나무 종류들은 3가지 정도이고, 특히 그냥 쉽게 부르는 버드나무는 새로 난 가지만 늘어지고 주된 가지들은 늘어지지 않으니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능수버들과 수양버들은 어린 가지의 빛깔이 능수버들은 녹황색이고 수양버들은 적자색이어서 쉽게 구분되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버드나무는 대부분 능수버들이다.

고향이 중국인 수양버들은 양자강 하류에 많이 나는데 수나라의 양제가 양자강에 대운하를 만들면서 백성들에게 이 나무를 많이 심도록 하여 수양버들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반면에 우리나라 대표 격인 능수버들은 ‘천안 삼거리 흥흥흥~’ 하는 ‘흥타령’이란 민요에도 나올 만큼 우리에게 친근한 나무다. 흥타령의 전설 속엔 헤어졌던 아비와 다시 만나고 사랑하는 임과의 재회의 기쁨이 들어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 했던가. 만나면 언젠가 헤어지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오는 것이 비단 사람의 인연뿐이겠는가. 겨울 가면 봄이 오고 어둠이 물러가면 새벽이 오게 마련이다. 아직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차고 매울지라도 냇가에 나가 버들피리 꺾어 불며 희망의 봄을 맞이해야겠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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