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매체들은 10일(현지 시간) 중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미국 국채 매입의 축소나 중단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의 무역 긴장과 대립이 미국 국채 구입 속도를 떨어뜨린다고 이유도 덧붙였다.
이 소식은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채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로 인해 미 국채 매도 주문이 확산됐다. 미국의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때 2.597%까지 상승해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정부가 외채 투자처의 구성을 대폭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으면서 미 국채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상쇄시켰다. 이어 미 재무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미 국채 매도 사태는 안정을 되찾았다.
2017년 12월 말 현재 중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3조달러(약 3214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다. 또한 지난해 10월 단계에서 미 국채 보유 잔액도 중국이 선두였다. 따라서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축소하더라도 미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이 금고를 열고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매도한다면, 이는 전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어나기 힘든 상상에 불과하다.
1994년 이후 중국은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해왔다. 중국 기업들은 벌어들인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국내에서 통용할 수 있는 위안화로 환전하게 되고, 이로 인한 위안화의 가격상승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달러를 사 모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현재 3조달러에 이르렀고, 세계 최고 규모의 외환 보유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져왔다.
막대한 규모의 외환보유는 정치·경제적 대외 협상카드로의 활용가능성과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절대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미국과의 경쟁에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채의 대량매각을 통해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모두 옛말이다. 과거와 같이 강력한 미 국채의 매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과 같은 사태가 지속되어 달러화표시 채권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빈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 또한 미국과의 경쟁에서 내세우던 미 국채의 대량매각 전략도 가격 하락을 동반해 중국 측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양쪽 모두 상호 의존성과는 상반되는 전략이므로 결코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 국채를 통제하는 방법을 스스로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전 세계가 걱정하는 일을 벌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오히려 정 반대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고난도 감수할 수 있다"는 전략을 훨씬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중국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