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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준희양' 사건 막으려면…

노정용 부국장

기사입력 : 2018-01-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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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용 부국장
하루가 멀다 하고 가정폭력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폭력의 정도를 넘어 존속살인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세상이 되었다. 가난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좁은 방에서 가족이 함께 뒹굴 때에도 일어나지 않던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고준희 양의 친부 고모씨와 그의 내연녀는 딸을 폭행하고 살해한 뒤 암매장까지 하고서도 태연히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는 쇼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달 광주광역시 두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네 살, 두 살, 15개월인 3남매가 한꺼번에 숨졌다. 그런데 불을 낸 장본인인 세 아이의 엄마는 화염 속에 자녀들만 남겨두고 혼자서 베란다로 탈출해 살았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어떻게 이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난다. 평범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60대 아들이 잠자는 90대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문제는 존속살인이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모정(母情)이니 부정(父情)이니 하는 인간본능은 사라지고 오로지 수심(獸心)만이 작용하고 있다. 동물의 왕국에서도 자기 새끼만은 애틋하게 돌보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하물며 인간의 탈을 쓴 사람이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경찰청의 ‘존속살인 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 1141건이었던 존속 상대 살해•폭행•감금•협박 등은 해마다 늘어나 2016년에는 2235건으로 껑충 뛰었다. 3년 만에 무려 두 배나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존속살인은 한 해 평균 69건이 발생, 가족 내 안전 불감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체 살인 중 존속살해가 5%대에 머물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존속살해 발생률은 3~4배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부모나 자식의 부양에 부담을 느껴 살해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빈곤해진 게 우리 현실이다. 학교에서는 입시와 성적, 직장에서는 가족보다 일을 최우선하는 문화 때문에 전통적인 가족관이 무너진 탓이다. 심지어 바쁜 생활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기회마저 사라지고 있어 정(情)이란 정서를 공유하기 힘든 상황이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사람다운 교육을 하지 못하니 미성숙한 부모들이 넘쳐난다. 특히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기러기 아빠’를 자처한 사회문화도 존속살해를 낳은 원인(遠因)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아버지는 한 집안의 가장(家長)이라기보다는 돈을 벌어다주는 기계(?)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어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우리’라는 단어가 있다. 남에게 소개할 때 ‘우리 남편’ ‘우리 부인’라고 한다. 외국인이 언뜻 들으면 남편과 부인을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말에 놀라자빠지겠지만 ‘우리’라는 단어 속에는 친밀함과 함께 공동체적 정신이 녹아 있다.

가정은 최소한의 사회 공동체다. 밥을 함께 먹는 식구(食口)가 모여 있는 곳이다. 식구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천인공노할 존속살인의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셨다’(父生我身 母鞠吾身)는 사자소학 첫 구절은 효(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효까지는 아니더라도 너와 내가 함께 사는 ‘우리’라는 가족 공동체적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가진 것이 부족해도 서로 나누고자 했던 옛 조상들의 오순도순 살아가던 모습이 그립다.


노정용 부국장

노정용 부국장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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